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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급증하는 여객·화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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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남북 천리가 전장 4백28㎞의 하이웨이로 이어진지 어느새 열흘, 철도만으로는 감당 할 수 없게된 수송 수요를 메우기 위해 우리 나라 전체 인구의 63%, 국민 총 생산액의 66%에 공업 생산액의 81%에 해당하는 중추 지역을 1일 생활권 속에 담기 위해 건설된 경부 고속도로의 역사적인 개통과 함께 서울과 부산, 그리고 18개의 인터체인지를 통해 연결되는 연변지방 도시에서는 지금 수송 및 유통 경제에서 주민의 일상 생활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분야에서 급속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고속도로 개통을 계기로 생기는 변화이기 때문에 그템포 역시 고속이어야 하는 것일까? 현지를 직접 순회해서 모아본 『고속 변화』의 양상을 살펴보면­. <보도부·김형근 기자>
『고속 변화』중에서 가장 두드러진 것은 역시 승객 및 화물 수송 분야, 많은 여객과 화물이 고속 버스와 트럭으로 몰리고 있으며 이 때문에 철도 여객과 화물은 하루하루가 다르게 줄어들고 있다.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긴 하지만 여객은 50%, 화물은 30% 가량이 감소되었다.
서울을 비롯한 대전, 대구, 부산, 수원, 안성, 청주 등 고속 버스가 운행되고 있는 도시의 터미널에는 승차권을 사기 위해 몰려든 승객들로 혼잡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부산, 대구, 대전 등지의 간선 철도역에서는 팔지 못한 열차 표를 인근 지방 역으로 넘기기에 여념이 없다.
철도 여객의 감소 추세는 대전과 대구가 가장 극심하다. 서울과 부산이 고속 버스 편으로 2시간에서 4시간 거리에 있기 때문에 여객들이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인 것이다.
대전의 경우를 보면 동 대구행 (특급)이 하루 평균 80장씩 팔리던 것이 50장으로 줄어든 것을 비롯해서 대구행은 보통 급행이 1백30장에서 50장으로, 완행이 1백30장에서 1백장으로, 서울행은 2백장이 70장으로 각각 축소, 평균 50%가 감소됐다.
대구행 완행이 비교적 괜찮은 편이며, 서울행은 특급·완행할 것 없이 종전의 35% 수준으로 떨어졌다.
대구역도 마찬가지다. 개통 전에는 매일 1천4백50장씩 팔리던 표가 개통 다음날인 8일 9백46장으로 35%가 감소된 것을 비롯, 9일에는 5백76장 10일에는 4백20장으로 계속 감소 추세를 달리고 있다.
부산역은 대전과 대구만큼 여객 감소가 급격하지는 않다. 서울∼부산간을 「코리어·그레이하운드」가 단독 운행하고는 있는데다가 6시간 탑승이 좀 무리하다고 여기는 탓인지 개통전의 5천5백명이 5천3백명으로 2백명 (약 4%)이 준 정도다.
철도 여객이 이렇듯 급격하게 줄어들자 대전·대구·부산역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철도역 턱밑에 주차장을 만들어 놓고 여객들을 앗아가고 있는 고속 버스 회사들을 비난하고 있다 .대구는 신설된 동 대구역이 시 중심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데 반해 고속 버스 주차장이 시내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전혀 다른 각도의 불평이 나오고 있으나 부산·대전은 각 회사 주차장들이 그야말로 역 주변에 집결해 있다. 그러나 철도 여객이 대거 고속으로 쏠렸다고 해서 고속 버스가 항상 만원 사례는 아니다.
토요일과 일요일은 서울발 대전·대구·부산행이 모두 주말 관광객들로 대체로 항상 만원을 이루지만 평일에는 상오 10시 이전 차는 빌 때가 많기 때문에 평균 절반 정도가 찬다. 이른 새벽에는 노선과 차종을 가릴 것 없이 38석에서 45석 중 10명 이상을 태우는 경우가 드물며 심한 경우에는 2, 3명을 싣고 가기도 한다고 대구·부산 주재 D고속 운수 사업소 책임자는 말하고 있다.
한편 화물에 있어서는 시멘트와 무연탄 등의 전략 물자와 관수 물자가 철도를, 기타 민수 물자는 공로 편을 이용하는 형태로 양분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철도 운임이 트럭 운임에 비해 싸긴 하지만, 화차를 배정 받지 못해 온갖 고초를 당해온 민간 업자들이 각종 상품을 구하기 쉽고 빠른 트럭 편으로 목적지에 보내고 있다.
부산∼서울간을 직행 운행중인 고속 화물은 15대의 「세돈」차를 갖고 있는 서울 고속밖에 없지만, 천일·통운·건영 등 기존 정기 화물 회사들이 구도 혹은 고속도로 편으로 화물을 날라주고 있다. 천일 정기 화물의 남 부산 발송부 직원 강종식씨 설명에 의하면 경부 고속도로가 개통된 이후 특히 이사 화물이 부쩍 늘고 있다. 파손되기 쉽고, 포장이 까다로운 물건이기 때문이다.
부산에서 출하되고 있는 각종 화물은 지금까지 철도와 공로 편으로 각각 40%씩, 그리고 나머지 20% 가량이 선편으로 나갔었는데 지금은 공로가 철도를 약 10% 정도 잠식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부산역의 화차 발송량이 하루 2천5백량에서 1천5백량 내외로 준 것을 보면 훨씬 더 많이 잠식했을 것으로 믿어지지만, 역 당국은 지금은 계절적으로 화물 수송 물자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줄어든 것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고속도로 개통과 관련해서 동명 목재와 동국 제강 등 부산에 있는 주요 기업들이 자가용화물 트럭을 도입, 직접 서울에 수송할 계획이라는 소문이 있지만, 서울 고속의 김삼곤 부산주재 관리 부장의 말을 빌면 『앞으로 도입될 28t급 대형 고속 화물 트럭을 전세 계약 교섭을 벌이고 있다.』수송비 면에서 그 편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화물 수송 면에서 대구역이 입고 있는 타격은 예상외로 미미하다. 원래 대구는 소비 도시이기 때문에 도착 화물에 비해 발송 화물이 적다. 하루 5량 정도의 철도 화물이 발송되고 있을 뿐이며 전국 섬유 생산량의 약 50%에 가까운 각종 섬유제품과 사과 등 주산물이 기왕에 공로로 전환되어 철도편을 이용하고 있는 것은 무연탄·잎담배, 그리고 빈 맥주병, 약간의 광석뿐이다.
그러나 역시 고속도로의 영향이 전혀 없지는 않아 그나마 빈 화차를 메우기에 신경을 써야하게 됐으며 개통후의 하루 평균 화물 수입은 목표 (26만6천원)에 20% 가량 미달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대전역은 소화물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대화물에 속하는 수출용 형석과 「와이샤쓰」류는 매달 25량이 변함없이 출하되지만, 기타 잡다한 소화물은 급격히 줄어들어 화차 14대를 8대로 줄였는데 그나마 가득 차기를 2, 3일씩 기다리고 있는 형편이다.
고속 트럭이 아니면서 고속도로를 이용해서 화물을 날라주고 있는 화물 운수 회사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철도 화물은 더 줄어 들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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