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대통령기록물 실종, 정쟁보다 진상 규명이 먼저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검찰이 2일 발표한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 실종 사건에 대한 중간수사 결과는 그동안 미궁에 빠졌던 대화록의 행방을 찾았다는 점에서 일단 다행스러운 일이다. 검찰에 따르면 이 대화록은 국가기록원에서 폐기된 게 아니라 처음부터 이관되지 않았으며, 대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봉하마을로 가져갔다 회수된 청와대전산관리시스템 ‘봉하이지원’에서 대화록 초안이 삭제된 흔적과 수정본(국정원 보관본과 같은 내용)을 찾았다는 것이다.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가 대화록을 처음부터 이관 대상 기록물로 분류하지 않았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이제부터 검찰은 이를 바탕으로 누가 초안을 삭제토록 지시했는지, 이 기록물이 국가기록원 이관 목록에서 어떤 경위로 빠지게 됐는지, 누가 이 과정에 개입했는지 등의 진상을 명백히 밝혀야 하고, 모든 관련자들은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수사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이번 사안은 지금까지 밝혀진 것만으로도 실정법을 어긴 범법 행위였을 개연성이 크기 때문이다. 대통령기록물관리법에 따르면, 대통령기록물을 없애거나 숨기거나 빼돌리거나 잃어버려 국가기록원에 넘기지 않았을 경우 징역형이나 벌금형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특히 대통령기록물은 그것이 무엇이든 사초(史草)로서 절대적 보존 가치가 있는 기록이라는 점에서 앞으로도 누구든 이를 자의적으로 다룰 수 없도록 엄정하게 법집행을 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사안이 소모적 정쟁으로 비화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벌써부터 여당은 문재인 책임론과 사초 실종에 대한 국정조사를 거론하고, 야당은 국정난맥상에 따른 국면전환용이 의심된다는 등 여야 간 정치공방으로 번져가고 있다. 여기에 진위를 알 수 없는 폭로전과 음모론까지 가세해 정쟁으로 비화될 경우 가뜩이나 어려운 민생 현안들은 설 자리를 잃게 된다. 그러므로 정치권은 이 사안에 대해 사법부가 진상을 규명하고 사법적 판단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하는 한편, 냉정하게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이다. 이번 사안이 사법부를 넘어 다시 정쟁과 혼란에 갇혀 길을 잃는 일은 없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