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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5개국에 동포, 가장 넓게 퍼져 사는 민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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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2년 12월 22일 제물포(지금의 인천) 항구. 개신교 신자를 비롯해 121명의 조선인이 하와이로 이민을 떠나기 위해 모여들었다. 손에는 대한제국 유민원이 발행한 여행 집조(執照·여권에 해당)가 들려 있었다. 유민원은 요즘으로 치면 이민국에 해당한다. 이들은 1903년 1월 13일 하와이 호놀룰루 항구에 도착했다. 질병검사 등을 거쳐 최종 상륙허가를 받은 사람은 86명. 대한제국이 추진한 첫 공식 이민이 성사되는 순간이었다.

 하와이 이민보다 39년 앞선 1863년 가을. 함경도 무산 일대에 살던 농민 최운보와 경흥 지역에 살던 양응범이 농민 13가구를 이끌고 두만강을 건너 러시아 영토인 연해주에 정착했다. 계절 영농을 위해 연해주로 나갔다 들어오는 게 아니라 영구적으로 이주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올해는 하와이 이민 110주년이다. 하와이 이민은 정부가 주도한 첫 공식 이민이다. 그러나 학계 일각에선 ‘한민족 디아스포라(Diaspora·이산)’의 출발점을 1863년으로 봐야 한다고 보고 있다. 고려대 노문학과 김진규 교수는 “생존을 위한 자발적인 대규모 연해주 이주의 역사를 이민사의 기점으로 삼는 것이 합당하다”고 주장했다. 연해주 이민을 기준으로 하면 올해는 한인의 해외 이주 150주년이다. 이민사를 110년으로 보든, 150년으로 보든, 한민족은 이제 지구상에 가장 넓게 퍼진 민족이 됐다.

 재외동포재단에 따르면 2011년 기준으로 재외동포는 175개국에 726만 명으로 집계됐다. 재외동포재단 김봉섭 조사연구팀장은 “빠르게 팽창 중인 중국계가 130개국 이상에 퍼져 있고 , 730여만 명의 유대인들이 100여 개국에 나가 있는 것을 감안하면 175개국에 진출한 한민족은 현재로선 지구촌 구석까지 가장 넓게 퍼져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민족공동체문화연구원 이서행(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원장은 “남북한 인구를 합친 기준으로 한민족의 해외 진출 비율은 10%나 된다”며 “이는 세계 평균(3%)보다 압도적으로 높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본국 인구 대비로 보면 한민족은 이스라엘·아일랜드·이탈리아에 이어 세계 4위”라며 “해가 질 날이 없는 민족이 됐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중앙일보는 창간 48주년 기획으로 미국·중국·일본·러시아·독일·카자흐스탄 현지 취재를 통해 재외동포 사회의 현주소 등을 4회 시리즈로 점검한다.

◆특별취재팀(미국·중국·일본·러시아·카자흐스탄·독일)=장세정(팀장), 강인식·이소아·정원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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