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균우유 에워싼 책임?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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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시판우유에 섞인 대장균이 허용량의 5천배에 달하고 일반세균도 허용량의 10배에 달하며, 심지어는 우결핵균까지 들어있을 것이라고 하여 시민들을 놀라게 했다.
5일 보사부는 이 사실을 주무부인 농림부에 통고하고 우유의 전면폐기 등 강력한 행정조치를 요청하였으나, 농림부는 우유처리 공장에는 축산물 검사원이 배치되어 있어 대장균이 나올 리 없다고 하고, 유통과정의 잘못으로 대장균이 들어가기 때문에 보사부가 식품감시를 철저히 해서 불량품을 폐기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 정부 부처간의 불협화음에 새삼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하고 있다. 이 문제에 관하여 조속한 합동조사를 명한 대통령의 지시는 너무도 당연한 것이라 하겠다.
우리로서는 대장균 투성이 우유가 제조과정에서 살균이 되지 아니하였건 혹은 유통과정에서 세균이 번식하였건 그 진상을 알 수 없으나, 보사부와 농림부의 대립으로 대장균 투성이 우유가 계속 시중에 배달되고, 이를 마시게 되어 건강을 해치게 된다고 생각할 때, 아연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우기 이들 우유는 빙과·빵류 등의 원료로 되어 있기에, 이들 제품을 먹는 사람의 건강에 대한 위협은 더욱 크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보사부의 주장에 의하면 시판우유 일제 검사결과는 처리장에서부터 대장균이 나온 것을 확인했다고 했고, 그 함유량도 우유 한병에 5백40만마리 이상이나 되고, 일반세균도 9천만마리 이상이 된다고 하니, 어린이들이 우유를 먹고 설사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하겠다.
그런데도 우유협동조합측은 이와같은 사태의 시정에는 별 성의를 보이지 않고 도리어 보사부의 검사가 신빙성이 없고 보사부의 발표는 한국낙농을 망치는 처사라고 성명전을 벌이고 있는 바, 과연 우유 처리장의 시설이 완전한지 의아해 하지 않을 수 없다. 우유의 처리공장이 최신식으로 되어 살균이 잘 되기만 하면 유통과정에서의 단속은 가능할 것인즉, 우선 농림부는 하루빨리 처리장 시설을 점검하고, 불량처리장은 폐쇄하고 시설개수 명령을 내려야만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처리장에서 충분히 멸균처리된 우유라도 하치장이나 배달 등 유통과정에서 보관이 잘 안되면 얼마든지 균이 번식할 수 있는 것이 사실일진대, 서울시와 보사부는 유통과정의 관리에까지도 철저한 감독을 다할 책임을 면할 수는 없는 것이다. 서울시는 6일부터 시내 우유 하치장에 대한 시설검사를 하리라고 하는 바, 눈가림식의 검사가 아니라 철저한 감사를 하여 세균투성이 우유가 다시는 나오지 않도록 해주길 바란다. 농림부와 보사부는 오는 10일부터 24일까지 전국의 우유 처리장과 하치장·판매업소 등에 대한 위생검사를 하리라 하는 바, 철저한 검사와 엄중한 시설개선 명령으로 깨끗한 우유를 만들어 놀란 국민을 안심시켜주길 바란다. 한편 농림부로서는 우리나라의 낙농발전을 위한다는 명분이 제아무리 소중한 것이라 하더라도 대장균 우유를 방임, 그대로 유통케 하는 일이 있어서는 절대로 안될 것이다.
물론 낙농진흥은 국책상 필요하며, 국민의 체질개선을 위하여서도 우유제품을 되도록 많이 먹게 하는 것은 환영할만하나, 그렇다고하여 국민의 건강을 도리어 해치는 식품공급을 방임해서는 안될 것이다. 농림부는 우유의 건강진단을 자주 하여 결핵 등 보균우는 도태하여야 할 것이다.
보사부는 우유제품의 감독이 농산물가공처리법에 의하여 농림부의 소관이라고 책임을 전가하지 말고 식품위생법을 적용하여 우유의 검사를 철저히 하고, 대장균 우유는 과감히 폐기하여 시민의 건강을 보호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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