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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위기와 한반도 안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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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마이클 그린
미국 CSIS 고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시리아 공습을 연기한 데 대해 국제 여론은 엇갈린다. 영국 런던에서 발행되는 일간지 데일리 텔레그래프 어느 평자는 “미국과 서방 외교에 사상 최악의 날”이라고 말했다. 이에 비해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오바마 정부가 외교적 해법을 찾기 위해 러시아를 비롯한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들과 기꺼이 협력할 의사를 보인 것을 환영했다. 워싱턴에선 시리아의 화학무기 사용에 대한 대통령의 반응이 서투르다는 평가가 압도적이다. 국제 안보 문제에 미국의 리더십이 이런 불확실성을 유발하는 경우 지구 전체에 파문이 일게 마련이다. 한반도에는 다음 다섯 가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첫째, 이번 사태가 미국의 억제력에 대한 평양의 평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반드시 걱정해야 한다.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은 미 대통령의 금지선을 넘어서서 화학무기를 대량 사용했다. 북한은 알아사드보다 화학무기를 더욱 많이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국제 규범을 위반하는 데 대한 거리낌도 훨씬 적다. 과거 북한은 자신이 대량살상무기를 사용할 경우 미국이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대응할지 모른다는 가능성을 고려해야만 했다. 그랬던 북한이 이제는 위기 사태가 벌어졌을 때 테러 목적으로 화학무기를 제한적·전술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여지가 더욱 커졌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둘째, 미 대통령이 의회와 국민의 여론을 이끌 능력이 없다는 것은 안보 문제에 대처할 미국의 능력에 대한 의문을 부르게 마련이다. 현대사에서 대통령이 의회에 출두해 군을 활용하는 데 대한 지지를 호소하면서 그 결과가 어찌 될지 모르는 상태였던 일은 과거 한 번도 없었다. 의회로 갈 헌법적 기반이 있었다면(그런 것은 없다. 미국의 전쟁권한법은 행정부에 선조치·후협의의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거 리비아를 상대로 훨씬 더 오랫동안 군사력을 사용하면서 미 대통령이 의회로 가지 않은 사실을 뭐라고 설명할 수 있겠는가. 정부에는 미국의 대중과 국제사회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할 일이 매우 많다. 이를 위해서는 의회에 접근해 외교에 있어서의 초당파주의를 과시할 필요가 있다.

 셋째, 러시아의 제안에 대해 알아보겠다는 결정은 베이징과 평양에 희망을 주게 마련이다. 북한의 핵무기에 대해 이와 비슷하게 확증할 수 없고 기한이 무한정 늘어지는 조치를 취하는 데 동의할지 모른다는 희망 말이다. 러시아는 시리아에 실질적인 결과를 초래할 유엔안보리의 모든 결정에 반대하고 심지어 애초에 화학무기가 사용됐다는 사실도 부인하며 외교적 트랙이 진행 중인 가운데 매일같이 알아사드 정권에 무기를 공급하고 있다. 외교적으로 성공적인 결과가 나올 가능성은 작으며 오바마 행정부는 앞으로 몇 주 지나지 않아 군사력을 사용하겠다는 결정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후자는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10일 연설에서 시사했다. 다음 주 베이징에서 열릴 비정부 6자회담에서 주최 측인 중국이 미국과 한국·일본에 이를 촉구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미국이 시리아에 취하는 것과 동일한 외교적 해결책을 북한에 적용하라고 말이다. 그렇지만 여전히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에 대해 결말이 불확실한 외교적 과정을 밟는 데 대해 많은 경계심을 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넷째, 국제사회가 미 의회에 대해 과거에 비해 훨씬 더 고립주의적이라고 평가할 위험이 있다. 이는 지난 2주간 워싱턴에서 일어난 일에 대한 과장된 해석이 될 것이다. 대통령에게 반대한 의원 중 많은 사람이 행정부가 군사력을 사용하는 논리적 근거를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렇게 한 것이다. 공습이 아주 제한적이어서 시리아의 내전에 영향을 전혀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들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알아사드의 행위가 국제 평화와 안보에 심대한 위협이 된다는 말도 들었다. 의회에 혼란이 발생한 이유는 행정부의 혼란스러운 메시지 탓이 더 크다.

 다섯째, 한국 등 맹방이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이번 사례가 미국의 동맹국 방어 의지가 약화한다는 신호가 아니냐고 말이다. 하지만 시리아의 경우 미국이나 미국의 동맹국이 직접 공격을 받은 일이 없다. 또한 현 정부나 과거 조지 W 부시 대통령 정부에서 시리아를 미국의 핵심 이익이라고 인식한 일도 없다. 이와 달리 한국은 동맹국으로서 미군과 다수의 미국 민간인이 있으며 확고한 방위 계획이 존재한다. 여론조사 결과도 한국에 대한 안보 공약을 미국이 지키는 것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워싱턴에서 지난주 벌어진 일들은 한국에 대한 안보 공약의 약화가 아니라는 것을 아는 게 중요하다. 사실 미국 대중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이 공약을 지지하고 있다.

마이클 그린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 부소장·조지타운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