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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9)금성에서의 통신|현정릉<서울대 문리대 교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천지현황 우주흥황(천지현황 자주홍황)….이런 식으로 천자문을 여기에 그대로 늘어놓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통쾌스러운 일일까? 구약성서의 창세기를 포도주와 같은 맛으로 친다면, 동양의 천자문은 쌍화탕의 뒤 맛과도 같은 것을 풍기고 있지 않은가?
에덴 동산의 족보에 일독요연한 현세적인 맛이 있는데 비하면, 천자문 첫머리의 웅대한 글자들의 함축에는 속된 풀이를 초월한 과학이전의 소박한 우주의 진리가 제시되어 있다. 오늘날 과학은 차차 괴물로 화하고있다고 한다. 슬픈 일이다
『서울은 만원이다』란 이야기가 있었다.
그러나 인구문제의 전문가들에 의하면 지구가 만원이 될 내일이 닥쳐온다.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이후 인류는 외계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외계시대란 지구이외의 천체에 여행 및 이주할 시대를 말한 것이다.
달 다음으로 가장 가까운 이웃 천체는 금성과 화성이다. 금성과 화성은 서양에서도 음과 양 기호(♀와♂)로 표시되고 있는데 성을 각각 제 1목표로 우주선을 보내고 있는 것이 재미있는 일이다.
우리는 말하자면 부잣집에서 강남에 땅을 사는 것을 구경하는 셈이 된다고 할까. 어째든 공해와 인구 증가에 시달린 인류가 이주할 후보 천체를 모색함에는 틀림없으나 이번 비너스 7호의 통신에서 보면 금성의 표면은 사람이 살기에는 적합한 것 같지 않다.
금성은 짙은 대기층 때문에 그 자전주기가 광학적으로는 결정되지 않았으나 전파의 반사를 이용해서 대체로 2백40일 정도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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