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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과 독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해마다 가을이 되면 신문이나「라디오」를 통해서 가을은 독서의 계절임을 강조해 주고 또 재인식을 시켜준다.
비단 「매스컴」을 통하지 않더라도 가을이 되면 우리들은 마음의 정서적인 기분에 사로잡히게되며 자연 책과 가까이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게된다.
이제 우리가 결혼한지 4년, 지금은 두 아이의 엄마가 되어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책을 보고싶은 열의는 결혼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뻔한 살림살이에 내가 읽고싶은 책을 욕심을 부려서 사보기란 퍽 힘들고 두려운 일이다. 하다 못해 월간잡지 한 권도 가계의 지출을 우려해 단념하는 나에게 어쩌다 그이가 선물로 책을 사들고 들어오실 때는 최대의 기쁨과 만족을 느끼며 감사 하여왔다.
좋은 책을 읽고 난 후의 마음 흐뭇한 감은 이루 표현할 수가 없으며 또한 깊은 환상에 사로잡히게 된다. 책을 읽는 순간엔 혼자 있어도 외롭지가 않고 긴 시간도 무료하게 느껴지질 않는다.
군인인 남편을 따라 고도인 백령도에 온지가 1년 5개월, 멀리 바다건너 이북이 보이는 참으로 외롭고 버림받은 섬이다. 매일 보아야될 신문조차 1주일씩이나 밀려서 보아야한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인데 귀뚜라미 소리에 마음이 설레어 잠이 안 오는 밤에는 책을 읽으며 귀뚜라미와 함께 드새우고 싶은 심정이다. 아무래도 그이에게 부탁해서 읽을 만한 책을 빌려다 달라고 간청해 보자.
이혜정(주부·경기도 옹진군 백령면 북포리 공군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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