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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양건 사퇴, 권력암투 의혹 짙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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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양건 감사원장의 사퇴를 놓고 민주당이 25일 권력 암투설을 제기했다. 박지원·서영교 의원 등 민주당 소속의 국회 법사위원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4대 강 감사 결과 발표’를 둘러싼 박근혜정부와 이명박정부의 정치적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 감사원장을 토사구팽으로 삼았다는 의혹도 있다”며 “국회 국정조사와 정기국회를 앞두고 감사원장을 교체한 것은 4대 강 사업의 진실을 덮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공식적으론 “법과 원칙을 지킨다는 박근혜 대통령이 감사원장의 임기 보장을 지키지 못한 것은 문제”라며 감사원의 독립성을 전면에 내세웠다. 그러나 내부에선 양 원장의 사퇴는 친이와 친박의 갈등이 주된 원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 인사는 “양 원장이 지난 7월 4대 강 사업이 운하를 염두에 뒀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했을 때 이재오 의원 등 친이계가 분노했다”며 “당시 친이계가 양 원장을 국회 본회의장으로 불러 망신을 주겠다고 별렀다는 소문까지 돌았다”고 했다. 그는 “양 원장이 이런 상황에서 더는 자리에 있을 수 없으니 물러난 것”이라며 “양 원장은 새 정부의 코드에 맞췄다가 권력 갈등 속에 토사구팽됐다”고 주장했다. 다른 의원은 “친이계가 반발하고 친박은 그의 뒤를 받쳐줄 생각이 전혀 없자 박 대통령에게서 온 유임 통보만을 믿고 있었던 양 원장이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민주당에선 후임 감사원장으로 안대희 전 새누리당 정치쇄신위원장이 유력하다는 소문도 돈다.

 새누리당의 기류는 미묘하다. 친박인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입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양 원장이 26일 이임식을 하는데 거기서 말이 있지 않겠 느냐”고 했다. 다만 “양 원장이 4대 강 감사 결과 번복과 원전 감사 부실로 정치권의 사퇴 압력을 많이 받아왔고, 부담을 느껴왔다는 점은 많은 분이 얘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친이계인 조해진 의원은 “지난 정부 실적을 말 바꾸기를 하며 폄훼한 데다 그런 식으로 (바뀐 감사 결과를 내도록) 해서 감사원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떨어뜨린 게 더 큰 문제”라며 “두 번의 정치성 감사를 하면서 본인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자리 보존도 못했다”고 비판했다. 김영우 의원도 “동네 이장이 그만둘 때도 주민들한테 사임 배경을 설명하는데 하물며 감사원장이 무책임하게 아무런 설명 없이 그만둘 수 있나”라며 “지난 4대 강 감사 결과 발표 등 감사원이 한 행태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고 밝혔다.

채병건·이소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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