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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장공비의 국립묘지 침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22일새벽 3시50분쯤 2, 3명으로 보이는 북괴무장공비가 동작동 국립묘지에 잠입, 현충문 폭파를 기도했으나 실패, 그중 l명이 폭사하고 나머지는 도주했다고 대간첩대책본부가 발표했다.
6·5 해군방송선 피격사건의 격분이 채 가라앉기도전에, 북괴는 다시금 호국의 영령들을 모신 성역에까지 침투하여 만행을 저지르고만 것이다. 북괴무장공비의 국립묘지 폭파기도목적은, 장치하려던 폭발물이 하향식으로 폭발할 뿐만 아니라, 리모·콘(전자원거리조정장치)으로 상당히 먼거리에서 적당한 시간을 택해 폭파시킬 수 있는 것이므로 6·25날 묘지를 참배하는 요인들을 암살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따라서 이번 무장공비사건의 특징은 건물의 폭파보다도 요인암살과 민심교란의 효과를 노린 것이라고 보겠으며, 이는 지난날의 l·21 무장공비침투사건, KAL기 납북사건 또는 해군방송선 피격사건등과는 달리, 공산게릴라들이 발악적으로 사용하는 이른바 새퍼(기습공병)전술로서 북괴가 남파간첩에 이와같은 전술을 채택케 한 것은 처음 보는 것이 아닌가 싶다. 앞으로 북괴의 이와같은 전술에 대비하기위해서는 공공시설과 요인들의 신변보호에 특별한 경계가 요청되는 것이라고 하겠다.
특히 북괴가 호국의 영령이 잠들고 있는 국립묘지에서까지 만행을 저지르고 있다는 것은 우리의 적개심을 한없이 격발하는 것이라고 하겠다.
전쟁법규나 적십자협약을 들출 필요도 없이, 전사자에 대해서는 비록 적이라 하더라도 최대한의 경의를 표해야 하는 것이 인도상의 원칙이며, 시체나 분묘에 대해서도 정중한 취급을 해야함은 인간으로서 당연한 도리라 할 것이다. 본래 조상의 분묘에 대해서조차 이를 마구 파헤쳐서 아지트로 삼는 폭악무도한 북괴도당에 대해서 더 이상 할말은 없는 것이지만 수단방법과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도발을 일삼는 북괴의 만행에 대해서 우리는 새삼 참을 수 없는 분노와 함께 적개심을 불태우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리에게 자성을 촉구하고 있는 점도 적지않음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원래 북괴무장공비나 간첩도당들은 표식을 은폐하여 은밀히 침투하는 것이지만 서울시내 일각에서 무장공비가 준동했다는 것은 그 사실자체가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주게됐다는 점을 중시해야 할 것이며, 한편으로 우리의 방위태세에 무엇인가 허점이 있었다는 것을 솔직이 자인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번 사건의 발생후 당국이 지체없이 사건개요를 발표함으로써 괴한을 태워준 택시운전사가 이들의 행방을 즉시 당국에 고발한 것은 적이 가상할 일이라 하겠으나, 다만 이번 사건에 있어서도 사건발생시간이 새벽 3시50분쯤이고, 택시운전사가 동작동후문앞 언덕길에서 2명의 괴한을 태운 시각(당일상오 7시45분쯤)사이에는 상당한 시간적 간격이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이것은 군경이나 예비군이 동원되어 상당한 시간이 흘렀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택시운전사에 앞서 그들이 괴한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은 적이 아쉬운 점이라고 하겠다.
어쨌든 지금 시급한 문제는 잔당을 하루속히 소탕하는 일이고 그 침투경로를 밝히는 것이다. 그를 위해 밤잠을 자지않고 분투하는 군경·예비군의 노고를 위로하면서 우리로서는 우선 수색작전의 전과를 기대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끝으로 이번 사건과 더불어 우리국민이 다시 한번 가다듬어야 할 것은 안보나 국방이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라 국민각자의 공동참여 아래서만 비로소 그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의식을 더욱더 투철히하면서 현하 물불을 가리지않는 북괴도발에 대해서 군·경·민 혼연일치의 멸공태세를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앞으로 더욱 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북괴의 기습공병 전술의 책동에 대해서는 공공시설경비의 철저가 크게 요구된다고 보겠으며, 요인암살책등에 대해서도 철저한 대비가 있어야 할 것을 바라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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