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쟁의에 몰린 부도 「선행조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전국 자동차 노조 서울「버스」지부(지부장 김덕정)는 22일 종업원들의 처우개선을 내걸고 오는 11월 3일까지 사업자 조합 측이 납득할만한 조건을 제시하지 않으면 쟁의에 들어가겠다고 업자 측에 공고했다. 노조 측은 사업자들이 「버스」 요금이 인상되면 운전사과 차장 등 종업원들의 임금을 인상하고 차장들의 기숙사 등 시설을 개선하는 등 처우를 개선하겠다고 지난 9월에 약속했으나 요금이 인상되고 난 뒤에도 아무런 처우개선을 마련하지 않고 있는 것은 기만행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상오 4시부터 밤12시까지 하루 20시간이나 중노동 하면서도 운전사는 하루 일당 2천원, 차장은 일당 5백 40원 밖에 못 받는 점을 들어 노조 측은 운전사와 차장의 임금을 현재 수당 등 각종명목으로 받고있는 총 임금의 50%를 올려 운전사는 월 5만 2천 5백원, 차장은 2만 1천원으로 하고, 운전사의 하루 2교대제 실시, 지입제 때문에 생기는 업주들의 횡포를 막기 위해 지입제 폐지를 철저히 해달라고 주장하고있다.
지난 9월부터 버스 종업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한 노사협의회는 7차나 소집되었으나 4회는 유회 되고 4회에 걸쳐 사업자 조합(시내「버스」 이사장 정용락·좌석 「버스」 이사장 배영환)과 노조 측이 협의했으나 아무런 결론에 도달하지 못했던 것. 「버스」 조합 측은 「버스」 요금이 인상됐으나 각종 세금 부속품 값이 많이 올랐기 때문에 현재에도 적자 운행을 하는 「버스」 업자들이 노조 측의 요구대로 임금을 50%나 올려주면 업자들은 도산의 위기를 면치 못하는 실정임을 내세우고 있다.
노조 측은 업자들이 「버스」 요금만 인상되면 종업원들의 「서비스」도 개선하겠다고 말했지만 실질적으로 차장이나 운전사의 처우가 개선되지 않는 한 최저생활조차 보장 안되고 있는 이들이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하고 있다. 서울시내에서 운행되는 3천 4백 90대의 「버스」에는 5천 3백 35명의 운전사의 7천 2백 32명의 차장이 근무하고 있다.
운전사의 하루 8시간근무에 따른 기본급은 1만 7천 7백 60원, 월급으로 일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고 모두가 일당제다. 이들의 하루 일당은 2천원. 2일 운전하면 하루 쉬도록 돼있으나 하루 18시간이나 되는 중노동 때문에 한 달에 20일 운전하는 사람은 드물고 보통 15일 정도.
운전사들은 일당 외에 만근수당 (만근수당=20일 모두 운행하는데 대한 상금)요금징수 양호수당(실적 많이 올린데 대한 상금) 무 사고수당 등을 합치면 하루 18시간 근무에 3천 5백 원정도 받고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운전사들은 형식상의 임금은 높지만 운전사 과실로 인한 사고 또는 도로교통법 위반 등에 지출되는 경비, 중노동에서 오는 신체 기능 장애와 가정생활의 등한 등을 들어 한 마디로「비참한 현실」이라고 말하고있다.
S교통의 고참운전사 김두호씨(48)는 『상오 4시부터 밤 12시까지 차를 몰고 마지막 손질까지 끝내면 상오 1시나돼야 하루 일이 끝난다』고 말하며 차고에서 집까지 거리가 멀어 1주일에 2일 정도밖에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숙직실에서 잔다』고 했다.
『돈을 좀 적게 벌어도 월급제로 하루 2교대제를 실시, 인간다운 생활을 했으면 하는 게 모든 운전사들의 공통된 바람』이라고 말하는 H교통의 박성규씨(32)는『업주들은 운전사를 돈 벌어들이는 기계로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더우기 여전히 지입제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각 「버스」 회사의 실정에 비추어 운전사에 대한 업주의 권위는 절대적이다.
업주 눈에 거슬리는 운전사는 그 자리를 지킬 수 없다. 장기 정차나 추월 등은 운전사들이 조금이라도 요금을 많이 올려 업주에게 잘 보이려고 하기 때문에 생기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
교통부는 64년도에 교통부 고시 654호로 지입제를 폐지하도록 지시했고 이 지시가 이행 안되자 다시 교통부 고시로 지입제 폐지, 노무관리 일원화를 지시했으나 여전히 실시 안되고 있다.
시내 「버스」의 여 차장은 모두 7천 2백 32명, 대부분 17∼19세의 소녀들이다.
이들의 기본급(1개월)은 4천 8백원(시간 당20원)이지만 운전사와 똑같은 일당제. 각종수당까지 합쳐 일당이 5백 40원정도. 3일에 하루 쉬도록 돼있어 한달 벌이는 1만 8백원. 이들은 모두가 기숙사에 들도록 돼있어 한끼 식대 50원(최소)씩 제하면 한 달 수입은 4천원 정도.
문화재∼중랑교를 운행하는 S교통의 차장 최모(18)양 말에 의하면 입석「버스」의 차장 한 사람이 하루 1천여 명의 승객을 상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화재∼중랑교를 하루 7회 왕복하면 정류장은 연 5백개 거치고 승하차 안내 말을 3천 번은 해야한다고 했다.
어린 몸으로 하루 18시간 정도 시달리다보면 「버스」문에 선 채 조는게 예사라고 .

<현봉채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