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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렉터 박사, 박스오피스 1위 차지!

중앙일보

입력

10월 4일부터 6일까지 이어진 이번 주말 북미 박스오피스에서, '양들의 침묵'과 '한니발'에 이은 살인마 한니발 렉터 시리즈의 3번째 작품 '레드 드래곤(Red Dragon)'이 3,357개 극장으로부터 3,654만불의 수입을 벌어들이며 1위로 개봉하였다. 이는 비록 작년에 개봉했던 전작 '한니발'이 3,230개 극장에서 5,800만불을 벌어들였던 것과 비교한다면 다소 기대에 못미치는 흥행결과라 할 수 있지만, 순수 자체 수입만을 놓고 본다면 역대 10월 개봉작의 주말흥행성적중 최고에 해당하는 우수한 성적이다(종전기록은 '미트 패어른츠'의 2,862만불). 또한 '레드 드래곤'의 이번 주말 흥행수입은 역대 R등급(18세 이상 관람가) 영화들 중 '한니발'(5,800만불), '아메리칸 파이 2'(4,512만불), '무서운 영화'(4,235만불)에 이어 네 번째로 높은 주말성적이고, R 등급 영화의 가을시즌 주말 성적으로는 가장 높은 수치이기도 하다.

지난 주말 깜짝 흥행력을 발휘하며 1위로 데뷔했던 리즈 위더스푼 주연의 코메디물 '스윗 홈 알라바마(Sweet home Alabama)'는 이번 주말 비록 1위 자리를 내어주었지만, 여전히 2,133만불의 상당한 수입으로 2위에 랭크되는 흥행력을 과시하였다.

'스윗 홈 알라바마'와 함께 지난 주말 개봉했던 성룡과 제니퍼 러브 휴잇 주연의 코믹 액션물 '턱시도(The Tuxedo)'는 이번 주말 1,004만불의 수입을 올려 3위에 기록되었다.

작품성을 높이 평가받고 있는 두 편의 저예산 코메디물, '마이 빅 팻 그리크 웨딩(My Big Fat Greek Wedding)'과 '바버샵(Barbershop)'의 흥행행진은 이번 주에도 이어졌는데, '마이 빅...'이 822만불의 수입으로 4위에 랭크되었고, '바버샵'이 663만불의 수입으로 그 뒤를 이었다. 이중 '마이 빅...'은 지금까지 개봉 25주 동안, 총수입 1억 4,772만불을 기록함으로써, '블레어 윗치'의 1억 4,053만불을 누르고 역대 인디 영화들중 최고 흥행작의 자리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레드 드래곤'을 제외한 이번 주말 유일한 전국개봉작인 가족용 애니메이션 '조나: 베기테일 무비(Jonah: A VeggieTales Movie)'는 940개의 작은 상영관수에도 불구하고 620만불을 벌어들여 6위로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렀다.

이번 주말 압도적인 성적으로 1위에 안착한 '레드 드래곤(Red Dragon)'은 잘 알려진 대로 '양들의 침묵'과 '한니발'로 이어진 한니발 렉터 연작의 프리퀄이다.

한니발 렉터 박사를 세상에 처음 소개했던 토마스 해리스의 81년산 동명 원작은 이미 86년에 마이클 만 감독이 '맨헌터'란 제목으로 영화화한 적이 있지만, 안소니 홉킨스 버전의 렉터 시리즈 전작들이 미국내에서만 약 3억불('양들의 침묵'이 1억 3,073만불, '한니발'은 1억 6,509만불)을 벌어들이는 빅히트를 기록함에 힘입어 이번에 원작과 동일한 타이틀로 부활하게 되었다.

