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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화학무기 사용은 용서 못할 반인륜적 만행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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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미국·영국·프랑스 등 서방국들의 시리아에 대한 군사행동이 임박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지난주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인근에서 발생한 화학무기 공격으로 최소 수백 명이 숨진 것으로 확인되면서 미국 등이 시리아에 대한 무력 응징을 결심하고 공습 준비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크루즈 미사일을 탑재한 미 구축함과 영국 공군기들이 시리아 인근 지역으로 속속 집결하고 있다. 서방의 무력 개입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10만 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 채 2년 넘게 계속되고 있는 시리아 내전이 중대한 고비를 맞고 있다.

 내전의 한 축인 반군 측은 21일 구타에서 정부군이 자행한 최악의 화학무기 공격으로 어린이를 포함해 1300명 이상이 숨졌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공개한 끔찍한 동영상을 보면 전형적인 화학무기 공격이 확실해 보인다. ‘국경 없는 의사회’ 등 현지에서 활동 중인 중립적인 단체들도 화학물질로 인해 숨진 것으로 확인된 사람이 300명이 넘는다고 밝히고 있다.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이 이끄는 시리아 정부는 반군 측의 자작극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된다. 화학무기 사용 논란이 제기된 직후 정부군이 구타 지역을 집중 폭격한 것은 증거 훼손을 노린 것이란 의심을 사고 있다. 화학무기금지협약(CWC) 미가입국인 시리아는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화학무기 보유국 중 하나다. 반정부 소요 사태 진압을 위해 화학무기를 사용한 전례도 있다.

 ‘빈자(貧者)의 핵무기’로 불리는 화학무기는 치명적이고 무차별적인 살상력 때문에 사용은 물론이고, 이전·비축·획득·개발·생산이 금지돼 있다. 시리아 정부군이 자국민을 향해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면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다. 국내 여론 때문에 군사 개입을 주저해 온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으로서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는 반인륜적 만행이다.

확실한 증거를 근거로 서방국들이 군사행동에 나선다면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도 계속 반대만 해서는 안 된다. 천인공노할 범죄를 비호할 순 없는 일아닌가. 화학무기 사용에 대한 단호한 응징은 인류의 양심이 걸린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