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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클립] Special Knowledge<509>책으로 만나는 정원의 매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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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이은주 기자

정원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국내 출간된 서적 가운데 정원의 매력과 미학을 다룬 책들을 소개합니다. 헤르만 헤세가 자연에 대해 쓴 글부터 세계 가든 디자인의 트렌드를 다룬 책까지 모았습니다, 정원이 선사하는 풍요롭고 아름다운 세계를 책을 통해 만나보세요.① 한국의 정원 : 선비가 거닐던 세계
(허균 지음, 이갑철 사진, 다른세상)

한국 정원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일까. 정원과 자연의 경계를 거의 느끼지 못할 정도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옛 사람들은 비록 인공적으로 조성한 곳이라 할지라도 자연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더 가치가 있고, 경물 또한 원래의 모습대로 있는 것이 즐길 만하다고 여겼다.

정원은 계절에 따라 풍부한 경관을 선사하며 자연의 경이로움을 알려주고 삶의 의미를 성찰하게 한다. ‘정원의 나라’ 영국의 한 허브가든 풍경. [사진 나무도시·다른세상·연암서가]

 『한국의 정원』은 우리나라 정원의 특징과 여기에 담긴 사상과 상징을 살피고 소쇄원, 부용동 정원, 다산초당 등 국내 대표적인 전통정원을 소개한다.

 한국의 정원에서 자연경관이 주인공이라면 인공 경관은 조연이다. 인간은 자연 위에 군림하는 존재가 아니라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존재라는 생각과 지나친 기교와 인위적인 것을 싫어하는 한국인의 특성이 그대로 담겼다. 또 한국 정원엔 유교사상·도가사상·신선사상·풍수사상이 담겨 있다고 말한다. 전남 완도군 보길도에 있는 부용동 정원은 ‘시·노래·춤이 하나로 어우러진 예술철학의 공간’, 또 자연스럽고 소박한 전남 담양의 소쇄원은 선비들의 이상향을 표현한 공간으로 꼽았다.

② 사쿠테이키:일본 정원의 미학
(다치마나노 도시쓰나·마크 킨 지음연암서가)

일본 정원 미학을 다룬 고전이다. 일본 헤이안 시대에 다치바나노 도시쓰나(1028~1094)가 쓴 것으로 일본 정원 디자인 교과서라 불린다. 정원 만들기에 대한 기술적인 지침을 상세히 담고 있어 극도로 절제된 일본의 심미 세계가 어떻게 구축됐는지 보여준다. 일본 정원 미학의 세 가지 핵심은 아름다운 자연 풍경의 간결한 묘사, 풍수사상, 불교로 요약될 수 있다.

경북 입암면 연당리의 서석지 정원. [사진 나무도시·다른세상·연암서가]

 일본 정원에서 흥미로운 대목은 돌을 놓는 일과 정원 만들기가 같은 의미로 쓰인다는 점이다. 돌은 정원을 만들 때 구조재에서부터 형상의 표현에까지 두루 쓰였기 때문에 돌을 놓는 것(이시타테·立石)은 정원 만들기 자체를 뜻했고, 정원 만드는 일을 주로 맡았던 스님들을 이사타테소(立石僧)이라고 했다.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은 “일본 정원이란 돌의 언어로 묘사된 자연 풍경의 시”라고 말한 바 있다.

 일반 독자에게는 지나치게 상세하고 어렵게 여겨질 수 있지만 일본 정원문화의 원류뿐 아니라 천 년 전 동아시아 문화교류의 역사를 들여다보기에 유용하다.

③ 윤상준의 영국 정원 이야기 1
(윤상준 지음, 나무도시)

영국의 유별난 정원 사랑은 널리 알려져 있다. 정원 분야에 기여한 공적을 인정받아 기사 작위를 수여받은 사람이 있고, 2004년 6월부터 8월까지 런던 테이트 미술관에서는 ‘정원 예술’이라는 주제 아래 전시회가 개최됐을 정도다.

 세계의 정원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가든 디자이너들의 대표 정원을 소개한다. 보기만 해도 탄성이 절로 나오는 아름다운 정원 풍경들을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책의 값어치는 충분하다. 영국과 유럽 정원만 300곳 넘게 답사했다는 저자(셰필드대 조경학 박사)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탄탄하고, 깊이 있고, 또 흥미진진하다.

자연의 풍경을 재연한 일본 정원 그림. [사진 나무도시·다른세상·연암서가]

 정원 디자인은 전문 영역이 세분화돼 레이아웃과 식재 중 하나에만 치중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정원의 형태를 가다듬는 레이아웃과 식재 디자인을 동시에 잘 다루는 디자이너로 손꼽히는 존 브룩스에 대해 소개하고, 그가 섬세하게 가꾼 정원 풍경을 구석 구석 보여준다. 찰스 왕세자와 가수 엘턴 존의 정원을 설계한 로즈메리 비어리, 영국 독립영화 감독이자 게이 해방 운동가인 데릭 저먼이 지상에 남긴 단 하나의 정원 ‘프로스펙트 코티지’ 이야기도 영화 스토리처럼 흥미롭다.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의 호수 정원을 설계한 찰스 젱스 이야기도 담았다. 건축 이론가이자 비평가로 유명한 찰스 젱스가 부인의 영향으로 대지 예술로 활동 영역을 넓혀간 이야기에 그의 독특한 미학이 담긴 정원 풍경을 풍부하게 보여준다.

