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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녹이는 붉은 「바·걸」 들|월남 첩보전에 등장한 미인계|<사이공=신상갑 특파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월남 전쟁의 장기화에 따라 미군 측의 정보를 캐내려는 공산 측의 작전도 지능화 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정보 전에서는 으례 육체로 한몫 보는 미인계가 등장하게 마련이지만 월남 전선을 비롯한 인도차이나 전선에서는 「바·걸」들이 「아르바이트」로 첩보전에서 중요 구실을 떠맡고 있는 것이 공식적으로 확인되었다.
미국 육군 정보 당국의 최근 보고에 따르면 미군 측의 정보가 사전에 적의 정보망에 넘어가게 되는 것은 적의 악랄한 수법 때문이기도 하지만 미국 병사들의 비뚤어진 정신 자세에도 큰 책임이 있다고 경고하여 미군의 경각심을 일깨워 주고 있다.
「바·걸」들의 정보 세포 망이 비단 월남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태국과 「오끼나와」에 까지 뻗쳐있다는 사실은 더욱 충격적이며 이 때문에 이곳의 미 정보 당국도 골치를 앓고 있다.
일부 몰지각한 미군들은 한 봉지의 「마라화나」나 몇 알의 헤로인 (모르핀)으로 만든 진정제를 손에 넣기 위해 군사 기밀을 누설하는 예가 적지 않다고 미 육군 정보 당국은 그들의 정신 상태를 개탄하고 있다.
이렇게 흘러나가는 정보 때문에 적은 미군을 공격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포착하기도 하고 미공군의 공격이 시작되기 전에 침투 물자를 가득 실은 트럭들로 하여금 호지명 보급 루프를 재빨리 빠져나가게 하여 피해를 줄이며 교묘히 월남에 침투시키기도 한다는 것.
구체적인 예로 깜찍하게 생긴 「미찌꼬」라는 이름의 「오끼나와」「바·걸」은 미군 폭격기가 인도차이나 지역 폭격에 출동하는 정확한 시간을 캐내려고 10달러 상당의 마약을 꼬박꼬박 제공했다고 한다.
이 여자 첩자가 얻는 정보는 그녀의 보스에게 보고되는 즉시 지하 방송망을 타고 공산 측에 번개같이 전달된다고 이 정보보고는 지적했다.
「미찌꼬」와 같이 바·걸을 가장한 여 간첩들은 오끼나와의 번잡한 BC 「스트리트」에 자리잡은 「도오꾜·클럽」, 「켄터키·클럽」을 「아지트」로 삼고 설치고 있다는 것이다.
BC가란 미군이 마약을 사기 위해 『현금을 가져오는』 (Bring Cash)거리라 해서 그렇게 통칭된다.
군사 기밀과 마약과의 교환은 월남 내에 산재하는 「바」뿐 아니라 아마도 태국의 「바」에서도 비밀리에 이뤄지고 있다고 미 정보 당국의 보고는 폭로했다. 베트콩이 사이공 시중의 신문을 구독하는 것만큼 쉽게 「그린·베레」의 작전 계획을 탐지하고 있었던 것도 그 이면을 캐보면 「바·걸」간첩 조직망의 암 약 때문이었다.
이들 붉은 「바·걸」들이 가장 함락하기 쉬운 표적으로 삼는 대상은 그들이 저지르는 무분별한 행동이 얼마만큼 무서운 결과를 가져올지 미처 깨닫지 못하는 순진한 젊은 군인들이다.
사이공에서 밝혀진 미 육군 범죄 수사대의 보고에 의하면 일부 미군들은 어떤 경우는 고의로 국가 이익을 해치는 범죄를 저지르기도 하나 대부분의 경우 고단위 헤로인을 전매함으로써 얻어지는 하찮은 이익에 눈이 멀어 정보를 팔기도 한다는 것이다.
사이공의 명동이라고 하는 「뚜도」가에 오밀조밀하게 자리잡은 「바」에는 풍만한 가슴을 반 이상 드러내고 허벅지가 거의 드러난 옷차림을 한 여인들이 짙은 화장 냄새를 풍기면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외국인, 특히 미군들을 유혹하기 위해 갖은 교태를 부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전쟁터에서 막 돌아온 듯 흙 자국도 생생한 군복 차림의 미군들이 바·걸들과 어울려 앉아 있는 모습은 얼마든지 눈에 띈다.
이러한 탈선 행위를 저지르는 이유야 여러 각도에서 분석할 수 있겠으나 월남전의 특수성에서 자칫하면 빚어지기 쉬운 권태감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라고 풀이하는 관계자도 적지 않다.
미 육군 정보 기관의 이와 같은 보고는 사이공의 미군 당국에도 충격적인 사실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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