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 랩스타 에미넴의 '8마일' 흥행돌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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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8일부터 10일까지의 이번 주말 북미 박스오피스에서, 백인 랩스타 에미넴이 주연을 맡은 반 자전적 드라마 '8 마일(8 Mile)'이 2,470개의 비교적 작은 수의 개봉관으로부터 무려 5,124만불의 어마어마한 수입을 벌어들이며 1위로 개봉하였다. 이같은 수입은 '한니발'의 주말흥행수입 5,800만불에 이어 역대 R등급 개봉작 중 두 번째로 높은 주말흥행성적이다.

지난 주말 1위로 개봉했던 '산타 클로즈 2(The Santa Clause 2)'는 비록 '8 마일'에 1위 자리를 내어 주었지만, 이번 주말에도 수그러들지 않는 흥행세를 나타내었는데, 지난 주말보다 불과 450만불정도만 감소한 2,473만불의 수입을 벌어들이며 2위를 차지하였다. 개봉 10일간 만에 '산타클로즈 2'가 벌어들인 총수입은 6,004만불에 달한다.

1억불 고지를 향해 열심히 달려가고 있는 올가을의 깜짝 히트작, 미국판 '링(The Ring)'은 1,551만불의 수입으로 3위에 랭크되었다. 현재까지 개봉 4주간 벌어들인 총수입은 8,560만불로서 이같은 추세라면 조만간 1억불을 넘어설 전망이다.

지난 주말 데뷔작인 에디 머피-오웬 윌슨 주연의 코믹 액션물 '아이 스파이(I, Spy)'는 881만불의 수입으로 4위를 기록하였고, 711만불을 벌어들인 엽기 코믹 스턴트물 '잭 애스: 더 무비(jackass: the movie)'가 그 뒤를 이었다.

역대 인디 영화들중 최고의 흥행기록을 갱신중인 '마이 빅 팻 그리크 웨딩(My Big Fat Greek Wedding)'은 이번 주말에 다시 585만불의 양호한 수입을 추가하며 6위에 랭크되었다. 개봉 30주째(!)인 이 영화의 현재까지의 총수입은 1억 9,286만불로서 인디영화로서는 최초로 2억불 흥행수입이라는 대위업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한편, 수요일인 6일 일찌감치 상영에 돌입한 브라이언 드팔마 감독, 안토니오 반델라스 주연의 스릴러 신작 '팜프 파탈(Femme Fatale)'은 278만불의 수입에 그치며 9위로 박스오피스 데뷔전을 마감하였다.

이번 주말 압도적 흥행성적으로 1위를 차지한 '8 마일(8 Mile)'은 이 영화를 통해 스크린에 데뷔하는 인기절정의 백인 랩퍼 에미넴이 자신의 디트로이트 힙합클럽 시절을 회고하는 반 자전적 드라마이다.

올해 나이 30살로 본명인 마샬 매터스보다는 에미넴이란 이름으로 잘 알려져 있는 이 백인 래퍼는 99년 '슬림 세이디 LP(The Slim Shady LP)'로부터 2002년 앨범 '에미넴 쇼(The Eminem Show)'까지 약 3천만장에 달하는 앨범판매고를 기록하고 있는 슈퍼스타로 닥터 드레와 함께 내놓은 이번 영화의 사운드트랙 앨범 역시 등장하자마자 빌보드 차트의 정상을 차지하는 등 영화와 마찬가지로 초특급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하지만 90년대 중반 디트로이트의 일주일간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에서는 이와 같은 그의 화려한 업적보다는, 힙합이 격렬하고 신랄한 음악으로만 간주되던 90년대 중반, 가난한 흑인동네에 백인으로 살면서 좌절과 분노를 힙합으로 분출하던 그의 젊은 시절을 재현하고 있다.

'LA 컨피덴셜'과 '원더 보이즈' 등의 걸작을 연출한 커티슨 헨슨이 메가폰을 잡은 이 영화는 리얼함을 살리기 위해 에미넴이 실제로 자란 디트로이트에서 촬영되었는데, 촬영에 에미넴의 친구들이 동원되기도 하였다.

디트로이트 시민들에게 있어서 '8마일'은 부유층과 빈민층 거주지를 가로지르는 경계선으로 익숙한 도로이름이지만(실제로 에미넴은 8마일을 경계로 한 빈민촌에서 자랐다), 지미 '래빗' 스미스 주니어(에미넴)에게 있어서 '8마일'은 자신의 현실과 이상 사이의 심리적 경계이기도 하다. 1995년 겨울 디트로이트, 클럽에서는 45초씩 랩퍼들이 관객앞에서 펼치는 격렬한 힙합 대결이 펼쳐지는데, 지미는 겁이나서 감히 스테이지에 오르지 못한다. 첫 번째 시도가 결국 실망스러운 결과로 끝나고, 여자친구조차 자신의 아파트에서 쫒아내 버리자 지미는 알콜중독의 어머니(킴 베이싱어)가 사는 트레일러 집으로 돌아온다. 퓨처(메키 파이퍼)를 포함한 피부색 다양한 친구들과 새로운 여자친구 알렉스(브리터니 머피)는 지미에게 도움을 주려하지만 실직과 알 수 없는 미래, 그리고 부자들의 세계를 이웃으로 가난하게 살아가는 이의 피할 수 없는 절망감 등은 결코 그를 행복하게 내버려두지 않는다.

영화에는 여러장의 플라티넘 앨범을 기록한 바 있는 아티스트 랩퍼 에미넴 외에도 'LA 컨피덴셜'로 오스카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던 킴 베이싱어가 에미넴의 모친 역을 맡았고, '샤프트'의 메키 파이퍼, '돈 세이 워드'의 브리터니 머피 등이 공연하고 있다.