④ 유럽, 정원을 거닐다
(정기호 외 지음, 글항아리)

유럽 여행이라면 흔히 박물관·미술관을 방문하는 일정으로 채워지기 일쑤다. 하지만 이 책을 보고 나면 생각이 달라질 수 있겠다. 유럽 도시 곳곳에 보물 같은 정원들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정원 투어만으로도 충분히 콘텐트가 풍부하고 색다른 여행이 될 수 있다는 걸 알려준다.

 예컨대 이 책이 아니라면 이탈리아 티볼리에 빼어나게 아름다운 두 명원, 빌라 아드리아나와 빌라 테스테가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프랑스 정원이라면 빼놓고 얘기할 수 없는 베르사유궁 이야기, 영국 사람들이 정원을 즐기게 된 문화적 배경 등도 알 수 있다. 런던 근교에 있는 풍경식 정원 가운데 가장 유명하고 영화 ‘오만과 편견’이 촬영된 스투어헤드 정원과 식재의 색깔이나 질감을 통해 공간의 특징을 살린 화이트 정원 얘기도 눈에 띈다. 정기호 성균관대 조경학과 교수가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 독일 정원 연구자 4명과 각각 만나 대담하는 형식이다. 전문적인 내용이 많아 일반 독자는 좀 어렵다고 느낄 수도 있다.

⑤ 정원에서 보내는 시간
(헤르만 헤세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나만의 정원이 없으면 어떤가. 정원이 없다면 정원 디자인에 대한 책들도 머나먼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다. 걱정하지 마시라. 책 한 권을 음미하며 읽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정원 하나를 가꿔놓은 듯한 풍요로움을 만끽할 수 있다. 헤르만 헤세(1877~1962)가 쓴 『정원에서 보내는 시간』이다. 『무소유』로 유명한 법정 스님은 생전에 ‘나에게 감명 깊은 세 권의 책을 꼽는다면, 그 안에 이 책이 있다’고 했다.

 『정원에서 보내는 시간』은 헤세가 31~77세 사이에 자연에 대해 쓴 글을 모은 것이다. 정원을 가꾸는 단순한 노동에서 얻은 일상의 성찰을 담고 있다. 전쟁으로 황폐해진 ‘지옥 같은’ 시대에 그를 버티게 한 것은 자연, 순수한 노동, 작은 기쁨이었는데, 이 모든 것을 아우를 수 있는 공간이 바로 그의 정원이었다. 헤세는 “작은 기쁨들 가운데 가장 으뜸이 되는 것은 우리가 매일같이 자연을 접할 때 느끼는 기쁨”이라고 했다. 과거에『정원 일의 즐거움』으로 출간된 바 있으며, 최근 『정원에서 보낸 시간』으로 재출간됐다.

⑥ 영국 정원 산책
(오경아 지음, 디자인하우스)

가든 디자이너 오경아씨가 영국 유학생활 6년 동안 마음에 위로와 안식을 얻고, 삶의 의미를 찾고, 일을 위한 영감을 얻었던 영국 정원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16년간 방송작가로 일하다 2005년 두 딸과 함께 영국으로 간 저자가 혼자 보기 아까운 영국의 정원을 소개한다. 저자는 ‘당신에게 정원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치유, 의미, 유행, 위대한 완성, 사람들, 디자인, 사랑, 방문이라는 키워드로 나눠 스스로 답하고 이야기를 풀었다. 오씨는 “왜 정원을 만들어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결국 나를 위해서라고 말해야 할 듯싶다. 우리가 정원을 만드는 것은 본능이다. 모두 나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서다. 행복한 일은 나를 위한 정원이지만, 정원은 지나가는 사람까지도 즐거움을 나눠주는 고마움이 있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더 읽을 책들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터 (박상현 지음, 샘터)= 캐나다가 자랑하는 세계적 정원 ‘부차트 가든’에서 일하는 한국인 정원사가 쓴 에세이. 마흔의 나이에 새 삶을 시작하기 위해 찾아간 이국땅에서 정원사로 채용돼 경험한 부차트 가든의 생생한 풍경과 이야기를 담았다. ■ 나를 미치게 하는 정원이지만 괜찮아 (윌리엄 알렉산더 지음, 바다출판사)= 완벽한 정원을 만들겠다며 뒷마당에 꾸민 밭에 꿈에 돈과 시간을 쏟아 붓다가 실존적 위기를 겪은 중년 남성이 쓴 원예 체험기. 흙에서 자신의 욕망을 이루기 위해 도전과 실패를 거듭하며 삶을 성찰한 이야기가 유쾌하게 펼쳐진다. ■ 정원사용설명서 (이성현 지음, 나무도시)= 스스로 ‘꿈꾸는 정원사’라 부르는 저자가 많은 정원을 직접 만들어 온 현장 경험을 녹여 쓴 이야기로 정원 단상, 정원사용 십계명, 행복한 정원사의 일기 등을 담았다. ■ 신의 정원, 나의 천국 (고정희 지음, 나무도시)= 정원 이야기꾼 고정희 박사가 쓴 중세 정원 이야기. 실제 정원이 거의 남아 있지 않은 정원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3년 동안 유럽의 곳곳을 답사하며 썼다. 저자는 『 독일 정원 이야기』 『바로크 정원 이야기』도 펴낸 바 있다. ■ 정원 소요: 천리포 수목원의 사계 (이동협 지음, 디자인하우스)= 미국인 칼 밀러(한국명 민병갈· 1921~2002 )가 조성한 천리포 수목원 이야기. 저자는 6년 동안 101번의 취재를 거쳐 수목원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카메라에 담았다.

※도움말=박정남 교보문고 전략구매팀 과장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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