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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지식] 돈·돈·돈, 돈이 뭐기에 … 신뢰 사라지면 위기가 닥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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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화폐 이야기
김이한·김이재 등 지음
부키, 415쪽
1만5000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화폐에 관한 책들이 수없이 쏟아진다. 돈과 이자율·환율 등에 대한 궁금증이 커졌기 때문이다. 선진국들은 경제 위기가 닥치면 돈부터 푸는 양적완화에 안간힘이다. 서로 앞다투어 환율을 인상하는 ‘통화 전쟁’의 불길한 조짐도 어른거린다. 지금은 거꾸로다. 경제회복이 가시화된 미국부터 돈줄을 죄는 출구전략을 시사하고 있다. 그 역풍으로 많은 국가들은 외환위기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모두 화폐 때문에 일어난 난리법석이다. 어느 때보다 화폐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화폐 이야기』는 딱딱한 화폐금융론과 다르다. 그렇다고 세상을 구원할 뭔가 새로운 이론도 담겨 있지 않다. 이 책의 장점은 낮은 목소리로 돈 이야기를 조근조근하게 들려준다는 데 있다. 역사와 인물을 씨줄과 날줄로 삼아 돈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또 은행·예금·대출·채권·주식 등이 어떻게 등장했는지 재미있게 설명한다. 무엇보다 인류가 탄생시킨 최고의 발명품인 화폐를 잘못 다룰 경우 어떤 비극이 찾아왔는지도 들려준다. 책의 부제처럼 돈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다루는 이야기 책이다.

 저자들은 모두 기획재정부에서 일하는 과장·서기관·사무관들이다. 영국 런던에서 함께 공부하면서 머리를 맞댔다고 한다. 금융통화 정책의 일선에서 치열하게 고민하던 내용들을, 관련 서적을 함께 읽고 정리했다. 다만 현재 독자들이 가장 궁금해 할 세계 2차 대전 이후의 화폐 이야기가 빠져 있어 좀 허전한 느낌이다. 하지만 “직접 사료를 뒤지거나 고증하지 못하고 대부분 2차 사료에 근거했다”는 고백에도 불구하고 내용은 알찬 편이다. 책을 읽어가다 보면 얼마나 화폐가 중요한지, 또 신뢰가 붕괴되면 화폐제도는 흔들리며, 자칫 (정부가) 화폐를 재원조달의 수단으로 남용하면 위기가 찾아온다는 저자들의 문제의식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화폐는 대단한 역할을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문제의 해결책을 화폐에서 찾아선 안 된다. 오히려 화폐의 본질은 신뢰와 절제다. 이 책은 화폐의 역사를 더듬는 산책이라 할 수 있다. 가벼운 마음으로 함께 산책할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어 보인다.

이철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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