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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T 뮤직박스] '상하이 나이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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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눈'에 이은 '상하이 나이츠'의 무대는 빅토리아 시대의 영국이다. '상하이 나이츠'를 보고 있으면 서구 열강이 분할 지배하던 이국적인 풍경의 상하이를 배경으로 청룽(成龍)의 전매특허가 된 곡예 같은 액션이 펼쳐진 '프로젝트 A'가 떠오른다.

할리우드 진출에 실패하고 홍콩으로 돌아왔던 청룽은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영화에 도전하기 시작한다. '프로젝트 A'를 비롯해 '용형호제''폴리스 스토리' 등은 청룽만이 보여줄 수 있는, 만들어낼 수 있는 영화였다.

'상하이 나이츠'도 그렇다. '사랑은 비를 타고'의 주제곡과 함께 펼쳐지는 시장 골목의 복고풍 액션은 버스터 키튼의 무성영화를 연상시키는 유쾌한 싸움이다. 음악도 당연히 복고풍이다. 요즘 영화들에서 흔히 쓰이는 1980년대 음악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60년대의 히트곡들을 주로 사용한다. 그것도 더 후.좀비스.킹크스 등 대부분 영국 그룹들의 노래다.

엔딩 크레디트와 함께 흐르는 제시카 하프의 '올 데이 앤드 올 오브 더 나이트'는 킹크스의 64년 히트곡을 리메이크한 것이다. 60년대 비틀스나 롤링 스톤스 못지 않은 인기를 누렸던 더 후의 노래는 '마이 제너레이션'과 '매직 버스' 등 두 곡이나 흘러나온다.

반항적인 젊은 세대의 송가였던 '마이 제너레이션'을 청룽의 아기자기한 액션과 함께 만나는 것은 의외로 유쾌하다. 영화 속에서 장과 로이는 영국 런던의 귀족 사회와 버킹엄궁 등 명소를 엉망진창으로 뒤집어놓는다. '매직 버스'는 장과 로이가 불붙은 자동차를 타고 도망칠 때 신나게 흐른다.

'상하이 나이츠'의 삽입곡들은 적절하게 상황을 설명하고, 감정을 전달하는 데 주력한다. 텍사스 출신의 컨트리 싱어 로저 밀러가 65년 발표한 '잉글랜드 스윙스'가 나와야 할 곳은 당연히 이방인인 장과 로이가 런던에 도착했을 때다. 컨트리 음악의 투박한 유머가 촌뜨기인 장과 로이의 런던 입성과 조화를 이룬다.

'사랑의 기적''굿모닝 베트남''체리시' 등 수많은 영화에 나왔던 좀비스의 '타임 오브 더 시즌'은 짝사랑하는 린과 섹시한 미녀들에게 둘러싸인 로이의 꿈 장면에서 흐른다. 해리 닐슨의 '원'이 흘러야 할 곳은 당연히 로이가 바에서 홀로 술을 마시는 순간이다.

장이 린에게 험담하는 것을 엿들은 로이는 홀로 세상에 내던져진 기분을 맛본다. 뉴 보드빌 밴드가 부른 '윈체스터 캐시드럴'은 장과 로이가 버킹엄궁 앞에서 구경할 때의 배경으로 깔린다.

'트윈스''마스크''당신이 잠든 사이에''나인 야드''라스트 모히칸' 등에 참여했던 랜디 에델만이 맡은 영화음악은 주로 영화의 분위기를 살리는 데 주력한다.

개성적이라기보다는 필요한 음악이 제자리에 딱 놓여 있다. '상하이 나이츠'는 청룽의 액션처럼 좌우전후가 잘 맞춰져 있다. 유별난 것은 없지만 보고 듣는 데 부족함은 없다.

김봉석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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