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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년의 벽두의 발언(2)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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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 세계평화에의 전망은 분명히 밝아졌다. 작년 한해를 두고 동·서독간에는 대화의 길이 열렸고, 서독과 소련간에는 불가침조약이 맺어졌으며, 동·서구간에는 화해의 기운이 성숙했다. 그뿐더러 미·소는 평화공존 무드를 더욱 심화시키면서 전략무기제한문제에 관해 의견의 접근을 보이고 있다.
이같은 정세의 조성은 유럽이 이미 상대적인 안정기에 접어들어섰으며, 적어도 유럽에 관한한 전쟁의 위협이 근본적으로 사라져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주변정세변동의 직시>
아시아에 있어서도 월남·캄보디아등지에서의 열전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화가 점차로 가라않을 단계에 들어서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누구도 부인못한다. 파리평화회담도 아직은 완전 타결을 볼 수 있는 실마리를 못잡고 있다. 하지만, 여전 쌍방이 어느 쪽도 이 이상의 확전을 할 의도가 없음은 행동으로 증명되어가고 있다.
지난해 중공의 국제정치상 지위는 현저히 향상되었는데, 미국은 기정방침에 따라 닉슨독트린을 과감히 실천에 옮겨 아시아로부터 군사력에 의한 세력권정책을 후퇴시키면서 2개의 중국정책을 시사, 여러모로 대중공관계 개선을 모색하고 있다.
한편 중.소대립도 여전히 지속되고 있지만, 그 대립은 이미 숨가쁜 고비를 넘겨 쌍방이 현실적인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선에서 꾸준한 협상으로 대립.분규를 이 이상 더 심화, 확대치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제4차 5개년 계획의 입안발표로 군사대국이 되기를 결심한 일본은 미군사력 후퇴에 대신하여 아시아안보에 있어서 중복적인 책임을 지느냐, 혹은 중공과 접근하느냐 양자택일을 하지 않으면 안될 입장에 서 있지만 국론의 분열로 그 독자적인 외교.국방 노선의 향방을 어디에 둘 것인지 현재로서는 예측을 불허하는 상태에 놓여있다.

<선린우호속의 경각심>
우리 한국은 이와같은 정세상 배경속에서 새해를 맞이하게 되었는데 우리나라의 국제정치상 좌표설정에 있어서는 다음 몇가지 사항을 각별히 고려에 넣지않으면 안될 것으로 본다.
첫째로, 북괴는 계속해서 전쟁준비에 광분, 남침의 기회를 노리고 있음을 외면해서는 안된다. 이 북괴의 침략정책을 고무해주고 있는 것은 소련보다도 중공이다. 따라서 미.소간 평화공존관계가 한반도에서의 전쟁발생을 억제한다하더라도 미.중공관계가 개선되기전에는 한국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은 계속 크게 남아있는 것이다. 새해의 외교정책을 논의함에 있어 우리는 잠시도 이점을 소홀히 해서는 안될 것이다.
둘째, 이미 세계 제3위의 경제대국으로 등장한 일본이 불원 아시아에 있어서 비핵국가로서 최대의 군사대국으로 등장하리라는 것은 추호도 의문의 여지가 없다. 군사대국으로 등장한 일본이 그 군사력을 가지고 공산침략을 막는데 있어 약소제국을 도와주는 입장에 설 것인가. 혹은 약소제국의 독립과 주권을 오히려 짓밟는 입장에 설 것인가 현재로서는 확실한 예측을 불허한다.
그러므로 당면해서 우리는 선린우호의 정신과 호혜평등의 입장에서 양국간의 친선협력을 계속 도모해야 할 것이기는 하지만, 그러면서도 한편으로 일본이 언젠가는 우리국가를 지배하게될 공산이 크다는 점을 늘 염두에 두고 경각심을 이완시켜서는 안될 것이다. 우리의 정책목표인 자주국방.자립경제를 달성함에 있어 특히 대일관계에 대한 신중한 고려를 새삼 강조하는 소이도 여기에 있다.

<실리외교의 전개>
세째, 미국의 세력권 정책 후퇴에 대비, 우리는 자주방위태세 확립에 주력해야하는데 그러한 태세의 확립 역시 미국과의 긴밀한 제휴를 전제로 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는 한·미간의 우호친선을 계속 강화해 나가야한다. 그리고 우리는 이미 이데올로기대결의 시대가 퇴색하는 단계에 들어섰음을 솔직이 인식하고, 주로 실리를 추구하는 입장에서 우리를 적극적으로 적대시하지않는 모든 국가에 대해서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또 문화적으로 접근의 손을 내밀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방위의 주체성문제>
내외정세의 변천과 더불어 우리에게 더욱 요구되는 것은 방위에 있어서의 주문성 발언문제이다. 원래 우리의 국방이란 『헌법을 수호하고, 자유와 독립을 보전하며, 국가를 방위하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며, 나아가 국제평화 유지에 공헌』하는데 있다. 따라서 이러한 국방의 임무를 다하기위해 우리 자신이 그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은 요지부동의 대원칙이라고 할 수 있다.
국제군사정세의 변천과 닉슨·독트린의 전개에 따르는 주한미군의 감축현상등은 전기한 명제를 정말 피부로 느끼게 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이제 우리의 방위체제는 종래의 의존적인 태도를 벗어나 자위정신을 바탕으로 무슨 일이 있더라도 우리나라는 우리 스스로가 지킨다는 주체성에 입각하여 우리의 방위력을 튼튼히 해야할 전환점에 서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선 정신적인 자세를 확립해야 할 것은 물론, 이에 발맞춘 군기구의 정비와 관리제도의 개선, 경제적인 군운영, 군수물자의 국산화, 우리 정세에 알맞는 군사교리의 발전등 국방태세 전반에 걸친 일대쇄신이 요구되고 있다.
그렇다고 국방태세에 있어서의 자위·자조정신의 발휘가 곧 우방의 지원과 협조를 배제하는 것이 아님은 물론이다.
자위·자조정신의 진작은 현정세에 비추어 오히려 우방의 지원과 협조를 적극화할 수 있는 길이 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일이며, 그것만이 북괴가 시도하는 이른바 자력무장공산혁명계획에 가장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길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국내정세의 안정추구>
우리는 이 한해가 국방상 중대한 전환의 시기가 될 것을 명심하면서 국방이 국내정세의 안정과 번영에 직결돼 있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국방의 완벽을 기하기 위해서는 비단 군사적인 측면만이 아니라 정치·경제·외교·문화·과학등 그밖의 온갖 비군사적분야 또한 조화되고 균형된 발전을 이룩함으로써 비로소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은 새삼스런 설명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특히 우리는 북괴로부터 시간과 공간을 가리지않은 다면적인 공세를 받을 것을 각오하고 이 모든 공세를 물리칠 수 있도록 대비하여야 하는 것이다. 그것은 본질적으로 장기적인 대결이라고 할 수 있으므로 그에 따라 가장 중요한 것은 지구적인 우리의 내부안정과 발전이라고 하겠다.
오늘날 국방이나 안보문제를 논하면서 외부로부터의 침략에 대비하는 것과 아울러, 내부의 안정문제가 중요시되고 있는것은 하나의 국제적인 현상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정치의 안정, 경제의 번영, 사회의 정화, 사회질서의 확립등 그 어느 한가지도 방위와 직결되지 않은 것이 없다는 것을 결코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지난날 6·25나 1·21사태를 회고할때 거기에는 우리 자체의 허점이 없지않았다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모든 분야에 걸쳐 허점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북괴의 무모한 도발과 전쟁을 억지하는 관건이 될 것임을 깊이 자각하고 전진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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