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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16代 대통령 취임사] 요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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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중략)우리의 역사는 도전과 극복의 연속이었습니다. 열강의 틈에 놓인 한반도에서 고난을 이겨내고, 반만년 동안 민족의 자존과 독자적 문화를 지켜왔습니다. 해방 이후에는 분단과 전쟁과 가난을 딛고, 반세기 만에 세계 열두 번째의 경제 강국을 건설했습니다.

우리는 농경시대에서 산업화를 거쳐 지식정보화 시대에 성공적으로 진입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다시 세계사적 전환점에 직면했습니다. 도약이냐 후퇴냐, 평화냐 긴장이냐의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중략)우리는 해낼 수 있습니다. 우리 국민이 힘을 합치면, 못할 것이 없습니다. 그런 저력으로 우리는 외환위기를 세계에서 가장 빨리 벗어났습니다. 지난해에는 월드컵 4강 신화를 창조했습니다. 대통령선거의 모든 과정을 통해 참여 민주주의의 꽃을 피웠습니다.

이제 우리의 미래는 한반도에 갇혀 있을 수 없습니다. 우리 앞에는 동북아 시대가 도래하고 있습니다. (중략)우리 한반도는 동북아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중략)우리는 21세기 동북아 시대를 주도적으로 열어 나갈 수 있는 기본적 조건을 갖춰가고 있습니다. 한반도는 동북아의 물류와 금융의 중심지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중략)진정한 동북아 시대를 열자면 먼저 한반도에 평화가 제도적으로 정착돼야 합니다. 한반도가 지구상의 마지막 냉전지대로 남은 것은 20세기의 불행한 유산입니다. 그런 한반도가 21세기에는 세계를 향해 평화를 발신하는 평화지대로 바뀌어야 합니다.

(중략)이제까지 우리는 한반도의 평화를 증진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그 성과는 괄목할 만합니다. 남북한 사이에 사람과 물자의 교류가 일상적인 일처럼 빈번해졌습니다. 하늘과 바다와 땅의 길이 모두 열렸습니다. 그러나 정책의 추진과정에서는 더욱 광범위한 국민적 합의를 얻어야 한다는 과제를 남겼습니다. 저는 그동안의 성과를 계승하고 발전시키면서, 정책의 추진 방식은 개선해 나가고자 합니다.

저는 한반도 평화 증진과 공동번영을 목표로 하는 '평화번영정책'을 몇 가지 원칙을 가지고 추진해 나가겠습니다.

첫째, 모든 현안은 대화를 통해 풀도록 하겠습니다.

둘째, 상호신뢰를 우선하고 호혜주의를 실천해 나가겠습니다.

셋째, 남북 당사자 원칙에 기초해 원활한 국제협력을 추구하겠습니다.

넷째, 대내외적 투명성을 높이고 국민참여를 확대하며 초당적 협력을 얻겠습니다. 국민과 함께 하는 '평화번영정책'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 의혹은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와 세계의 평화에 중대한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북한의 핵 개발은 용인될 수 없습니다. 북한이 핵 개발 계획을 포기한다면, 국제사회는 북한이 원하는 많은 것을 제공할 것입니다. 북한은 핵무기를 보유할 것인지, 체제안전과 경제지원을 약속받을 것인지를 선택해야 합니다.

아울러 저는 북한 핵 문제가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돼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자 합니다. 어떤 형태로든 군사적 긴장이 고조돼서는 안됩니다. 북한 핵 문제가 대화를 통해 해결되도록, 우리는 미국.일본과의 공조를 강화할 것입니다. 중국.러시아.유럽연합 등과도 긴밀하게 협력해 나가겠습니다.

(중략)한.미동맹은 우리의 안전보장과 경제발전에 크게 기여해 왔습니다. 우리 국민은 이에 대해 깊이 감사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한미동맹을 소중히 발전시켜 나갈 것입니다. 호혜평등의 관계로 더욱 성숙시켜 나갈 것입니다. 전통우방을 비롯한 다른 국가들과의 관계도 확대해 나가겠습니다.

(중략)새 정부는 개혁과 통합을 바탕으로 국민과 함께 하는 민주주의, 더불어 사는 균형발전사회,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시대를 열어 나갈 것입니다. 이러한 목표로 가기 위해 저는 원칙과 신뢰, 공정과 투명, 대화와 타협, 분권과 자율을 새 정부 국정운영의 좌표로 삼고자 합니다.

우리는 각 분야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해야 합니다. 외환위기를 초래했던 제반 요인들은 아직도 극복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시장과 제도를 세계기준에 맞게 공정하고 투명하게 개혁해 기업하기 좋은 나라, 투자하고 싶은 나라로 만들고자 합니다. 정치부터 바뀌어야 합니다.

진정으로 국민이 주인인 정치가 구현돼야 합니다. 대결과 갈등이 아니라 대화와 타협으로 문제를 푸는 정치문화가 자리잡았으면 합니다. 저부터 야당과 대화하고 타협하겠습니다. (중략)이러한 국가목표에 부응할 수 있도록 교육도 혁신돼야 합니다.

(중략)경제의 지속적 성장을 위해서도, 사회의 건강을 위해서도 부정부패를 없애야 합니다. 이를 위한 구조적.제도적 대안을 모색하겠습니다. 특히 사회지도층의 뼈를 깎는 성찰을 요망합니다.

중앙 집권과 수도권 집중은 국가의 미래를 위해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습니다. (중략)지방은 자신의 미래를 자율적으로 설계하고, 중앙은 이를 도와야 합니다. 저는 비상한 결의로 이를 추진해 나갈 것입니다.

국민통합은 이 시대의 가장 중요한 숙제입니다. 지역구도를 완화하기 위해 새 정부는 지역탕평 인사를 포함한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해 나갈 것입니다. 소득 격차를 비롯한 계층 간 격차를 좁히기 위해 교육과 세제 등의 개선을 강구하고자 합니다.

(중략)모든 종류의 불합리한 차별을 없애 나가겠습니다. 양성평등사회를 지향해 나가겠습니다. 개방화 시대를 맞아 농어업과 농어민을 위한 대책을 강구하겠습니다. 고령사회의 도래에 대한 준비에도 소홀함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반칙과 특권이 용납되는 시대는 이제 끝나야 합니다. 정의가 패배하고 기회주의자가 득세하는 굴절된 풍토는 청산돼야 합니다.

(중략)오랜 세월 동안 우리는 변방의 역사를 살아왔습니다. 때로는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는 의존의 역사를 강요받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새로운 전기를 맞았습니다.

21세기 동북아 시대의 중심국가로 웅비할 기회가 우리에게 찾아 왔습니다. 우리는 이 기회를 살려 나가야 합니다. (중략)평화와 번영과 도약의 새 역사를 만드는 이 위대한 도정에 모두 동참합시다.(이하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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