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흡연·붉은 육류 멀리하고, 섬유소·칼슘 가까이 하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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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암은 ‘부자병’ 혹은 ‘선진국병’으로 불린다. 주로 미국·유럽 등 선진국에서 발병률이 높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젠 옛말이다. 불과 20여 년 전만 해도 우리에게 낯설었던 대장암이 무서운 속도로 늘고 있다. 2011년 국제암연구소(IARC)에 따르면, 우리나라 남성의 대장암 발병률은 세계 184개국 중 4위, 아시아 국가 중 1위다. 국내에서는 갑상샘·위암 다음으로 많이 발생한다. 대한암협회와 대한대장항문학회는 9월을 ‘대장암의 달’로 지정하고 ‘대장앎 골드리본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대장암을 제대로 알자는 의미에서 ‘앎’을 더했다. 골드리본은 건강한 대장·대변을 의미한다. 대장암을 유발하거나 예방하는 ‘Bad&Good’ 7가지를 정리했다.

1. 변비는 대장암의 위험 신호

변비는 대장암의 주요 증상이다. 소장에서 항문까지 연결되는 150㎝의 대장에 암이 생기면 연동운동이 더뎌진다. 변이 제대로 통과하지 않아 변비가 생긴다. 하지만 대부분 변비를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대한대장항문학회 김광호 이사장(이대 목동병원 외과)은 “대개 갑작스런 혈변·복통이 나타나면 대장암을 의심하고 병원을 찾지만, 변비는 방치하거나 민간요법으로 대처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변비는 대장암 발병 위험을 높인다. 대변이 장에 오랫동안 머물면서 대장점막이 독성물질에 노출되는 시간이 길어진다. 상계백병원 외과 배병노 교수는 “변비에 걸려도 위나 소장은 변의 독성물질과의 접촉 시간이 짧지만 대장은 길다”며 “변비가 대장암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 이유”라고 말했다.

 실제 대장암 환자 7명 중 1명이 대장암 진단 전, 변비를 경험했다. 지난 3년간 대장암 수술을 받은 1만 7415명의 환자를 조사한 결과다. 전체 환자의 23.5%(2609명)가 변비에 걸린 적이 있었다. 또 변비가 심할수록 직장암(대장암의 일종) 발병 후 생존율이 낮다. 변기진단표(CCSS) 수치가 8점 이하일 경우 5년 생존율이 81.4%였으나, 8점 이상일 경우 63.9%에 불과했다. 삼성서울병원 외과 이우용 교수는 “변비가 대장암 유발인자인지에 대한 학계의 의견은 아직까지 분분하다”며 “이 같은 연구결과를 통해 연관관계를 유추할 수 있다”고 말했다.

2. 붉은 육류, 대장암 원인 1순위

육류 위주의 서구식 식습관은 대장암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돼지고기·소고기·양고기 등의 붉은색 육류가 위험 요소다. 배병노 교수는 “육류 같은 동물성 지방을 분해할 때 소화기관에서 담즙산이 분비되는데 이것이 오랫동안 장과 접촉하면 대장 점막을 자극해 발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또 붉은색 육류에는 철분이 많다. 이것이 분해될 때 많은 양의 활성산소가 발생해 DNA를 손상시켜 암 발생의 원인이 된다는 주장도 있다. 배 교수는 “육류 자체가 유해한 것이 아니라, 육류를 소화하기 위한 체내 반응이 대장암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2007년 세계암연구재단과 미국암연구협회는 명확한 대장암 위험요인 중 하나로 붉은 육류를 꼽았다. 이외에도 라면·팝콘·감자튀김·도넛 등 트랜스 지방산이 많이 함유된 튀김류도 대장암 위험요인이다.

3. 음주·흡연, 대장암 발병률·사망률 높여

술과 담배가 암을 유발한다는 뚜렷한 근거는 없다. 하지만 이를 자주 접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발병률을 비교하면 월등한 차이가 나타난다. 배 교수는 “일주일에 술을 7잔 이상 마시는 사람은 전혀 마시지 않은 사람보다 대장암 발생 위험도가 60% 이상 증가한다”고 말했다. 과도한 음주는 대장 점막에 자극과 손상을 줘 대장암 발생을 높인다.