대부분의 평론가들은 이 영화 및 주연인 에미넴의 연기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워싱턴 포스트의 앤 호너데이는 "에미넴은 자기 자신만의 자신감과 으르릉거리는 듯한 육체적 우아함을 지니고 있다.... 영화내내 그에게서 눈을 떼기란 거의 불가능한데, 이는 무비 스타의 탄생을 알리는 첫 번째 요소이다."고 이 백인 랩퍼의 크로스오버스타로의 등극을 예견하였고, 월스트리트 저널의 조 모겐스턴 역시 "에미넴은 그 자신이 실력파 배우인 동시에 파워풀한 배우임을 증명하였다....이 영화는 올해 지금까지 보았던 할리우드산 영화들 중 어떤 영화들보다도 앞서 있는 작품."이라고 영화 및 배우 모두에게 박수를 보냈으며, 토론토 글로브의 릭 그로운은 "매우 드물게 어떤 영화들은 신화적인 순수함을 지니고 있다. '와일드 원(The Wild One)'이 그 예이고, '토요일밤의 열기'가 또다른 예이다. 이제 그 리스트에 '8 마일'을 추가해야 할 것."이라고 평했다. 또, LA 타임즈의 케네스 튜란은 커티스 헨슨 감독에 대해 "할리우드 최고의 실력을 가진 고전주의자로서 그의 영화들은 마치 본능적으로 올바른 방향을 찾아가는 것처럼 보인다."고 깊은 호감을 표현하는 등, 대부분의 평론가들은 이 영화에 대해 최고의 호평을 나타내었다.

이번 주말 9위로 개봉한 '팜므 파탈(Femme Fatale)'은 매니아 팬들을 거느리고 있는 거장 브라이언 드팔마 감독이 '미션 투 마스' 이후 2년만에 메가폰을 잡은 필름 느와르 풍 스릴러물이다.

보석 강도단의 일원이었던 차가운 아름다움의 소유자 로라 애쉬는 범죄세계로부터 손을 씻고, 자신이 모은 부를 이용해 정치경력을 가진 존경받는 부인으로 변신을 시도한다. 그녀의 이러한 모습은 전직 파파라치인 니콜라스의 주목을 받는데, 그가 카메라로 포착한 그녀의 모습으로 인해 로라는 자신의 과거와 관련된 적들에게 노출되고 교묘하게 연출된 그녀의 현재는 한순간에 무너질 위기에 놓인다. 이제 그녀는 자신의 금전적 능력과 니콜라스의 관음적 본능을 이용해 과거로부터의 고리를 완전히 끊고자 노력하는데...

영화에는 '엑스 맨'의 변신 돌연변이 미스틱 역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레베카 로민 스테이모스가 타이틀 롤('팜프 파탈'은 '악녀'의 뜻이다)인 로라 역을 맡았고, 미남배우 안토니오 반델라스(작년에 비슷한 분위기의 스릴러물인 '오리지날 신'에 출연했었으나 결과적으로 흥행에서는 참패하였다)가 상대역인 니콜라스 역으로 출연하였다.

이 영화에 대한 평론가들의 반응은 호평과 혹평으로 양분되었다. 우선 우호적인 반응을 나타낸 평론가들로서는, 뉴욕 타임즈의 A.O. 스캇이 "만일 당신이 이야기 구성의 통일성과 완성된 연기, 그럴듯한 동기부여를 좋아한다면, 이 영화는 아마 당신에게 맞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캐릭터나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시각적 창의성과 외형적 기교, 그리고 훌륭한 외모의 출연진들이 때로는 흥분과 놀라움을 전달해줄 수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주는 좋은 예이다."고 평했고, 시카고 선타임즈의 로저 에버트는 "이 섹시한 스릴러물은 깨끗하고 우아하며, 매끈한 작품."이라고 엄지손가락을 높이 치켜세웠으며, LA 타임즈의 마놀라 다지스는 "화려하면서도 재미있는 작품."이라고 칭했다. 반면, 이 영화에 반감을 나타낸 평론가들로서는, USA 투데이의 클라우디아 퓨즈가 '의도하지않게 치명적으로 웃기는'이라는 제목의 리뷰에서 "이 영화에서 스테이모스가 연기하는 유혹 장면들은 '쇼걸'에서 엘리자베스 버클리가 보여주었던 장면들을 연상시킨다. 비록 이 영화의 프랑스 로케이션이 '쇼걸'의 라스베가스 씬들보다 나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당신이 정말 골수 친불파가 아닌 다음에는, 이 영화를 보는 '치명적' 실수를 만들지는 마시라."고 공격하였고, 뉴욕 포스트의 메간 터너는 "애처로울 정도로 결함투성이인 영화."라고 일축하였으며, 할리우드 리포터의 주니스 프레스콧은 "심장박동수를 결코 1분에 60회 이상으로 올리지 않는 스릴러물."이라고 비아냥거렸다.

기타 이번 주말 10위권에 든 나머지 작품으로서, 리즈 위더스푼 주연의 '스위트 알라바마(Sweet home Alabama)'가 381만불의 수입으로 7위에 랭크되었고, 다크 캐슬 엔터테인먼트의 특수효과 호러물 '고스트 쉽(Ghost Ship)'이 316만불의 수입으로 8위, 그리고 개봉 3주째인 셀마 헤이엑 주연의 로맨스 드라마 '프리다(Frida)'가 275만불의 수입으로 10위에 턱걸이하였다.

장재일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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