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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손' 에 밀렸나, 검찰 조직 보호 위한 선택이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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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오른쪽)와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가 13일 오전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제7차 아시아정당국제회의에 참석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스1]

채동욱 검찰총장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13일 전격 사퇴하며 그 파장이 정치권으로 번졌다. 민주당 등 야권은 국회 법사위원회의 소집을 요구하며 채 총장 사퇴에 ‘보이지 않는 손’이 개입됐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고 새누리당은 야권이 음모론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역공하면서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사정기관인 검찰의 수장을 민주당이 옹호하고, 집권 여당은 한 발 물러서서 바라보는 모양새다. 그간 야당이 검찰과 각을 세우며 대립해왔던 걸 감안하면 이례적인 상황이다.

 새누리당 유일호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채 총장이 최근 불거진 불미스러운 논쟁으로 결국 사퇴의 뜻을 밝힌 데 대해 안타깝고 유감스럽다”며 “검찰 관계자들은 동요하지 말고 흔들림 없이 국민만 바라보며 직무에 임해줄 것을 당부한다”고 밝혔다. 유 대변인은 “사의 표명에 대해 근거 없는 소문이 퍼지고 있으니 법원은 공정한 판단으로 조속히 의혹을 규명해 주길 바란다”고도 했다. 당내에선 채 총장의 혼외아들설의 진실 여부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면서도 그의 사퇴는 불가피했다는 반응이 많다. 검찰 출신의 한 의원은 “채 총장의 사의 표명은 안타깝지만 이런 일이 다시는 없어야 한다”며 “언론 보도가 나오는 빌미를 줘서 시빗거리를 만들었으니 시시비비를 가릴 검찰총장으로선 적절치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청와대와 국정원의 검찰 흔들기”(정호준 원내대변인)라고 성격을 규정했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청와대와 국정원이 합작해 검찰총장을 사퇴시켰다는 세간의 의혹이 확실하게 퍼지고 있다”며 “검찰(의 국정원) 수사 흔들기의 종결판”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등 야권 법사위원들도 오후 긴급 회의를 열어 16일께 법사위 개최를 주장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감찰을 지시한 것은 채 총장을 제거하려는 권력의 음모”라며 “앞으로 진행될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 원세훈 전 국정원장 재판이 공정하게 진행될지 우려스럽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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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당 내엔 채 총장이 원 전 원장을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하면서 청와대와 국정원의 반발을 샀고 청와대·국정원 대(對) 검찰 간 갈등이 빚어졌다고 보는 사람이 많다. 채 총장의 혼외아들설이 보도되는 과정에 정부기관이 개입됐다며 배후 의혹을 제기하기도 한다. 이와 관련, 이번 주 초 당 지도부가 권력기관의 개인정보 제공설을 정식으로 공론화할지를 놓고 고민했다는 얘기도 나돈다. 민주당 한 법사위원은 이날도 “청와대의 확인 없이 현직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이 가능한가”라며 청와대 개입설을 제기했다. 다른 법사위원은 “이건 사퇴라는 이름으로 벌어진 (13일의) 금요일 오후의 학살 참극”이라며 “감찰 공개로 사실상 사표를 종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통령과 여야 대표 간의 국회 3자회담(16일)을 앞두고 청와대가 국정원 개혁을 의제로 요구한 민주당에 ‘수용 불가’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의 법사위 간사인 권성동 의원은 “(채 총장의 혼외아들설을 누설한 게) 청와대라는 얘기는 그야말로 추측”이라며 “뭐만 있으면 (민주당이) 청와대와 국정원을 끌어들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진위야 어떻든 간에 채 총장이 사표를 낸 것은 검찰의 조직 보호를 위해 적절했다”고 평가했다.

권호·이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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