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정상화되자마자 여야 간에 ‘국회선진화법’을 놓고 시비가 벌어지고 있다. 야당의 협조 없이는 주요 쟁점 법안의 처리가 어렵게 되자 새누리당이 먼저 수정론을 제기하고 나섰다. 일부 새누리당 의원은 이 법이 다수결 원칙에 어긋난다며 ‘국회마비법’으로 폄하하거나, 위헌론을 거론하기도 한다. 이에 소수당인 야당은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해 총선 직전 이 법을 주도했던 새누리당이 1년 만에 손질하자고 하니 ‘화장실 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르다’는 말을 듣는 것이다.
원래 법의 취지는 국회의 효율적 운영과 합의형 의사 진행을 촉진하자는 데 있다. 특히 소수당의 권한을 강화하는 규정이 대폭 담겨 있다. 상임위에서 이견 조정을 위한 안건조정위 의결을 재적위원 3분의 2 이상으로 한 것이나, 본회의 신속 처리 안건 지정 의결에 전체 재적의원 또는 상임위 재적위원의 5분의 3 이상의 찬성으로 해놓은 게 대표적이다.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요건도 크게 강화됐다.
이로써 다수당인 여당은 직권상정과 날치기 통과를, 소수당인 야당은 의사당 점거나 몸싸움 등 물리력 행사를 각각 포기할 수밖에 없다. 대신 집권당은 야당의 협조 없이는 법안을 처리하기 매우 어렵게 돼 있다. 바로 이 점에 새누리당의 불만이 집중된 듯하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합의형 국회의 실현을 위해 노력도 제대로 해보지 않고 국회선진화법을 수정하자는 주장은 이치에 맞지 않다. 성의껏 노력해 본 뒤 다시 수정론을 제기해도 늦지 않다. 야당 역시 이 법을 민생 법안 처리 과정에서 사사건건 의사진행 방해의 도구로 삼으려 한다면 국회를 또다시 식물 상태에 빠트리는 셈이다. 어느 경우든 국민의 정치 불신과 피로도를 더욱 키우는 행위다. 법 정신에도 어긋나는 일이다.
무엇보다 국회 운영을 선진화하자며 여야가 18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성사시킨 제도를 이제 와서 정쟁의 대상으로 삼는 것 자체가 국민의 눈엔 모순이다. 여야는 국회선진화법을 둘러싼 정치 공방을 즉각 중단하고 대화와 타협, 상호 존중과 합의의 법 정신을 구현하도록 노력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