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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 스톡옵션 '세금폭탄' 손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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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인터넷 업체 임원 김모(40)씨는 지금 난감한 상황에 빠져 있다. 이 회사가 다른 비상장 정보기술(IT) 업체에 팔리게 됐는데, 인수회사 주식을 받기 위해서는 현재 회사에 대해 스톡옵션을 행사해 주식을 취득한 뒤 교환해야 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연봉과 합산해 최고 35%의 ‘세금폭탄’이 부과된다. 주식을 처분할 때가 아닌, 주식을 취득(스톡옵션을 행사)할 때 근로소득세를 내도록 세법이 정해져 있어서다. 그는 “인수회사 주식이 나중에 상장이 안 되면 휴지 조각이 될 수 있는데도 무조건 세금부터 내라는 것은 황당하다”고 말했다.

 그를 더욱 화나게 한 건 지난 5월 정부의 ‘벤처·창업자금 생태계 선순환’ 방안 발표로 역차별까지 받게 됐다는 점이다. 정부는 비상장 벤처기업이 다른 회사에 팔리는 과정에서 주주들이 다른 회사 주식을 받을 때 물리던 양도소득세를 실제 주식 처분 시점으로 미뤄주기로 했다. 하지만 김씨는 스톡옵션 행사 때부터 세금을 내야 하기 때문에 정부 정책의 수혜를 보기도 쉽지 않은 처지다.

 벤처인들의 기업 의지를 꺾는다는 비판을 받아온 스톡옵션 관련 규제가 대대적으로 풀릴 것으로 보인다. <본지 8월 27, 28일자 b1면>

새누리당은 28일 스톡옵션 관련 세제와 회계처리 기준에 대한 제도 개선을 발표했다. 5월 정부가 나름대로 거창한 벤처대책을 내놨지만, 정작 벤처업계의 숙원인 스톡옵션 관련 규제 완화는 거의 포함되지 않은 데 대한 보완책이다. 당시 정부의 벤처 활성화 대책 골자는 에인절 투자(기술력은 있으나 창업자금이 부족한 초기 단계의 벤처기업에 투자)에 대한 소득공제를 확대하고 대기업이 벤처기업을 인수할 때 계열사 편입을 유예해 주는 내용 등이다.

 이번에 새누리당 ‘창조경제·일자리창출특별위원회’가 내놓은 23개 정책과제에 따르면 앞으로 스톡옵션 보유자에 대한 과세를 지금처럼 행사 시점이 아닌 실제 주식 처분 시점으로 미뤄줄 방침이다. 김학용 위원장은 “반대 의견도 있었지만 창조경제를 통한 일자리 창출이 최고의 국정과제로 떠오른 상황에서 벤처기업인들의 요구를 수용하기로 했다”며 “정부와 구체적인 방안을 협의해 입법화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증권 한정수 세무전문위원은 “스톡옵션을 일단 행사하면 이후 주식 가치 상승분은 모두 비과세되기 때문에 벤처인들의 기업 의지를 돋우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또 벤처기업이 스톡옵션을 부여할 때 회계기준에 따라 이를 비용으로 처리하도록 하면서 스톡옵션 부여에 제약을 받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이 문제도 고치기로 했다. 전하진 부위원장은 “상장에 대비한 실적에 민감한 벤처기업이 재무제표 때문에 스톡옵션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우수 인재 영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비상장 벤처기업에 대해서는 국제회계기준(IFRS)의 적용을 배제하는 방안을 금융위원회와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만일 벤처기업에 대해 IFRS를 적용하지 않을 경우 상환우선주 발행도 쉬워져 벤처캐피털을 비롯한 외부 투자도 수월해질 것으로 보인다.

 특위는 또 논란이 많았던 창업자 연대보증제도도 개선해 기업인들의 재도전 기반을 구축할 방침이다. 우선 정책금융부터 연대 보증제를 없애고, 이를 위한 보험제도 도입을 검토하기로 했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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