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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은 안방에도|가계의 건실화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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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새해를 맞이하여 가정마다 새로운 설계를 꾸미고 계획적으로 생활을 개선해 나가려는 건실한 움직임이 보이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각종 여성회보가 활발히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으며 매스컴이 또한 가계문제에 열의를 보이고 있는 것도 그러한 움직임의 표현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가계를 생각할 때 빼놓기 쉬운 점이 사회경제 여건의 변화라는 측면이라 할 것이다. 개인이나 가정이 아무리 건실하려해도 여건이 이를 허용하지 않는 경우가 적지않기 때문이다. 우리의 경우 가계수입의 원천은 가구주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때문에 가구주들의 수입을 다시 한번 엄밀히 분석할 필요성이 있음을 우선 강조하고 싶은 것이다.
특히 서울등 대도시 주부들은 가장의 수입원과 현재의 생활상을 냉정히 검토해야 할때를 맞이하고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왜 가장의 수입원천을 체크해보라고 권고하고 싶으냐하는 반문이 당연히 제기될 것이다. 그 대답은 간단하다. 우리 경제가 외자도입으로 고도성장을 지속하던 과거 4∼5년간의 호황을 앞으로 지속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알려진 바로는 외자도입실적이 30억달러를 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우리돈으로 환산하면 1인당 3만원의 대외부채가 되는 것이며 5인가족 기준으로보면 집집마다 평균 15만원의 빚을 지고있는 셈이다. 빚은 내자건 외자건간에 갚아야 한다. 이제 빚을 갚아야 할때가 온 것임을 알아야 하겠다.
물론 자기 가정은 빚이 없으니까 관계없다는 생각을 가질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생각은 오산이다. 긴축정책과 불경기문제가 시끄러웠던 70년의 경제를 회고해보면 전체 경제동향이 개인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것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가장의 수입도 핍박해지는 것이다. 특히 서울등 대도시 가장의 수입을 크게 정상수입과 비정상수입으로 나누어볼때 대부분의 주부들은 아마도 짐작하는 바가 있을 것이다.
우선 정상수입은 경제가 어려워지면 그 증가율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계속되는 물가상승으로 실질가치를 유지하기 힘들게 될 것이다.
마찬가지로 비정상수입 또는 부패성수입도 경제가 어려워지면 크게 줄 것이라는 점을 주부들은 생각해야 한다.
물론 어려워지면 질수록 비정상 수입이 늘어나는 층도 있다. 그러나 그런 부류의 숫자는 시일이 갈수록 줄어들 것이다.
부패도 자본과 마찬가지로 집중화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부류에 속하지 못하는 가장의 비정상 수입도 앞으로 크게 줄어들게 될 것이며 결국 정상수입으로 생활해야할 때가 가까와지고 있다는 것이다. 평범한 주부들은 과거와 같은 수입을 예상하기 쉬우며 과거와 같은 생활태도를 버리지 못할 때 상당한 적자생활에 직면하고 말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정상수입과 현재의 생활비 지출을 비교하여 지출 초과분을 단시일안에 정리한다는 주부의 자세가 절실하다는 것이다.
무엇부터 절감할 것인가는 명백하다.
첫째, 주부들이 동창계·친척계등 연걸리듯 많은 계를 하고 있는 점을 정리해가야 할 것이다. 곗돈을 타서 무엇을 했는가를 생각하면 계를 정리할 필요성은 명백해 질 것이다.
곗돈으로 냉장고를 들여놓고 2년동안 지출부담을 갖는 것은 경제가 어려워질때 무거운 부담이 되는 것이다.
둘째, 정상수입으로는 도저히 유지할 수 없는 주택을 가진 분은 집을 줄여야할 것이다. 생활이 어려워진 다음에 집을 내놓으면 2중으로 손해를 볼 것이다. 유지비를 계속 부담해야하고 급해서 팔경우 제값을 받기 힘들 것이다. 마찬가지 이유로 주택을 개량할 계획을 가진분은 다음으로 연기하는 것이 현명하다.
셋째, 잡비지출을 대담하게 깎아야 한다. 가령 부부동반으로 외식을 하는 경우 정상수입의 1할은 달아날 사람이 많을 것이다. 서울등 대도시의 가계비중 잡비지출은 너무나 높다.
넷째, 주부돌들 의상의 유행에서 하루삘리 탈피해야 할 것이다. 왜 모든 주부들이 패션·모델처럼 차려야 하는 것인가 생각해 보라는 것이다. 장사치들의 상술에 넘어가서 어울리지도 않는 노리개가 될 필요는 없다.
다섯째, 계절따라 선물을 돌리고 돌잔치·생일잔치등을 벌여 손님을 초청하는 일을 될 수있는한 줄여야 할 것이다. 능력껏 살아간다는 자세를 가지고 자기의 역량을 기른다면 그렇게 무리한 교제를 하지않아도 별로 지장은 없을 것이다. 아무리 혼탁한 세파가 휩쓴다고 해도 건실한 사람은 버티어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끝으로 교육비를 절감하는 것도 신중히 검토할 가치가 있다.
또 어느 통지표이야기에서 빚어진 것같은 극성스런 일부 자모들때문에 돈은 돈대로 들이면서 반교육을 하는 세태도 주부들의 힘으로 시정되어야 한다. 이 모든 점을 주부들이 시정한다면 연간 1백억원이상이나 가계수지가 호전될 것임을 잊지말아야 한다.
요컨대 국민경제가 경기변동과정을 거쳐 정상화되어 갈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라면 가계도 정상수입으로 생활한다는 정상화과정을 겪어야 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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