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후보의 정책기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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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신민당의 대통령후보로 지명된 김대중씨는 16일 기자회견을 갖고 그의 정책기조를 밝혔다.
이 정책기조는 그 자신의 개인적인 견해를 밝힌 것이라기보다 재야의 입장에서 차기정권을 잡기를 원하는 신민당의 정책상 공약의 대강을 제시한 것이므로 국민적 입장에서 주목을 요하는 것이다. 선거가 단순한 정당선택이나 인물 선정으로만 끝나지 않고, 여 야간의 정책대결이 되기를 원하는 우리는 제1야당의 후보가 제1성으로 그 정책상 소신을 밝히고 나선 것을 환영하면서 우리의 견해를 제지하기로 한다.
먼저 김씨는 정치적인 면에서 『국민총화』를, 경제적인 면에서 『대중경제』를 제창하였다. 그의 소위 『국민총화』란 국가와 사회를 구분하고, 사회를 정치권력의 예속에서 자유화함으로써 자발적으로 국민적인 단결을 촉구하고, 자유사회의 에너지를 축적케 하자는 것이요, 또 『대중경제』란 자유경제의 원리를 최대한으로 받아들임으로써 국민경제를 관권의 압력에서 해방하자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와 같은 견해는 『정치극소·경제극대』의 자유주의의 원리를 수락하고, 이들 우리 국가 생활 속에 실현해 보자는 것인데, 우리는 이런 견해가 결코 고전적인 의미에서의 자유방임제도에 대한 향수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고 믿고싶다. 다만 그의 이와 같은 경제관에 대한 일말의 불안은 우리나라처럼 민도가 낮은 사회에서 제반공동생활 영역에 대한 정권적 통제를 극소화할 적에 사회경제 적립장에서 아나키적인 분열대신 균형이 잡히고 또 조화를 이룬 질서가 쉽게 형성될 수 있을까 의문이 있다는 점이다.
다음, 주목을 요하는 것은 김씨가 『민족외교』를 통한 비정치적인 남북간 교류와 한반도에서의 전쟁 억제를 의한 미·일·소·중공의 공동 보장책을 요구했다는 사실이다.
생각컨대, 그가 『민족외교』라는 말을 사용한 것은 70년대 국제권력정치에 있어 한국이 점할 좌표를 미리 예상하고 종래와 같은 의존일변도를 탈피, 상호협조와 공동이익증진에 바탕을 둔 우방관계수립의 기조를 구축하는데 불가결한 민족적 역량의 총집결을 호소한 것으로 공감이다. 이점, 그가 조심스럽게 남북간의 비정치적인 접촉의 고려를 제의하면서도 이러한 그의 구상은 북괴가 전쟁을 포기하고 일절의 도발행위를 중지했을 때에 한해서 고려될 수 있는 것이라고 못박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의 반공태세확립이라는 국민적 요청과 결코 승리되는 것은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다만 미·소·일·중공 4대국에 대해 한반도에서의 전쟁억제를 공동으로 보장토록 요구하겠다는 그의 이색적인 주장은 이미 신민당의 유당수가 좌등일본수상에게 비공식회합에서 제의한바 있고, 신민당의 당면정책으로도 채택된바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결코 새로운 것은 아니라 하겠으나, 엄격히 따져 국민에게 환상적 기대를 갖게 할뿐, 현실적으로는 실현 가능성이 없는 주장임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최근 수년내 미·소·일·중공 4대국이 한반도에 대해서 중요한 이해 관계국으로 등장하리라는 것은 부정치 못할 사실이다. 그러나 이들 4대국은 이해관계의 착잡·미묘한 대립으로 말미암아 유엔 내외를 통해서 한번도 자리를 같이해 세계적인, 내지는 지역적인 평화문제를 진지하게 토론하고 협상해본 일이 없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면 이들 4대국으로부터 한반도에 있어서의 평화의 공동보장을 받자는 주장은 지금 이 단계에 있어서는 분명히 연목구어 격이 될 정책이라 하겠기 때문이다.
앞서 김후보는 통일문제는 선거전의 이슈로 삼지 말자고 주장함으로써 사려있는 인사들의 환영을 받은바 있었는데, 진정으로 통일문제를 논쟁의 이슈로 삼지 않고 싶거든 이 문제에 한해서는 앞으로도 의견발표를 신중히 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요컨대 김후보의 이번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이 느낀 일반적인 감상은 야당이 종래와 같은 극한적인 대흥투쟁방식을 지양하고 차분히 가라앉은 어조로 온건한 정책대결에 힘을 기울이려고 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그는 『현정권 아래서 상당한 건설이 이루어졌음을 인정』한다고 했을 뿐 아니라, 통일문제·국방문제 등 자칫 우리의 국론통일에 지장을 줄 염려가 있는 문제에 대해서는 앞으로 정책대안의 제시를 예고하면서 극도의 신중을 기한 것 등 국민에게 안도감을 주는 자세를 보였다. 우리는 내년 선거가 시종일관 이와 같이 여야간의 침착하고 조용한 정책대결로써 원만히 치러질 수 있게 되기를 충심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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