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값과「코피」값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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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쌀값이 7천 몇 백원이라고 해서 야단들이다. 다섯 말들이 한 가마에 7천 원이라고 가정하면 한 되에 1백40원이 된다. 그런데 쌀 한 되 남짓하면 5인 가족의 하루 식량인 것이다. 물론 없는 사람들에게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쌀 한 가마가 7천 원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단위를 낮추어 한 되에 1백40원이라고 계산해 보자는 것이다.
요즈음 다방에 가면「코피」한 잔에 50원씩 한다. 그렇다면 쌀 한 되 값은「코피」가 석잔 값도 못 된다. 누구나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몸을 위해 별로 좋은 것도 아닌「코피」한 잔 마시는, 50원을 아무거리낌 없이 내곤 한다. 「코피」석 잔만 마시면 5인 가족의 하루식량이 없어진다고 생각해 본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을 줄 안다. 그야, 그렇게까지 따지면 사람 살아가는 재미가 없지 않소 하고 넘겨 버리면 할 말이 없다. 그렇다고 하자. 그러면, 「코피」한 잔에 50원, 「신탄진」한 갑에 60원 정도는 필수품이라고 생각하고 매일 1백40원 정도 지출하는 분들은 쌀 한 되 값 1백 40원이 그다지 비싼 것은 아니구나 할 정도로 계산해 볼만도 하다.
다른 물건은 다 낱개 값으로 계산하는데 왜 쌀은 가마 단위로 계산하는지 알 수가 없다. 「코피」한 통 값 얼마라든가, 맥주 한 상자 얼마라든가, 술 한 말에 얼마라든가 하는 큰 단위로 쌀 한 가마 값을 비교하면 좀 감각이 달라질 것이 아닌가?
쌀은 필수품이니까 싸야 한다고들 흔히 말한다. 그렇다. 위 속에 쌀이 들어가지 않으면 죽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은 다른 측면에서도 볼 수 있다. 곡식의 경우 일정한 양 이상은 위장 속에 못 들어간다. 따라서 값이 비싸면 적절량을 우선 순위에 따라 위장 속에 넣고 나머지 쌀은 아껴서 쓸 것이라는 것이다.
술을 만들어 먹고 떡을 빚어 먹고 과자를 만들어 낭비하는 경우가 적어 길 것이라는 것이다. 물론 없어서 못 먹는 경우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주장 속에 넘쳐흐르도록 집어넣는 경우라든가 쓰레기통에 버린 정도의 낭비는 말아야할 것이 아니냐하는 것이다.
쌀값이 비싸다고 비난하는 것도 좋지만 좀더 쌀을 아껴먹고 다른 물건값과 비교해 볼만한 시기도 된 것 같다.
어느 주부나 가구주를 막론하고 그래도 쌀값이 제일 싸단 말이야 하고 시인해야할 줄 안다. 주장 속에 들어가는 가장 중요한 식량 값이 이 정도이니 다른 물건값과 똑같이 비교할 수 있느냐 하는 말이다.
농민이 7∼8개월 길러서 하늘과 겨누면서 정성껏 재배한 쌀 한 되에 1백40원을 준다고 생각하면 고맙게 생각할 수도 있을 성싶다. 우리 인간은 이상하다. 상품의 수요 도라든가, 그 사용가치를 따지면서 가격을 비교하지 아니하고 덮어놓고 필수품은 싸야한다고 생각한다. 필수품은 싸게 사 먹고 다른 수요의 강력 성이 큰 상품에 대해서는 많은 돈을 지불해도 괜찮다고 생각해서는 안 될 것이다.
물론 식량은 모든 사람이 먹어야 하는 것이나, 없는 사람도 배부르게 먹을 수 있도록 싸야 한다는 데에는 이의가 있을 수 없다. 요컨대「코피」·막걸리·담배 같은 것을 위한 지출을 아끼면서 쌀값 지출을 조금 증가시킴으로써 농민의 입장을 이해해 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쌀 한 되 값과 목욕 값·이발 값·술값·담뱃값·교통비·「코피」값 등을 비교해 보면 좋을성 싶다. 박동앙<성균관대 총장·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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