킨더만·디트리히교수 초청 간담회|연극 통한 한·오 이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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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ITI 한국 본부는 오스트리아 빈대학의 저명한 연극 교수 하인츠·킨더만 박사와 바르그레트·디트리히 여사를 맞아 25일 하오 6시 외교 구락부에서 국내 연극인들과의 간담회를 마련했다. 이날 모임에는 유치진 이해낭 정인섭 오영진 여석기 최덕수 이진순 김의경 강유정 김세중씨 등 ITI 회원 및 국내 연극인들과 두 교수를 초청한 손재준(고대) 정원지(중대) 교수 등이 참석, 세계 연극 운동의 현황에 대한 의견을 나누었다.
오스트리아 연극계의 현황을 얘기한 킨더만 교수는 오스트리아의 연극은 5백년 동안이나 여러 층의 대중 속에 묻혀 살아오고 있다면서 『오스트리아의 국민들은 극장을 자기네들이 살고 있는 세계의 거울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스트리아에는 특히 빈의 국립극장들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는데 이들 극장은 해마다 정부로부터 3억쉴링(약 36억원)이상의 보조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국립극장들은 회원제로 운영되고 있어 회원이 되려면 보통 1∼2년을 기다려야 하며 이밖에 희극 등 가벼운 작품을 상연하는 사설 극장과 전위 연극을 공연하는 지하 극장 등이 30여개나 있다는 것이다.
또 킨더만 박사는 50년 전에 개설된 잘츠부르크·페스티벌은 이미 세계적으로 이름나 있고 이밖에 30여개의 지방 도시에서 각기 특색 있는 연극 페스티벌이 열리고 있다면서 『오스트리아는 찬란한 연극의 나라』라고 자랑했다.
이어 디트리히 여사는 결구와 실험 사이의 연극이라는 강연에서 전위 연극은 새로운 것을 찾는 대중들의 연극적 요구에 따라 나오게 된 것이지만 해프닝과 같은 운동은 『관객을 충동하기 위한 것이며 예술로 보기는 어려운 움직임』이라고 지적했다.
또 그는 유럽의 연극 운동이 전통극과는 달리 언어를 제거한 앙티·테아트르나 팬터마임 등으로 흐르는 경향은 연극 본연의 자세인 원시극으로 되돌아가려는 움직임이라고 말하고 현재의 아방·가르드의 실험은 대중과 너무 거리가 멀기 때문에 대중과 가까운 민속극과의 조화를 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극작가 오영진씨는 우리 나라에는 1908년부터 신극이 시작됐으며 그 이후의 연극 운동을 전위 운동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 『전위극이 반전시킨 테크닉이 전통극에 흡수되어 연극은 발전해 나간다』고 말했다.
특히 민속극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킨더만 디트리히 두 교수는 이날 하오 3시부터 드라머·센터에서 민속 극회 남사당의 꼭둑각시 놀음과 서라벌 예대 민속극반의 가면극 양주별산대놀이, 서울 연극학교 학생들의 봉산탈춤 또 윤대성 작·유덕경 연출의 단막극 『어떤 미친 동물의 역사』등 우리의 민속극과 현대극의 하이라이트를 관람했다. 이들은 30일 귀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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