평론가들의 호평에도 불구하고 흥행에는 실패했던 '맨헌터'를 교훈삼아, 렉터를 주연으로한 전작들('맨헌터'를 포함해서)을 제작했던 디노 디 로렌티스가 이번 영화에서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은 캐스팅이다. 스릴러 장르의 새로운 아이콘이 되어버린 한니발 렉터 역에는 당연히 안소니 홉킨스가 다시 출연하고 있으며, 뛰어난 연기력을 인정받고 있는 에드워드 노턴과 랠프 파인스가 각각 수사관 윌 그레이엄과 살인마 '이빨 요정'을 연기하였다. 영화에는 이들 외에도 하비 카이텔과 에밀리 왓슨, 메리 루이스 파커, 필립 세이머 호프만 등 실력있는 연기자들이 대거 출연하여 영화를 윤택하게 하고 있다.

연출은 '러쉬 아워' 1편과 2편, '패밀리 맨' 등을 연출해서 새로운 흥행감독으로 부상한 브랫 래트너 감독이 담당했다. 그는 이번 영화를 통해 가벼운 오락물들이었던 전작들과 전혀 다른 분위기의 진지한 스릴러물의 연출에 도전하고 있는데, 일단 성공적이라는 것이 현지 평론가들의 반응이다.

영화는 전직 FBI 요원이었던 윌 그레이엄(에드워드 노턴)의 독백으로 시작한다. 우수한 요원이었던 그는 살인마 한니발 렉터 박사(안소니 홉킨즈)를 체포하는 과정에서 거의 목숨을 잃을 뻔 하는 중상을 당하고 그때의 충격으로 FBI를 그만 두었다. 몇 년 후, 끔찍한 연쇄살인 사건이 발생하고 그레이엄은 마지못해 복귀, 사건을 담당하게 된다. '이빨 요정'이라고 불리우는 킬러(랠프 파인즈)를 잡기위해서는 그의 마음을 읽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깨달은 그레이엄은 과거의 악몽에 시달리면서도 감옥에 있는 전직 정신과의사이자 살인마였던 렉터를 찾아간다.

전작인 '한니발'에 대해 시큰둥한 반응을 나타내었던 평론가들은 이번 영화에 대해 일제히 호감을 나타내었다. 시카고 트리뷴의 마이클 윌밍턴은 "'레드 드래곤'은 '한니발'보다 볼거리도 적고, '양들의 침묵'보다는 감정적인 전달이 덜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양들의 침묵'처럼 당신의 살갗 밑으로 파고든다!"고 평했고, 할리우드 리포터의 커크 허니컷은 "감사하게도, 브랫 레트너의 '레드 드래곤'은 99년도에 나왔던 과장된 블랙 코메디 '한니발' 보다는 조나산 드미 감독의 '양들의 침묵'과 훨씬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고 호감을 표했으며, 롤링 스톤의 피터 트래버스 역시 "브랫 레트너의 '레드 드래곤'은 소름끼치는 즐거움을 전달해준다."고 동감하였다. 또, 버라이어티의 토드 맥카시가 "이 소름끼치는 동화에 대해 래트너가 성실하면서도 결점없이 들려주는 새로운 이야기는 강렬하면서도, 기운을 송두리째 빼앗기는 경험이 될 것이다."고 박수를 보냈고, 뉴욕 포스트의 조나산 포어맨과 달라스 모닝 뉴스의 필립 원치가 각각 "효과적인 리메이크." 및 "절대적으로 우수한 작품."이라고 평하는 등, 평론가들의 극찬이 이어졌다. 다만, 원치가 "이제 이 박학다식한 살인마에 대한 이야기를 끝내기에 적절한 시간."이라고 덧붙였듯이, 상당수의 평론가들은 이번 처럼 좋은 영화가 나왔을 때 연작을 마치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충고도 잊지 않았다.

