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경부암·외음부암·질암·항문암 한번에 잡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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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백신 예방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한국 MSD에서 판매하는 인유두종 바이러스(HPV) 백신 ‘가다실’이 주인공이다.

 가다실은 여성암 사망률 2위인 자궁경부암을 포함해 외음부암·질암·항문암 같이 HPV가 유발하는 4종류의 암을 예방한다. 현존하는 HPV백신 중 암 예방 범위가 가장 넓다.

 HPV는 성 접촉으로 옮는 바이러스다. 성별을 가리지 않고 남여 모두에게 퍼진다.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은 평생에 한 번 HPV에 감염된다는 통계도 있다. 대부분 자연 치유되지만 일부는 HPV에 반복 노출돼 암으로 발전한다.

 더 큰 문제는 전염이다. HPV는 감염돼도 특별한 증상이 없다. 자신이 감염된 사실도 모르고 다른 사람에게 전염시킬 수 있다. HPV에 감염된 남성이 바이러스를 옮겨 여성의 자궁경부암 발병을 유도한다. 반대로 남성이 HPV에 감염되면 항문암·생식기 사마귀로 고생할 수 있다. 남성도 암 예방 백신 접종이 필요한 이유다.

 지금까지 확인한 HPV 종류는 100여 가지다. 이중 암을 유발하는 고위험 HPV는 16형·18형 두 종류다. 항문암의 90%, 자궁경부암·외음부암·질암의 70%는 이들이 원인이다. HPV로 자궁경부암이나 외음부암에 걸렸다면 항문암 발생 위험도 높아진다.

 이런 이유로 호주·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여성은 물론 남성도 HPV 백신접종을 권장한다. 가장 적극적인 나라는 호주다. 2007년부터 여학생을 대상으로 가다실을 국가필수 예방접종으로 지정했다. 올초에는 대상 범위를 남학생으로 확대했다.

 호주 보건당국에 따르면 가다실을 접종한 이후 젊은 여성의 HPV 감염이 줄었다. 또 21세 미만 남녀 생식기 사마귀 발생률도 90% 이상 감소했다.

 가다실은 인체 면역시스템을 활용해 암을 예방한다. 가짜 HPV를 인체에 주입해 미리 항체를 만든다. 항문암·자궁경부암은 물론 생식기 사마귀 같이 HPV가 유발하는 질병을 막는다. 9세 이상 26세 이하 남녀라면 언제든지 접종이 가능하다. 접종 최적기는 첫 성경험 이전이다.

 이미 HPV에 감염됐거나 나이가 많아도 HPV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좋다. 실제 45세 이하 여성에게 가다실을 접종했더니 HPV 재감염 위험을 낮춰 자궁경부암·외음부암·생식기사마귀 등 관련 질환의 재발을 줄였다. 가다실은 가까운 산부인과·가정의학과·내과 등에서 접종할 수 있다. 6개월에 걸쳐 세 차례 맞는다. 접종 시기를 놓쳤다면 가능한 빨리 나머지 접종을 마쳐야 한다.

권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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