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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 후 모유수유 꼭 하세요 유방암 예방 큰 도움 됩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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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암협회 노동영 부회장.

10월엔 세계가 핑크빛으로 물든다. 유방암에 대한 의식을 높이기 위해 1992년 미국에서 시작한 핑크리본 캠페인 때문이다. 매년 10월은 ‘유방암 인식의 달’이다. 이맘때쯤이면 프랑스 에펠탑, 미국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호주 오페라 하우스, 한국 남산N타워 등 각국의 랜드마크에 핑크 조명을 점등한다. 핑크 일류미네이션 행사다.

 국내 핑크리본 캠페인은 대한암협회·한국유방암학회가 주축이 돼 2001년 시작했다. 대한암협회 노동영 부회장(사진·57·서울대암병원장·서울대 의대 외과 교수)은 첫 회부터 이 행사를 이끌고 있다. 그는 유방암 수술 명의다. 지난 13일 오후 4시께 서울대암병원에서 노 부회장을 만났다. 그는 “올해 핑크리본 캠페인 행사는 ‘함께 이겨내세요, 우리가 함께할 때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를 주제로 10월 11·12일 서울 청계천 광장에서 열린다”고 밝혔다.

 국내 유방암 환자가 점차 늘고 있다. 2000년 한 해 5401명에서 2010년 1만6396명으로 증가했다(자료 보건복지부). 갑상선암에 이어 여성에게 많은 암 2위다. 유방암은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환경적·유전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 부회장은 “우리나라는 1990년대 후반부터 고지방·고칼로리 중심의 서구식 식생활로 바뀌며 유방암 환자가 증가했다”고 말했다. 폐경 후 비만과 호르몬요법, 가족력, 알코올, 흡연도 중요한 원인이다.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도 유방암에 영향을 준다. 유방세포는 에스트로겐의 자극을 받아 증식·분화한다. 노 부회장은 “에스트로겐에 노출된 기간이 길면 유방암 위험이 크다. 초경이 빠르고 폐경이 늦은 여성이 해당한다”고 말했다. 출산과 모유수유를 하지 않아도 위험이 높아진다. 노 부회장은 “출산과 모유수유 기간에는 에스트로겐 분비량이 감소한다”고 덧붙였다.

 다행히 유방암을 조기에 발견하면 완치를 의미하는 5년 생존율이 90%에 이른다. 국내 유방암 조기 발견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어 고무적이다. 2000년 유방암 0기와 1기 환자는 각각 6.2%, 25.3%였다. 2010년에는 13.0%, 39.5%로 뛰었다.

 유방암 조기 발견에 기여한 첨병 중 하나가 핑크리본 캠페인이다. 노동영 부회장은 13년 동안 이 캠페인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핑크리본 캠페인은 지난해까지 유방암 인식 개선에 집중했다. 하지만 올해부턴 캠페인의 패러다임을 유방암 예방·근절을 위한 구체적인 행동 실천으로 바꿨다. 노 부회장은 “유방암은 나이가 들수록 환자가 증가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서양과 달리 20·30대 젊은 여성 환자가 많아 치료를 해도 재발률이 높다”고 말했다.

 대한암협회는 유방암 예방을 위해 ▶20·30대 여성의 정기적인 유방암 검진 ▶40대 이상은 매년 유방 X선 촬영 ▶과일·채소 충분히 섭취 ▶적정 체중 유지 ▶음주 제한 및 금연 등의 수칙을 마련했다.

 주 5일 45분 이상 운동하는 것도 중요하다. 자가검진은 유방암 조기 발견에 도움이 된다. 노 부회장은 “매월 월경이 끝나고 3~5일 후 유방이 가장 부드러울 때 샤워하면서 쓰다듬으며 멍울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청계천 광장에서 열리는 핑크리본 캠페인 행사에선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노 부회장은 “한복 고유의 옷고름을 핑크리본으로 해석한 한복 패션쇼에선 유방암 환자, 의사, 모델이 무대에 선다”고 말했다. 청계천·남산N타워·반포대교 등 서울의 랜드마크에는 핑크빛 조명을 점등한다. 유방암 환자와 시민이 함께하는 핑크 퍼레이드도 펼쳐진다.

 페이스북(www.facebook.com/bcackorea), 트위터(twitter.com/elcabcac)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선 핑크리본 행동 서약을 받아 유방암 근절 수칙을 실천하도록 유도한다.

 노 부회장은 “과거에는 암환자를 살리는 게 목표였지만 지금은 치료 후 삶의 질을 높이는 게 관건이다. 앞으로 유방암 환자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핑크리본 캠페인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www.bcacampaign.com/kr)와 페이스북·트위터에서 확인할 수 있다.

황운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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