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올 무역적자 사상 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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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인도네시아·브라질·터키·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취약한 다섯 나라(Fragile 5)’의 경제위기설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올 들어 7월까지 인도네시아의 무역수지 적자가 23억1000만 달러(약 2조5400억원)를 기록했다. 2일 인도네시아 정부가 집계한 결과다. 7월 수출은 1년 전과 비교해 6.1% 줄어든 반면 수입은 6.5% 늘어난 탓이다. 7월 한 달 새 무역적자가 4억 달러 넘게 증가했고 누적치로는 23억 달러를 돌파했다. 사상 최대 규모다.

 인도의 상황은 더욱 어렵다. 외국인 자금의 이탈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루피화 가치는 불안정한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 1991년 외환위기를 겪었던 인도는 “지금의 경제 펀더멘털은 22년 전과 분명 다르다”며 외환보유액 등을 근거로 대고 있지만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한 나라가 외환위기로 빠져드는 경로는 비슷했다. ‘외국인자금 이탈→통화가치 하락→수입가격 상승·수출가격 하락→무역적자 증가→외환위기’란 경로를 밟았다. 1997년 한국도 마찬가지였다.

 F5가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 실물경제도 침체하고 있다는 징후는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영국에 본사를 둔 조사업체 마르키트는 9월 기준 인도와 인도네시아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나란히 48.5로 떨어졌다고 2일 발표했다. 인도의 경우 2009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PMI는 제조업의 경기 전망을 나타내는 지표다. 50을 넘으면 앞으로 경기가 좋아질 것이란 예상이 우세함을 의미한다. 인도·인도네시아의 PMI는 지난 8월 50을 넘었었다. 마르키트는 이날 지수를 발표하면서 “신규 주문, 특히 수출 수요가 감소하면서 제조업 전망이 나빠졌다. 이런 상황은 앞으로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조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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