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5백만-그 살림의 현실과 이상(23)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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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서울 시내 교통대책은 홍수로 무너진 둑에 가마니 쌓기이다.
교통지옥에다 차량의 홍수로 길이 막혀 곳곳에서 10분∼15분이 지체되기 일쑤.
그러나 서울시는 지하철건설만이 서울의 교통난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방패를 마련해놓고 역설한다.
서울의 교통난은 시민각자가 매일 매시 피부로 느끼고 있지만 서울시는 교통난이 어느 정도이며 또한 얼마큼 심각한가에 대한 과학적인 자료를 갖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에 교통자료로 가지고있는 데이터는 서울시가 운전 허가한 차량의 총수 혹은 교통인구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지난 66년부터 서울의 교통난은 극심한 현상을 보여왔다. 그러나 교통지옥에서 교통전쟁이란 표현까지 이르도록 되었지만 서울시는 한번도 그 교통난의 실제상황에. 대한 종합적인 통계자료를 얻으려고 계획, 시행에 본적이 한번도 없다. 지난1952년 일본 동경에서 교통 소통을 극복하려고 할 때 그 첫째자료로 기종점 조사(Destination Survey)가 실시되었다.
이 조사로 수도고속도로계획이 성립되었으며 고가도로가 건설되었다. 기종점 조사란 자동차교통의 기종점을 조사하는 새로운 교통조사로 19l5년 뉴요크에서 실시된 것이 처음으로 유럽 각 곳에서도 도시마다 교통난의 해소를 위한 기본적인 조사로 실시되고 있다. 기종점조사는 어느 지역에서 운행 허가된 전체 차량에 엽서를 보내 교통행동의 시발과 종점, 그리고 회수(trip)를 조사하는 한편 시외에서 들어오는 곳곳을 지켜 타도 차량의 출일 상황도 일일이 조사해야된다. 지하철 건설을 앞두고 지난 9월 지하철건설본부에서 처음으로 한국과학기술연구소에 교통인구에 대한 기종점 조사를 의뢰했다.
이 조사는 컴퓨터에 의한 표본조사로 이루어지며 지하철 노선설정에 대한 자료가 될 것이다. 그러나 서울의 교통난은 시민이 차를 타기 힘들다는 교통지옥현상과 함께 차량의 홍수로 도심지에서의 소통이 안된다는 두 가지 현상을 함께 드러내고 있다. 서울의 하루 교통 총량은 3백88만3천3백59대이며 1지역평균이 10만2천l백94대, 1시간 평균이 29만8천7백19대로 되어있다.
지역별 교통량을 보면 시청 앞이 28만1백35대, 광화문 24만2백47대, 광교 입구 15만1천3백8대, 을지로입구 1만3천6대 등이고 시간별로는 아침 러쉬 아워인 8시∼9시 사이에 시청 앞 2만4천11대, 을지로입구 1만4천3백55대, 광화문1만9천7맥3대, 광교 입구 1만2천4대가 각각 통과하고있다. 서울시 통계과에서 조사한 이 자료는 지난7월1일과2일 38개 지역 2백28개 지점에 고정인원을 배치, 통행차량을 조사한 것이다.
현재 서울에는 5만4천5백41대의 각종차량이 있다. 그러나 타도와의 출입 등으로 하루9만대이상의 차량이 서울시내를 돌아다니는 것으로 집계된다.
하루교통량 3백88만3천3백59대 가운데 최고교통차량이 영업용 택시로 46.1%를 차지하며 버스는 14.3%, 자가용은 29.3%이다.
서울의 교통난을 극복하려면 무엇보다도 먼저 교통에 대한 기본적인 통계자료가 필요하다. 그러나 서울시는 통계자료수집을 위한 예산책정에는 너무도 인색한 감을 주고 있다. 따라서 기본적인 자료가 없기 때문에 고가도로설치 순위문제를 비롯, 도로 확장 및 신설 등 교통난해소를 위한 각종 전설공사마저 주먹구구식으로 이루어지며 즉흥적 내지 어느 개인의 근시안적인 아이디어로 시행되기가 일쑤이다. 날로 극심해지는 서울의 교통을 원활히 하기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기종점 조사 등 근본적인 교통조사를 철저히 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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