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붉은 악마가 깨어난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3면

아랍에미리트에서 열릴 세계청소년(20세 이하)축구선수권대회(3월 25일~4월 16일)가 꼭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20년 전 멕시코 '4강 신화'를 다시 끌어낼 수 있을지, 국민적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그런만큼 대표팀 부담도 천근만근이다. 그러나 선수들의 기세는 날카롭게 벼린 칼날 같다. 필승을 위한 비책도 마련됐다. 마지막 담금질에 들어간 대표팀의 전략과 각오를 현장에서 들어본다. [편집자]

"포메이션 변화로 '멕시코 신화'를 재현하겠다. "

박성화(48)감독이 세계 4강 진입을 일궈낼 비책을 꺼내들었다. 기존 4-4-2 포메이션을 수정한 4-2-3-1이 요체다. 지금까지 원톱을 세우고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갖춘 대형은 흔치 않았다. 대회를 한 달밖에 남겨놓지 않은 상황에서 朴감독이 새로운 실험에 나선 이유와 그 실효성을 꼼꼼하게 따져보자.

▶왜 포백(four back)인가.

지난해 월드컵 때 한국은 김태영-홍명보-최진철로 구성된 스리백으로 막강 수비벽을 구축했다. 현대 축구의 대세도 잉글랜드 등 몇몇 나라를 제외하곤 스리백이었다. 이용수 KBS해설위원은 그 이유를 "스리백이 전술 운영에 탄력적이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즉 수비수는 3명에 불과하지만 미드필더에 해당하는 양쪽 사이드 윙백이 상대 공격에 따라 자연스럽게 내려올 수 있기 때문에 5명의 수비벽을 쌓는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朴감독은 "어린 선수들이라 응용 능력이 떨어진다. 따라서 포백을 쓸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朴감독은 "상대가 투톱이든 스리톱이든 포백은 어디에도 적응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결국 4-2-3-1은 수비의 최대 덕목인 '안정성'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얘기다.

▶수비형 미드필더 두명

4-2-3-1 포메이션의 핵심은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둔다는 점이다. 朴감독은 "두터운 축구를 위해서"라고 설명한다. 빠르고 체력 좋은 유럽팀과 맞서기 위해선 탄탄한 방어벽이 우선이고, 수비형 미드필더는 그 중심에서 상대의 예봉을 차단하는 임무를 맡는다.

그렇다고 수비에만 치중하자는 얘기는 아니다. 게임의 흐름을 조절하고 공격의 물꼬를 트는 플레이 메이커의 임무도 수비형 미드필더의 몫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역할과는 구별되는 개념이다. 朴감독은 "사실상 이 자리가 팀의 리더다. 4강에 들기 위해선 올라운드 플레이어로 뛰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수형(부경대).권집(쾰른).여효진(고려대).김동환(울산대).오범석(포항 스틸러스) 등이 치열하게 경합 중이다.

▶공격형 미드필더 세명

기존의 좌우 윙, 그리고 투톱 중 다소 처진 스트라이커가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선다. 이 대형의 요체는 처진 스트라이커다. 좌우와 앞뒤를 자유자재로 오가며 원톱에 쏠린 수비진을 흐트러뜨려야 한다. 이 자리는 최성국(고려대)이 맡는다.

기존 투톱 체제에서 '원톱+처진 스트라이커'로 변형한 것은 최성국을 위한 '맞춤용 전략'이다. 최성국은 그동안 왼쪽 윙으로 많이 나섰으나 자주 안쪽으로 치고 들어가는 경향이 있었다. 朴감독은 "최성국은 최고의 테크니션이다. 그를 살리기 위해선 결국 중앙으로 위치를 바꿔야 했다"고 설명했다. 오른쪽 윙은 이종민(수원 삼성)이 붙박이인데 반해 왼쪽 윙은 아직 적임자를 찾지 못한 상태다.

▶원톱의 파괴력

대형 스트라이커 한 명이 상대 수비진을 휘저으며 돌파하는 장면을 우리도 볼 수 있을지 모른다. 朴감독의 눈은 정조국(안양 LG)과 김동현(한양대)에게 쏠려 있다. 둘 중 누가 이 중책을 맡게될지는 미지수다. 원톱은 공격의 활로가 막힐 수도 있다는 점에서 다소 부담스런 전략이다. 그럼에도 朴감독은 이를 밀어붙였다. 정조국과 김동현에 대한 믿음 때문이다.

최민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