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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 지령 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미국에서는 새가 비행기에 부딪쳐서 일으키는 사고가 해년 1천6백 건이 넘는다는 통계가 나와 있다. 비행기의 대적은 실은 천 후가 아니라 새들인 것이다.
미 공군에서 만도 조 해로 인해 수리비용이 약 5백만 달러, 제트·엔진 속에 새가 뛰어들어서 생기는 고장수리에 4, 5백만 달러나 오른다고 한다.
세계에서 가장 새가 많이 번식한다고 알려지고 있는 캐나다에서는 지난 2년 동안에 적어도 5대의 공군 제트기가 추락했다. 이래서 캐나다의 공군기지에서는 천 후 측후소와 함께 조 군 이동측후소라는 것도 병설되어 있다 한다.
이렇게 무서운 게 새이기는 하지만 역시 하늘에는 새가 있어야 하고, 숲에는 짐승이 살아야 한다. 그러나 새들이 차차 자취를 감춰가고 있다. 얼마 전에 렉스프레스 지에서도 권력의 상징으로 알려지고, 각국가나 황제의 문장으로 쓰여지던 독수리가 보이지 않게 된 것을 애석해 했다.
서구에서는 하늘의 대군 세에 가장 큰 타격을 준 것은 환경의 악화 때문이다. 여러 구획 정리로 숲·늪이 헐려 새들이 집을 잃게되고, 또 해상표면을 뒤덮은 중유 막이 수 조류에 피해를 줬고, DDT도 큰 적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 나라에서는 새들의 제일 큰 적은 인간이다. 렉스프레스 지에 의하면 어느 늪 지방에서는 번식기의 새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마을 사람들이 야경까지 섰다. 어느 희극배우는 자기의 별장 지를 새의 생식지로 개조하기까지 했다. 언젠가는 프랑스와 벨기에의 청소년 3만 명이 숲을 가꾸고 상처 입은 새들을 손질했다.
이런 일이 우리네에서는 전혀 없다. 그저 닥치는 대로 쏘아대고 잡아먹고 한다. 어느 프랑스 인이 참새구이 얘기를 듣고 너무 잔인하다고 말했다. 그러는 너희 네는 식탁 위에 큰 짐승의 머리를 그대로 올려놓고 먹지 않느냐고 되물으니까, 그건 육식용으로 사육한 것이며 그 이 외의 조수는 철저히 보호한다고 대답했다. 어느 쪽이 더 잔인하냐는 것은 둘째 문제이다. 자연을 헐벗기 우는 게 곧 인간을 헐벗게 만든다는 사실을 우리는 저버리고 있는 것이다.
뒤늦게 야 참새·꿩·뜸부기의 사냥을 제한하는『조수보호 수렵법』이 개정됐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제한의 소극책으로 그치고 있다. 기금 비둘기나 꿩들에게 아쉬운 것은 엽 총 알을 덜 받는 게 아니다. 살집이 문제된다. 그리고 자연의 모든 것을 아끼는 마음씨가 더 크게 문제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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