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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6)폭력이 건재하는 사회|한말숙<여류소설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폭력배라 하면 얼른 떠오르는 것이 자유당과 그 말기의 선거 때다. 개표장에 폭력배들이 난입해서 장내를 혼란시키는 것을 틈타 표를 바꿔 넣는다든가 반대당원이나 입후보자를 해치는 등 또 4·18 고대「데모」학생에게 조직화된 폭력배를 투입시켜 무작정 난타한 사건 등 집안에만 있는 아녀자들도 권세가가 폭력배를 이용하고 또한 그들을 조장시키고 있는 것쯤 뻔히 알고 있었다. 가정에 와서는 돈 내라고 협박해서 궁색한 주부도 겁이 나서 아껴 쓰는 십환을 서슴지 않고 내면 백환 내라 천환 내라하고 으르렁댔다. 그러는 동안의 불안과 공포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지금 생각하니 그런 법 부재, 정치 부재, 도의 부재의 사회에서 연명한 것이 기적만 같다. 5·16후 폭력배는 줄어들어 한때 뜸했으나 요즘에 와서는 다시 고개를 쳐들기 시작, 얼마 전 신문에 난 것을 보면 영등포에서는 폭력배들이 경찰관들과 난투를 벌였다니 무서운 일이었다. 또 유원지 등에서 폭력을 쓰는 무리들도 여전히 있다. 이런 불안 없이 자기의 생업에 몰두할 수 있는 사회풍토를 만들어 줄 수는 없는지? 당국에서 2차로 폭력배 단속에 강력히 나섰다고 해서 기대하고있지만 전번의 단속 때는 숫자만 맞추는 느낌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어쩔지 모르겠다. 2차니 3차니 하지 말고 폭력배 단속반은 연중무휴로 강력한 대책을 세우고 그들은 대개 무위도식배니까 일자리를 주고 정신적인 선도를 해야할 근본대책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폭력배는 법도 도의도 외면하고 사회질서를 문란케 하는 무리이기 때문에 이들이 건재하는 한 어떠한 경제적인 번영도 사상누각에 그칠 것이다.
당국의 능력과 노력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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