이번 주말 6위로 개봉한 '조나: 베기 테일 무비(Jonah: A VeggieTales Movie)'는 1993년 처음 비디오 시장에 선보인 이래 지금까지 15종류의 비디오가 무려 3천만장이상 팔리는 빅히트를 기록했던 어린이 비디오 시장의 메가히트 시리즈를 대형 스크린으로 옮긴 가족용 컴퓨터 애니메이션이다. 이번 스크린 판의 연출은 지금까지 비디오 버전에서 각각 오이인 래리(Larry the Cucumber)와 토마토인 밥(Bob the Tomato)의 목소리 연기를 맡았던 마이크 노로키와 필 비셔가 공동으로 담당했다.

제작진들은 지금까지 자신들의 비디오가 다소 엉뚱한 영국산 코메디물 '몬티 파이손'과 교회 성경 공부를 혼합한 성격을 띄고 있었다고 전했는데, 시리즈의 공동 창작자이기도 한 필 비셔는 최근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정말이지 철학적인 관점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부모님들이 자신들의 아이들에게 성경에 나오는 가치들을 전달하는 것을 도우려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비디오의 대부분은 기독교인들이나 유태인들에게는 친숙한 구약성서를 기본으로 한 베기들(야채(Vegetables)의 약자)의 이야기를 그려왔었다. 이번 영화에서 그리는 종교적 주제는 '다른 사람들-심지어 나쁜 사람들까지-에게 어떻게 자비와 동정을 나타내는가'이다.

일련의 노래하는 야채들(베기들)은 여행도중 도로에서 예상치 못한 사고를 당하고, 이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해적들' 일행과 마주치게 된다. 베기들이 자신들의 밴을 다시 도로위로 올려줄 견인차를 기다리는 동안, 해적들은 이들에게 '조나'라는 이름의 채소가 겪었던 진기한 스토리를 들려준다. 조나는 바다를 여행도중 고래에게 먹혀 고래뱃속으로 들어가게 되는데, 그 곳에서 하나님으로부터 니네베로 가서 그곳 사람들(성경에 나오는 니네베 사람들은 사람의 가죽을 산채로 벗기는 흉폭한 정복자들이지만 영화에서는 다른 사람을 고기로 찰싹 때리는 정도이다. 물론 이점이 영화속에서 조나가 가장 이들을 싫어하는 이유이지만) 에게 자비를 보여주라는 계시를 받는다. 과연 조나는 하나님이 주신 이 힘든 임무를 별다른 소동없이 마칠 수 있을 것인가?

평론가들은 '레드 드래곤'에 이어 이 영화에도 적지않은 호감을 나타내었다. 버라이어티의 조 레이든은 "매끄러우면서도 기운찬 이 컴퓨터 그래픽 만화영화는 단호한 의지를 보이는 무신론 부모들마저도 자신들의 아이들을 극장에 데리고 가게 만들 정도로 충분히 즐겁다."고 평했고, USA 투데이의 클라우디아 퓨즈는 "조나가 가르쳐주고자 하는 주제는 바로 동정심과 자비이다. 이들은 요즘 시기에 정말 특별하고 환영할 만한 메시지이다."고 고개를 끄덕였으며, LA 타임즈의 케네스 튜란은 "친숙한 구약성서 이야기를 애니메이션을 통해 다시 들려주는 '조나'는 쾌할하고, 기운이 넘치며, 정말 재미있다."고 박수를 보냈다.

기타 이번 주말 10위권에 든 나머지 작품으로서, 골디 혼-수잔 새런든 주연의 코메디물 '뱅어 시스터즈(The Banger Sisters)'가 348만불의 수입으로 7위에 랭크되었고, 히스 레저 주연의 전쟁 드라마 '포 페더스(The Four Feathers)'가 206만불의 수입으로 8위를 기록하였으며, 더스틴 호프만, 수잔 새런든 등이 주연을 맡은 지난 주말 개봉작 '문라이트 마일(Moonlight Mile)'이 극장수를 400여개 늘인 결과 188만불의 수입으로 9위를 차지하였고, 마지막으로 로빈 윌리암스 주연의 스릴러물 '스토커(One Hour Photo)'가 173만불의 수입으로 10위에 턱걸이하였다.

장재일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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