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이슈추적] 소극장 42%가 미등록, 대학로 한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6면

대학로의 대표적인 미등록 공연장인 노을소극장. 대학로에 미등록 소극장은 65곳에 이른다. 전체 소극장(153곳)의 42% 수준이다. 연극계에선 “공연법을 재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안성식 기자]

‘대한민국 연극 1번지’로 통하는 대학로가 시끄럽다. 이곳 소극장 대표들은 만나면 인사말 대신 “등록은 마치셨어요?”라고 묻는 게 자연스러워진 지 오래다. 대학로 연극인들은 “소극장 수십 곳이 곧 문을 닫게 생겼다”는 푸념도 한다. 왜 이렇게 된 것일까.

 논란의 중심에 ‘공연장 등록제’가 있다. 한국소극장협회에 따르면 대학로 소극장은 총 153곳이다. 이 중 65곳(전체의 42%)이 지난해 1월을 기점으로 미등록 공연장이 됐다. 2011년 공연법이 개정되면서 공연장 등록기준이 객석 100석에서 50석으로 확대됐지만 대부분의 소극장은 등록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법과 현실의 간극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소공연장의 안전성을 높인다”는 게 법 개정 취지였지만 대학로의 생리와 독특한 탄생 배경과는 맞지 않았다. 원래 대학로 소극장은 목욕탕·수퍼·노래방 등을 개조한 게 많았다. 그러다 2004년 5월 대학로 일대가 문화지구로 선포되면서 소극장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공연장을 지으면 용적률을 늘려 1개 층을 더 지을 수 있도록 하는 등 혜택을 주자 건물주들이 앞다퉈 주점·노래방 등을 소극장으로 바꿨다. 2004년 56개였던 소극장은 2007년 75개로 늘었고 현재 153개다.

 음식점·노래방을 공연장으로 개조하다 보니 건물의 주 용도가 상업시설인 곳이 많다. 문제는 공연장 등록을 위해선 건축물대장을 바꿔야 하는데 건물주들이 소극적이라는 점이다. 지자체에 제출해야 하는 도면 작성 등에 200만원 정도가 필요하고 소방시설 등 내부 시설을 바꾸려면 수백만원이 더 들어가서다.

 소극장 운영자들은 애가 탄다. 등록 공연장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면 문화체육관광부의 국고지원사업에 참여할 수 없다. 티켓 가격의 절반을 지자체가 보조해 주는 ‘사랑티켓’ 지원도 받지 못한다. 한국소극장협회 최현우(36) 정책실장은 “건물주 입장에선 공연장으로 용도를 바꾼 다음에 다시 음식점 등으로 바꿀 경우에 대비해 건축물대장을 손대지 않으려고 한다”며 “용도 변경 비용이 이중으로 들어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돈을 들여 건축물대장만 바꾸면 공연장 등록이 가능한 소극장(40곳)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나머지 소극장 25곳은 건축법을 위반한 건물이라 이마저도 불가능하다. 불법 개·증축으로 위법 건축물이 된 건물들은 이를 바로잡아야 공연장 등록을 마칠 수 있다. 2006년 2월 혜화동 로터리 근처에 문을 연 A소극장이 대표적이다. A소극장이 입주한 건물 1층 식당이 주차장 일부에 주방을 설치하는 바람에 건물 전체가 위법 건축물이 됐다.

 관할 구청인 종로구청은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하고 있다. 미등록 공연장에는 위반 횟수에 따라 50만~200만원의 과태료를 물려야 하지만 단속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대학로를 키우겠다며 문화지구로 선포한 마당에 단속에 나선다면 자기 부정을 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서울시도 대책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연극계는 법 시행 이전에 공연장을 등록 예외로 인정해 주든지, 일괄적으로 공연장 등록을 허용해 주든지 해 달라는 입장이다.

글=강기헌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