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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지루한 바닐라, 6시 내 고향 … 제품에 이야기 담으니 판매 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2면

‘체리핑ㅋㅋㅋ’ ‘블루랄라’ ‘바이올레~히’.

 립스틱이나 아이섀도 색상과 관련한 인터넷 댓글 같지만 이달 아식스가 내놓은 운동화 ‘G1’의 진분홍·파랑·보라색 제품에 붙은 이름이다. 아식스코리아는 “소비자가 친근하게 느끼도록 제품마다 애완동물에게 애칭을 붙이는 것처럼 펫네임을 달았다”고 설명했다. 독특한 이름을 통해 제품에 스토리를 담은 것이다. 올봄 ‘오렌지슈루슈’ 등의 애칭을 붙였다가 소비자 반응이 좋자 더 과감한 이름을 붙인 것이다.

 갤러리아명품관의 식품관 ‘고메이494’도 이름을 이용한 스토리 마케팅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만드는 데 오래 걸렸다는 뜻의 ‘지루한 바닐라’, 검은깨와 콩 등이 들어간 선식 아이스크림 ‘6시 내 고향’ 등은 평범한 이름의 다른 맛 아이스크림보다 고객이 처음 선택하는 비율이 5배가량 높다. 레스토랑 ‘테이스팅룸’의 ‘마스카포네 치즈를 완전 처바른 누드 티라미수’도 다른 디저트 메뉴보다 고객 선택률이 세 배 더 높다. 이 백화점 식품·음료 담당 박보영 바이어는 “음식 이름에 재미있는 이야기가 담겨 있으면 고객이 판매사원에게 물어보고 같이 웃으면서 히트 상품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화장품 업계에서는 효능을 부각시키기 위해 제품 탄생 비화를 강조한다. LG생활건강의 와인 성분 화장품 ‘다비’의 경우 미국 캘리포니아의 유명 와이너리 로버트 몬다비 가문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내세운다. 와이너리 노동자들이 캘리포니아의 강한 햇볕 아래에서 힘겹게 일하지만 피부가 건강한 것이 포도와 와인을 항상 접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후지필름은 화장품 브랜드 아스타리프트를 출시하면서 필름회사가 왜 화장품을 잘 만들 수 있는지 강조했다. 필름의 주재료가 콜라겐이기 때문에 피부의 콜라겐 성분에 대해 어느 회사보다 잘 파악하고 있고, 필름의 산화를 막기 위해 개발한 항산화 기술을 피부 노화 방지에 적용할 수 있다는 논리였다.

구희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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