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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지정문화재」|합천군 운암사터 4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지정문화재가 4점씩이나 집중돼 있는 ▼경남 합천군 가회면 둔내리 소재 운암사 터가 문화재 관리당국의 무관심으로 방치돼 탑은 도괴 되고 또 마구 파헤쳐져 있음이 뒤늦게 알려졌다. 지난10월 경남 서북 산악지대를 답사한 한 문화재 전문가는 『그렇게 버려 둘 바엔 지정할 필요조차 없다』고 말하면서 승려마저 달아나 버려 관리자도 없는 체『차마 볼 수 없는 참상』이라고 파괴 상을 전했다.
통일 신라 때의 이 절터에는 3층 석탑(보물480호) 쌍 사자 석탑(보물353호) 비석밑돌인 귀부 (보물 489)등 소중한 옛 조각품이 남아 있음은 물론, 절터 전체가 왕성했던 옛 규모를 고이 간직하고 있는 까닭에 4년 전에 특별 보호조처를 위해 사적131호로 지정됐다. 이 절터는 폐사 된지 오래돼 국가 소유로 돼 있고 합천에서 삼가를 거쳐 약20㎞. 황산기슭의 벽지에 있는 이들 유물 중 3층 석탑은 2층3층들이 마당에 굴러 박살이 났고 도굴꾼에 의해 일부 기단면석까지 넘어 뜨려 입을 훤히 벌리고 있다.
정교한 조각품인 쌍 사자석등은 다리가 모두 동강이나 잡석 굄으로 아슬아슬하게 서 있다. 특히 법당 지의 석축과 돌층계에는 갖가지 주악비천과 가릉빈가상 및 사자 등이 아로 새겨 있는데 근년 이곳에 절을 앉힌 승려에 의해 온통 파헤쳐져 버렸다.
현재 빈 절을 돌보고 있는 청순덕 노파(63·가회면 중촌리)는 지난 7월23일쯤 승려 송오기씨(44·합천군 대정면 욱전리)가 한 여승과 함께 종적을 감추어 하는 수 없이 가끔 와서 본다고 말했다고 이곳 답사 자는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 문화재 전문가는 문화재관리국이 최근 문화재 보존 사업을 선전적인 전시효과에만 치중함으로써 궁벽진 곳의 보물들을 돌보려 하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쌍사자 석등이 문화재관리국 지경대장에는 가회면 덕촌리 소재로 돼 있는데, 그것이 현 위치로 옮겨진 사실까지 까맣게 모르고 있음은 문화재관리 행정의 맹점을 여실히 드러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화재관리국의 말=손이 모자라고 바빠서 미처 돌보지 못했다. 곧 조사해서 보호 조처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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