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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후보의 대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김대중 신민당대통령후보는 19일 기자회견을 통해 현행 향토예비군대신 제1보충역으로 향토경비대를 창설, 공비토벌작전을 전담케 하는 등 후방방위전력을 이원화하는 내용의 예비군폐지대안을 제시했다. 이 안은 ①향토경비대를 내무부장관 단독 장관 하에 두고 ②향토방위 업무만을 수행케 한다 ③인적자원을 제1보충역에서만 구한다 ④연고에 따라 지역단위로 편성한다 ⑤일정기간만 복무케 한다 ⑥근무방법에 있어서 상시 상근케 한다 ⑦장시 동원태세를 완비한다 ⑧취약지구와 중요시설주변에만 배치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⑨일반 장비 외에 상당한 기동장비를 갖춘다는 것 등을 골자로 한 것이다.
신민당의 대통령후보가 지방유세를 벌이는데 향토예비군제의 폐지를 주장하게 되자, 그 가부를 둘러싸고 여야관계는 한동안 긴장상태에 빠졌었다. 여당은 김 후보의 향군폐지 주장을 가리켜 국가안보를 도외시한 인기전술의 소치라고 격렬한 어조로 비난한바 있었던 것이다. 이에 대해 신민당은 김 후보의 주장이 결코 무책임한 선동이 아님을 보여주기 위해 향토예선군의 대안은 국민 앞에 제시하겠다고 약속했던 것인데 그 약속이 마침내 구현하게 된 것이다.
향토경비대 창설안을 검토해 보건대 이 안은 현행 예비군의 조직 및 운영에 있어서 현저하게 드러난 결함을 전면적으로 시정하면서 후방방위전력을 계속 확보하되 그 명칭을 향토경비대로 바꾸자는 것으로 평가된다.
향토경비대 의 창설안을 보면 장차 있을지도 모를 전면전대선 태세, 훈련시설의 확보문제 등 기술적인 애로의 부고려, 또는 병력충용자원에 있어서의 몇 가지 현실적인 문제가 제기될 것으로 보이나, 그 근본취지에 있어서는 예비군제를 전적으로 폐지하겠다는 김 후보의 주장이 결코 후방방위전력을 약화시키자는 것이 아니고, 현행 예비군제도의 결함을 시정하자는데 그 진의가 있었음을 가히 알 수 있다. 따라서 처음부터 대안을 내세우면서 예비군폐지를 주장하였더라면 오해를 사지 않았을 것이요, 이 문제로 말미암아 정계가 떠들썩하지는 않았을 것이니 우리는 이점을 아쉽게 생각한다.
신민당은 이 사건을 좋은 교훈으로 삼아 앞으로 정부시책을 비판, 또는 공격하는데 있어서는 반드시 합리적인 대안을 내세우는 정책 정당이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요, 또 정부·여당의 입장에서는 비록 반대당이 내세우는 대안이라 하더라도 그중 합리적인 것은 대담하게 받아들여 이를 시책면에 반영시키는데 조금도 인색지 않아야 할 것이다. 정당정치의 가장 큰 장점의 하나는 경쟁하는 정당들로 하여금 제각기의 입장에서 정책상 주장을 내세우게 함으로써 정책대결이 행해지는 동안 국가시책이 보다 더 합리적인 것에 접근할 수 있다는데 있다. 앞으로 우리나라 정당들도 감정적인 대립을 지양하고 좋은 정책을 제시하는데 선의의 경쟁을 벌여 국가시책을 부단히 개선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김 후보의 대안제시로 후방방위태세에 관한 논쟁은 일단락 지은 것으로 아는데 선거시기가 가까와져 적침의 가능성이 늘어날수록 안보문제는 되도록이면 여야간 정책논쟁의 대상으로 삼지 않는 것이 국가의 안전을 위해 현명하다고 생각한다. 안보문제를 가지고 떠들썩하는 것 이상으로 북괴의 심리전전개에 유리한 상황을 제공해주는 것은 따로 없겠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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