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에 밀릴 『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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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는 과학분야의 한국과학기술연구소에 필적하는 경제분야의 최고 전문연구기관으로 국립개발연구원을 설립키로 했다. 그 성격과 기능 및 운영에 관한 사항은 새해 예산안과 함께 9월 정기국회에 제출될 것으로 보이는 특별법에 규정되겠지만, 필시 정부나 민간이 의뢰하는 각종 용역업무도 맡게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지금까지 이러한 업무를 맡아온 여러 민간 연구단체의 향방에 무엇보다 많은 관심이 쏠리고있다.
이론과 실제의 결합, 산학협동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정부 각급 기관과 민간기업의 계획입안, 연구분석, 예측 등 전문적인 지식과 연구를 요하는 업무가 확대됨을 계기로 지난 60년대에는 수많은 민간연구단체들이 그야말로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이들의 유형은 그 기준에 따라 각양각색으로 분류될 수 있겠으나 설립주체의 성격에 따라 대학 부설 연구기관과 순수한 민간 연구기관 등 크게 둘로 나눌 수 있다.
주로 경상계 대학에 부설돼있는 대학연구기관은 당초 학생들의 학구를 위한 것으로 설립됐으나 뒤에 정부나 민간기업이 의뢰하는 용역업무를 떠맡기 시작, 지금은 민간의 그것과 조금도 다름없는 연구기관으로 발전된 곳도 적지 않다.
한편 민간연구단체는 다시 경제단체 부설 기관과 대학이나 경제단체 그 어느 것과도 관련이 없는 독립된 연구기관으로 양분된다. 전자는 주로 해당 경제단체의 조사부 직원과 대학이나 실업계에서 이름 있는 인사들을 연구원 또는 임원으로 망라, 그 단체의 이해와 관련 있는 문제의 분석, 판단작업을 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 경우의 연구기관기능은 조사부의 그것을 강화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후자, 즉 독립된 순수 민간연구기관들은 사단법인이건 재단법인이건 모두 정부나 민간기업체들이 의뢰하는 용역업무를 맡아 하는 것을 주 기능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실제에 있어서 이들의 활동이 모두 활발한 건 아니다. 지나칠이 만큼 난립돼있는 탓도 있겠으나 각 기관의 저명도와 영향력에 따라 의뢰 받는 업무량이 좌우된다.
때문에 민간연구기관들은 대부분 전직 정부고관 아니면 사계에서 이름 있는 학자들을 회장 또는 소장으로 앉혀놓고 있으며 기타 임원이나 연구요원들도 모두 이름 있는 사람들을 망라하고 있다.
이 바람에 많은 사람들이 여러 연구기관에 겹치기로 임원 혹은 요원 일을 맡고 있다.
어쨌든 대학이나 민간연구기관들이 주문 용역업무의 건당 계약금액은 보통 1백만원에서 5백만원 수준이며 금년 봄 상공부와 무역협회 합동으로 서울대 상대 부설 한국무역연구소에 의뢰한 장기수출계획 입안 작업이 1천만 원으로 최고금액이다.
국립개발연구원이 발족될 경우에도 민간연구기관의 용역 업무량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적어도 정부「사이드」의 용역업무는 대폭 감소될 것이 틀림없으며 이를 계기로 유명무실한 단체들이 많이 정비되고 또 신설이 억제될 것이다.
사설 개발연구원은 지난 67년에 정부가 설립을 추진한 바 있는 경제연구소와 같은 것이며 당시 그것이 민간연구단체들의 맹렬한 반대에 부닥쳤던 점에 비추어 이의 설립은 민간연구단체들에 큰 위험이 아닐 수 없다.<변도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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