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타진해본 관계 당국자들의 견해|유동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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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긴축 정책과 세금 공세에 시달려온 경제계는 하반기를 맞으면서 당국이 표방하는 긴축 완화와 과세 현실화 조치의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극히 「타이트」한 시중 유동성의 금후, 그리고 과표 현실화에 얽힌 세금 공세의 강도 등 하반기 경제의 2대 「이슈」를 놓고 관계 당국자들의 속셈을 들어본다. <편집자주>
-긴축 정책의 경과와 완화 조치의 내용은 어떤 것인가-
62년부터 69년까지 연 평균 9.1%의 고도 성장은 투자 과열로 인한 물가 상승의 위험을 지녀왔고 특히 69년에 15.5%의 성장을 보인 것은 재원의 한계성으로 보아 무리했다.
따라서 급속한 성장 추세를 진정하고 안정을 추구하되 경기 침체를 가져오지 않는 정도의 긴축이 필요했다.
특히 작년 하반기의 통화량 급팽창은 직접적인 동기였다고 할 수 있다.
긴축 정책에 따라 금년 상반기 중에 증가된 국내 여신은 월 평균 90억원 수준으로 68년 동기의 1백20억원, 69년 동기의 1백80억원에 비해 크게 감축된 상태였다.
그러나 이러한 긴축 정책에 따른 성과가 IMF의 호의적인 반감을 얻게 됨에 따라 하반기에는 월 평균 2백억 이상의 여신을 늘릴 수 있도록 한도에 합의가 이루어지고 긴축 완화의 기본 방침이 인정되었던 것이다.
월별 자금 계획이 확정되진 않았으나 앞으로 ▲자금이 꼭 나가야할 곳 ▲융자금을 기한 내에 잘 갚는 업체에는 자금이 방출될 것이며 긴축 완화와 대응해서 자금의 효율화 및 회전율 제고를 위해 용도 사업성 등이 면밀히 「체크」될 것이다.
-긴축 완화가 뜻하는 것은-
주요 지표로 설명하자면 지난 상반기중의 통화량 증가는 1·9%로 69년 동기의 12%보다 크게 둔화되었고 화폐 발행고는 11·9%가 감소되어 69년 동기의 1·7% 감소보다 훨씬 컸으며 본원적인 통화는 7·1%가 증가하여 69년 동기의 21·1% 증가보다 대폭 줄었다.
이처럼 유동성 공급이 줄어든데 힘입어 물가가 5월부터 고개를 숙여 6월중에 0.1%의 하락으로 나타났고 수입·생산·건축 등의 증가가 둔화, 과열 투자가 지양되는 경향을 보였다.
그러나 한편으로 부도율 (6월 중)이 작년 동기의 0·39%에서 0·42%로 증가했고 거액 부도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가 하면 자금 공급의 감축으로 경기 침체 현상 등이 부작용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긴축의 완화는 목표했던 성과를 살리고 부작용을 최대한 막자는데 있다.
-얼마나 긴축이 풀리는 것인가. 대폭적인 확대인가, 긴축 기조하의 부분적 완화인가, 아니면 사실상 긴축이 계속되는 것인가-
경제 정책에 극과 극은 있을 수 없다.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것이어야 한다. 고도 성장을 추구하는 과정에서는 국제 수지 문제와 「인플레」 문제가 항상 뒤따른다. 이 두가지 문제점을 해치지 않는 범위 안에서 보다 안정적으로 통화 계획이 집행될 것으로 본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작년 연말에 지준 부족 (「콜론」 포함)이 2백48억원에 달했던 것 같은 방만한 금융은 재발되지 않도록 은행 책임제가 강화될 것이다.
-그 결과로 나타날 업계의 자금 사정은-
자금난은 긴축 정책이 아니라도 항상 있게 마련이다.
그것은 자기 자금이 근본적으로 부족하고 기업체의 자체 개선 노력이 없는 상태에서 결과된 것인 만큼 정부와 업계가 공동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다.
긴축이 계속되었기 때문에 자금 수요가 일시에 집중적으로 나타나 당분간 자금난은 풀리지 않을 우려도 있지만 업체가 자체 조정으로 자금 수요를 줄였을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상반기 같이 핍박하지는 않으리라고 본다.
작년 하반기 중에 2백70억원 정도의 국내 여신이 확대되었으나 그 중에는 수재 복구 자금, 국민 투표 자금 등이 상당히 포함되었기 때문에 금년에 기업이 받을 수 있는 실질적인 여신 혜택은 거의 작년과 같은 수준이 될 것으로 본다.
-긴축이 결과한 영향과 이에 대비할 기업의 전반은 어떻게 바뀌어야 할 것인가-
고도 성정 과정에서 기업은 투자만 하면 수익이 나온다는 사고 때문에 일방적으로 투자를 확대해온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이번 긴축과 같은 경기 변동 시에 타인 자본이 안겨주는 경직성을 뼈저리게 느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긴축은 정부나 민간에 많은 교훈을 남겼다고 보며 주식 공개화 등 직접 금융으로 이행하려는 경향이 두드러진 것은 하나의 소득으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긴축을 해보니 업계가 정부 정책 변동에 적응력이 없다는게 확실히 드러났고 또 사전 대비가 없었다는 점은 앞으로 기업 경영면에서 크게 개선해야 할 점이다.
민간 기업은 정부 정책 및 경기 변동 등에 적응력을 배양하고 정부도 기업 내지 산업계의 충격을 막기 위해 미리 정책 변화를 암시하고 지도해야할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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