 흡연도 마찬가지다.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대장암 발생률이 25%, 대장암으로 인한 사망률이 30~40% 높다. 배 교수는 “특히 대장암 치료 시 흡연하는 환자는 재발률이 높고 생존율이 낮다”고 말했다.

4. 대장내시경, 대장암 조기진단 가장 효과적

대장암은 초기 증상이 없다. 환자가 자가진단으로 조기에 발견하기 어렵다. 배 교수는 “혈변·복통·배변습관 변화 등의 대장암 증상이 나타날 땐 이미 대장암 2기를 넘어선 상태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대장내시경은 대장암 진단에 가장 효과적이고 정확한 검사로 꼽힌다. 카메라가 장착된 긴 관을 항문으로 삽입해 대장과 직장 전체를 관찰한다. 대장암의 전단계인 용종(폴립)까지 발견할 수 있다. 용종을 미리 제거하면 대장암으로 발전하지 않는다. 배 교수는 “대변 잠혈반응 검사는 용종과 초기 대장암 진단이 어렵다”며 “일반인은 5~10년, 용종이 발견된 사람은 2, 3년,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1, 2년마다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는 게 좋다”고 말했다.

5. 섬유소, 최고의 대장암 예방식

육류가 대장암의 원인이 되는 반면, 채소는 대장암 위험도를 낮춘다. 채소에 함유된 섬유소 때문이다. 섬유소는 대변이 대장이 머무는 시간을 단축한다. 담즙산과 같은 발암 물질과의 접촉이 감소한다. 또 섬유소가 풍부한 채소·과일에는 항암 효과가 있는 비타민C와 항산화제인 카로티노이드, 항암 성분인 플라보노이드 등이 함유돼 대장암 예방에 좋다.

 단, 무조건 채소류만 먹는다고 안전한 건 아니다. 배 교수는 “체내 면역세포는 단백질이 부족하면 제대로 생산되지 않는다. 채소만 먹으면 오히려 면역력이 떨어져 체내 항암기능이 저하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섬유소를 가급적 많이 섭취하되, 적당한 육류도 곁들여야 한다는 게 배 교수의 설명이다. 가급적 붉은색 육류보다 생선이나 닭가슴살 같은 흰 살 고기를 먹도록 한다.

6. 칼슘, 대장암·전립선암·골다공증에 효과적

칼슘도 대장암 예방에 효과적인 영양소다. 대장에 유해한 담즙산, 지방산과 결합해 대장을 보호한다. 또 칼슘이 대장 내 상피세포 증식을 억제해 암이 생기는 것을 억제한다. 칼슘과 비타민D를 함께 섭취하면 대장암은 물론 전립선암·골다공증 예방에도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가 있다. 배 교수는 “칼슘은 편식하지 않으면 필요량만큼 섭취할 수 있으므로 일부러 칼슘제제를 복용할 필요는 없다”며 “단, 고령자는 칼슘 흡수 능력이 떨어지므로 칼슘제제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7. 운동, 암을 예방하는 최고의 습관

운동은 대장암 발병률을 약 40% 낮춘다는 연구가 있다. 운동을 하면 신진대사가 상승하고 장 운동이 활발해진다. 배변이 원활해져 발암 물질과 대장 점막이 접촉하는 시간이 짧아진다. 또 운동을 하면 평소보다 물을 많이 섭취하게 된다. 물은 장내 물질을 부드럽게 하고 잠재적 발암 물질의 농도를 희석시킨다. 배 교수는 “운동의 효과는 여러 연구로 이미 입증됐다. 주 5회 이상, 하루 30분 땀이 날 정도로 운동하라”고 권했다. 이어 “운동의 강도가 강하다면 주 3회 규칙적인 운동으로도 충분하다. 운동의 종류는 상관이 없다”고 덧붙였다.

오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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