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실패를 두려워 않는 창업정신이 필요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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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미국의 실리콘 밸리 배후엔 창업 마인드로 똘똘 뭉친 인재들을 길러내는 스탠퍼드대, 버클리대 등이 버티고 있다. 이들 대학 재학생이 대학 교수나 투자자와 연계해 창업 아이디어를 실현한다. 이 과정에서 대학은 기술의 원천지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가. 대학생들은 창업보다 대기업이나 공공기관 입사에 관심을 쏟는다. 대학 역시 구내에 창업보육센터를 두고 있으나 신생 벤처 기업에 업무용 공간을 빌려주거나 운영비 등을 대주는 수준이다. 대학에서 탄생한 기업의 성공 사례는 드물 정도로 우리의 대학은 벤처 생태계를 튼튼하게 하는 데 있어 별 역할을 못 하고 있다.

 교육부와 미래창조과학부, 중소기업청이 어제 대학창업교육 5개년 계획을 발표한 것은 대학이 벤처 활성화의 기반 역할을 할 수 있게 하는 조치라고 할 수 있다. 대학 내 교육제도를 정비해 창업교육 확대에 나서고 창업으로 인한 학사단절을 막기 위해 최대 2년간 창업휴학을 허용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얼마 전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가 방한했을 때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박사과정생이 “회사를 세우려는데 자퇴해야 하느냐”고 물어 그를 당황케 했던 적이 있다. 이번 발표 내용은 최소한 창업과 학업을 병행하지 못해 고민하는 대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업가 정신, 도전 정신은 대학에서만 길러지는 게 아니다. 정부의 이번 대책이 대학에만 집중해 있다는 건 아쉬운 대목이다. 영재를 조기에 발굴하듯 창업 DNA를 지닌 학생들을 조기에 발굴해 그들이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할 수 있게 도와주는 길을 만들어줘야 한다. 스웨덴·핀란드의 사례만 보더라도 중·고교 교육과정부터 벤처와 창업, 도전 정신을 아이들에게 불어넣어준다. 중·고교 때부터 도전을 꿈꾸는 학생들이 대학입시에 짓눌리지 않게 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만 하다. 저성장 속에서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청년실업 문제를 풀 수 있는 해법은 창업에 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세계와 경쟁할 수 있는 젊은이들이 나와야 우리에게 미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