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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가 있는 아침 ] - '1991. 10. 10, 10:10~10:11'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1면

6번 버스가 도착한다 진행 방향으로 열린 시월이 잠시 밀린다 떨어진 플라타너스 잎 두 개가 몸을 뒤집는다 한 사내 6번 버스에서 내린다 오른발이 허공의 햇볕에 구두와 함께 떠오르다가 햇볕을 두고 곧장 내려온다 상체가 보도 쪽으로 기울다가 두 발이 지상에서 나란히 평화롭게 바로 선다 사내의 코앞으로 ㈜대현의 마르조를 입은 여자가 (2PS) Wine, Grey, (JK/SK) Wool 100% 가을로 또각거린다

오규원(1941~ ), '1991. 10. 10, 10:10~10:11'

1991년 10월 10일 10시10분부터 1분 간의 가을 풍경. 현대인은 농경시대와는 달리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세계 속에서 삶의 중대한 국면을 맞는다. 느릿느릿한 감정의 방출, 칙칙한 반성을 벗어난 경쾌함. 도시의 일상 속으로 섬세하게 나아가는 한순간. 다음 1분간 우리들의 삶은…….

박상순<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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