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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도 '안전불감증 자성' 목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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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이러고도 미국이 세계 최강국이라 자부할 수 있는가. "

미국에서 지난주 잇따라 발생한 대형사고와 관련, 안전불감증을 지적하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17일 시카고의 나이트클럽에서 21명이 질식사한 지 불과 나흘 만에 로드아일랜드주에서도 나이트클럽 화재로 97명이 숨졌기 때문이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24일 "시카고와 로드아일랜드에서 발생한 나이트클럽 참사는 실효성 없는 안전법규와 미국 사회 전반의 안전불감증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2백70여명의 사상자를 낸 로드아일랜드주 웨스트 워릭의 나이트클럽 대형화재는 불꽃 쇼가 원인이 되어 발생했지만, 3백여명의 관람객이 한꺼번에 정문으로 몰린 탓에 피해가 크게 늘어났다. 클럽에는 모두 4개의 비상구가 있지만 안내 표지판이 허술해 관람객 대부분이 그 위치를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발생한 시카고 나이트클럽 참사 역시 전면 출입구로 1천5백여명의 군중이 한꺼번에 몰린 것이 원인이 됐다. 2개의 클럽 출입구 중 하나가 자물쇠로 잠겨 있었기 때문에 사망자 대부분이 열려 있던 하나의 출입구 쪽으로 나오다 인파에 밀려 쓰러진 뒤 질식사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인재(人災)라 할 수 있는 두 참사는 화재.건물에 대한 미국 안전법규의 문제점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현재 미국에는 연방차원에서의 단일한 법규가 없다. 각 주정부가 미국 국가화재예방협회(NFPA)와 국제 규약위원회(ICC)가 각각 만든 관련법규 중 한 가지를 선택하거나 두 가지를 섞어서 적용하도록 돼있다.

국제소방간부협회(IAFC) 대표인 랜드 브룩맨은 "이같은 제도 때문에 주정부가 지방기업과 정치인의 입맛에 따라 방재 기준을 느슨하게 적용하는 일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소방 관계자들이 수차례 현행 규정의 불합리성을 지적했으나 소용없었다"고 말했다.

IAFC 측은 "뉴욕의 도심이나 애리조나 농촌지역에서나 동일한 법규가 적용되는 등 허술한 시스템"이라며 "장소에 따라 실효성있는 법규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브룩맨 대표는 일본의 예를 들어 미국인들의 안전불감증을 지적했다.

도쿄(東京)에서 발생하는 화재 사망자 수는 로스앤젤레스 사망자 수의 3분의1. 로스앤젤레스의 인구(3백70만명)가 도쿄(1천1백만명)의 3분의 1인데 비해 면적은 4배라는 점을 고려하면 엄청난 차이다.

신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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