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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없이 진행하는 만성 B형 간염,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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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북으뜸내과 한우식 원장

바이러스 간염은 바이러스로 인해 간 조직에 염증이 생기고 합병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간염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에는 여러 종류가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B형간염 바이러스(HBV)에 의해 생기는 만성B형간염이 가장 흔하다. 과거 1980년대의 국내 HBV보유자는 전 인구의 8%를 상회하였으나 2007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의하면 3.7%정도로 감소하여 B형간염 바이러스 보유자수는 약 180만명으로 보고되었다.

이는 1985년부터 국내에서 B형간염 백신접종이 본격화되고 동시에 1990년대초부터는 B형간염산모의 출산아동에 대한 백신 및 HBIG 면역글로블린 동시접종이 실시된 결과라고 보여진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국내 HBV보유자수는 여전히 많은 편이다. 만성B형간염에서 매년 1.5~2.5%정도가 간경변으로 진행한다. 그리고, HBV보유자는 간질환으로 사망할 위험도가 정상인보다 30~100배 높다.

또한, 만성B형간염의 경과중 혈중 바이러스농도(HBV DNA)가 높게 유지되고 e항원 혈청전환이 지연될수록 그리고 재활성화가 빈번할수록 진행은 빨라지고 그로 인해 예후가 더 나쁘며, 나이가 많아질수록 간경변의 빈도가 증가한다. 간경변이 되면 매년 6%정도가 간부전상태로 빠지고 복수나 부종, 식도정맥류출혈(토혈), 감염 및 간성혼수를 경험하게 된다.

간경변에서 매년 2.5~4%정도가 간암으로 진행한다. 또한, 만성B형간염은 다른 간질환과 달리 간경변을 거치지 않고도 간암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다른 간질환에 비해 보다 철저한 간암선별검사가 필요하다. 정기적인 진료와 검사가 중요한 이유는 이러한 일련의 진행과정에서 환자 대부분은 별다른 증상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일부 환자에서 간수치가 높거나 간이 안 좋으면 피곤하다거나 울렁거리는 증상을 호소하거나 무기력증을 느끼곤 하지만 필자가 경험한 대부분의 간염환자들은 호소하는 증상이 없었다. 대부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점점 악화되고 돌이킬 수 없을 상태( 간경변말기, 간암말기, 간부전 등)에 이르러서야 증상이 뚜렷하기 때문에 간을 ‘침묵의 장기’라고도 부른다.

HBV보유자임에도 평소 병원진료에 소홀했다면 간경변이나 간암 등으로 발전될 확률은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만성간염, 간경변 및 간암으로의 진행을 막기 위해 HBV보유자가 알아두어야 할 몇 가지 관리 수칙이 있다. 먼저 특별한 증상이 없더라도 최소한 6개월에 한번씩 정기 검진을 받아 현재 자신이 보유한 간의 상태를 잘 확인해야 한다. 보통 정기 검진이라 하면 간수치만 체크받고 간과하기 쉬운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간수치만으로 정확한 상태를 파악할 수가 없다. 따라서, 혈액 검사시에 알부민, 혈소판수치, e항원 양성유무, 바이러스 DNA 농도, AFP(간암표지자검사) 등을 체크해봐야하며 간암의 선별검사로써 영상학적인검사(초음파, CT등)가 정기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다음으로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언제 치료를 시작해야 하는지 의사는 물론이고 환자 스스로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치료 시기를 놓친다는 것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기 때문이다. 간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자신의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 한 후 치료 시기를 결정해야 한다. 불과 20여년 전까지만 해도 만성B형간염은 특별한 치료 방법이 없어 감염되었다는 것은 곧 간경변, 간암 발생 확률이 상당히 높음을 의미하기도 했다. 그러다 90년대 초반 주사제인 인터페론 알파가 국내 처음 도입되면서 치료의 길이 열리기 시작했고 이어 다양한 경구 항바이러스제가 출시되었다. 그러나 동시에 내성발현이라는 문제점도 발생하여 치료에 한계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장기간 꾸준히 약을 먹어도 내성이 발생하지 않는 항바이러스제들이 출시되어 임상적으로 바이러스억제효과를 장기간 지속할 수 있게 되었고 간섬유화를 상당히 호전시킴으로써 치료시기가 적절하다면 간경변을 호전시킬 수도 있게 되었다. 적절한 치료시기를 결정하여 항바이러스 치료를 시작했다면 꾸준하고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꾸준하게 병원에서 진료, 검사 및 치료를 받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간에 좋다는 건강기능식품을 섭취하거나 민간요법을 시행하는 것은 무조건 멀리하는 것이 좋다. 오히려 간에 안좋은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만성B형간염을 감염질환이 아닌 평생 관리가 필요한 만성질환으로 인식해야 할 시대이다. 스스로 증상이 없다고 진료를 받지 않거나 치료제를 중단하거나 규칙적으로 복용하지 않는 것은 간경변이나 간암으로 가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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