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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영·기성용, 일단은 'NO'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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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홍명보

심사숙고했다. 그러나 결정은 단호했다. 홍명보(44) 축구대표팀 감독이 박주영(28·아스널)의 대표팀 선발 여부와 관련해 시기상조라는 견해를 밝혔다. “상황마다 원칙이 바뀔 순 없지 않느냐”며 예외를 적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추석 연휴 기간 중 영국에서 뛰는 유럽파 선수들을 만난 뒤 귀국한 홍 감독은 23일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소속팀 아스널에서 부진한 박주영을 다음 달 열리는 브라질전(12일·서울월드컵경기장)과 말리전(15일·천안종합운동장) 등 두 차례의 대표팀 평가전에서 발탁할 것인지가 관심사였다.

 홍 감독은 “부상에서 갓 회복해 팀 훈련에 합류한 상태”라고 근황을 전한 뒤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니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었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셀타 비고(스페인) 임대를 마치고 올여름 아스널에 복귀한 박주영은 타 팀으로의 이적을 추진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아스널은 프리미어리그 엔트리 25명에는 박주영을 포함시켰지만 실전에는 단 1분도 활용하지 않고 있다. 유럽 챔피언스리그 명단에는 아예 제외됐다.

 경기에 뛰지 못하면서도 뾰족한 해결책이 없는 박주영의 현 상황은 홈 감독에게도 큰 고민거리다. 홍 감독 역시 영국으로 건너갈 때까지는 박주영의 발탁 가능성을 미리 걸어잠그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칙론으로 결론을 내린 건 두 가지 정도 이유가 있다.

 우선 박주영의 컨디션이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나빴다. 홍 감독은 “두세 경기 정도 못 나선 것과 장시간 벤치를 지킨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면서 “훈련 기간이 짧은 대표팀에 (박주영을) 데려오는 게 컨디션 회복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축구인 중에는 박주영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는 현실론이 많았지만, 팬들 사이에서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여론이 생각보다 강했다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홍 감독의 측근은 “홍 감독이 박주영에 대해 기대감을 갖고 있는 건 분명하다”면서도 “박주영이 몸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브라질·말리 등 강호들과의 평가전에 나섰다가 부진했을 경우 재발탁의 명분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점을 걱정하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여론을 잠재울 수 있는 명분을 만드는 건 이제 박주영의 몫이다. 홍 감독은 “박주영이 대표팀에 대한 의지가 있다는 것은 확인했다. 어떻게 해야 할지는 본인이 잘 알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홍 감독은 ‘SNS 파문의 장본인’ 기성용(24·선덜랜드)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기성용은 미드필더 보강과 맞물려 ‘추가 발탁 1순위’로 지목받고 있지만, 올 시즌 개막 직후 스완지시티에서 선덜랜드로 이적해 새 팀 적응에 전념해 왔다. 홍 감독은 기성용이 최강희 전 감독을 조롱한 SNS 파문에 대한 언급 없이 “기성용이 새 팀에서 경기에 나선 지 얼마 안 된 데다 최근에 감독이 바뀌는 등 우여곡절이 많아 좀 더 지켜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축구협회는 30일께 브라질전과 말리전에 참가할 선수 명단을 발표할 예정이다.

인천=송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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