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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경상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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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경상도 김치는 어느 지방의 김치보다도 가장 짙은맛을 내는 것이 특색이다. 우선 양념과 간이 세고, 들깻잎·콩잎·파·부추·풋고추 같은 향기 짙은 재료로 김치를 담그기 때문이다.
이 지방에서는 거의 모든 김치를 멸치젓에 버무려 담그는 것이 특색이면서도 김치종류는 10여 종이나 된다. 이렇게 여러 종류의 김치를 담그려면 자료준비에서부터 국물을 붓는 마지막 단계까지는 보통 열흘이 걸린다.
파·마늘·생강·고추 등 기본양념 이외에도 조기·갈치· 동태·오징어·낙지·새우· 전복·청각·굴·대하·젓갈류, 그리고 석이버섯·배·밤·잣과 깨 같은 다양한 재료를 지나 칠이 만큼 많이 넣어 영양가를 높이는 것도 또한 경상도 지방의 특색이다.
이 곳의 김장철은 12월 초순. 이북 지방에서는 추운 날씨에 얼지 않도록 독을 땅속깊이 묻지만 이 지방에서는 그와 반대로 너무 빨리 익어 시어지지 않도록 김칫독을 모두 묻어둔다. 큰 김칫독 몇 개에 김장을 담그는 추운 지방과는 달리 경상도에서는 작은 독을 10여개 이상 20여 개까지 써서 다음 해 음력 6월이 지나도록 하나씩 꺼내 먹게 된다.
경북 경산 출신으로 12대째 대구에서 살아 온 가문에 출가해 온 안귀동 여사 (과수원을 경영하는 이석희 씨 부인)와 동서 김윤자 여사 (대구외과 소아과 담당)는 이 지방의 전통적인 김장 풍습을 다음과 같이 알려주고 있다.

<총각김치>
자기집 터에서 배추, 무 등을 길러 김장에 쓰는 집이 많은데, 이렇게 길러 담근 총각김치를「텃지」라고 부른다. 텃지는 맵고 새큼한 맛으로 유명한 경상동의 대표적인 김치다.
무우청째 짜게 절여서 씻은 총각무우를 다리지 않은 멧젓(멸치젓)으로 버무린다. 멸치젓의 멸치는 자르지 않고 온마리로 쓴다. 여기에 마늘·생강·고춧가루를 넉넉히 넣고 통깨를 뿌린다. 양념한 총각무우를 독에 차곡차곡 넣고 우거지를 덮어 뚜껑을 닫아두면 다음해 음력 6월까지도 먹게 된다.

<실고추 김치>
배추는 약간 세게 절여 씻고, 파·마늘·생강·고춧가루를 무우 채에 버무린 것과, 실고추·청각·석이·잣·굴 ·통깨·채썬 배·갓 등을 배추포기 사이사이에 충분히 넣는다.
김치 국물은 설전에 먹는 것은 멸치젓 국물·새우젓 국물·대하껍질을 삶은 붉은 물을 쓴다. 멸치젓은 다려서 소쿠리에 조선종이를 깔고 거른 국물을 쓴다. 맛을 돋우기 위해서는 배·갓·굴이나 대하를 넣는데 실고추와 젓 국물 때문에 분홍색의 고운 김치가 된다. 설이 지난 뒤에 먹을 것은 젓갈은 피하고 생 조기의 머리와 뼈를 삶아 국물을 붓는다. 또 늦게 두고 먹으려면 간 조기·갈치를 고춧가루에 듬뿍 버무려 쓰게 된다.

<곤 짠지>
다음해 여름까지 먹을 수 있는 짠 김치로 일명 오그락지라 고도 한다. 무우를 사방 2㎝, 두께 2㎝로 썰어 말린다. 말린 것을 씻어 건져서 갖은 양념에 깨를 넣고 버무린다. 여기에 고춧잎을 넣으면 향기가 있어 좋다. 국물은 메주 국물이나 찹쌀 풀, 조청을 녹인 국물을 붓는다. 젓국은 거의 안 쓰지만·가끔 맑은 멸치장국을 쓰기도 한다.

<동치미>
무우는 작고 딴딴한 것을 쓴다. 독특한 것은 양념을 넣은 배추도 함께 쓰는 것이다. 실고추·미나리·석이·밤·배·잣, 고춧가루는 쓰지 않고 파·마늘, 그리고 경상도의 특유한 방법으로 청각을 함께 통배추에 넣는다. 배추는 우거지를 다 떼 내고 쓰는데 양념을 넣고 실로 묶어 무우와 한 켜씩 썩어 넣는다. 그 위에 우거지를 놓고 무, 배추가 떠오르지 않도록 대나무 가지를 얽어놓고 소금물을 끓여 식힌 것을 붓는다.

<들깻잎·콩잎·부추·파 풋고추 김치>
깻잎과 콩잎은 물을 매일 갈아 가면서 20일쯤 삭힌다. 곧 먹을 것은 살짝 데쳐 쓰지만 오래 두고 먹을 것은 노랗게 되도록 삭힌다. 갖은 양념을 잎사귀 켜켜마다 넣고 국물은 마른 멸치 끊인 물을 간장·설탕으로 간을 맞춰 붓는다. 파김치는 쪽파를 소금에 살짝 절여 순이 죽으면 2∼3개를 함께 쥐어 잎으로 묶어 양념한다. 부추도 소금에 절여 양념하고 멸치젓을 넣어 익힌다. 풋고추는 물에 삭혀 양념한다. <대구= 정영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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