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 여러분도 삼겹살을 좋아하나요? 쇠고기에 비해 값싸고 고소한 삼겹살은 서민들이 자주 찾는 음식으로 인기가 많지요. 그런데 혹시 여러분은 우리가 먹는 삼겹살 중에 태평양 건너 칠레에서 수입한 것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나요? 왜 그 먼 나라에서 굳이 삼겹살을 수입하는 걸까요?
<그래픽 크게보기> 그래픽>
이유는 이렇습니다. 품질이 국산 못지않은 칠레산 삼겹살을 더 싼값에 먹을 수 있기 때문이죠. 우리나라의 한 해 삼겹살 소비량은 국내에서 모두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많습니다. 어차피 수입해야 하는데 그동안 주로 유럽이나 미국에서 들여왔어요. 그러다 지난해 4월 칠레와 우리나라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발효하면서 1년 새 칠레산 삼겹살 수입량이 56%나 늘어났답니다. 이런 경우는 비단 삼겹살뿐만이 아니랍니다. 지난 1년 사이 칠레산 와인은 프랑스산 와인 못지않게 큰 인기를 끌었어요.
FTA가 무엇이기에 이런 변화를 몰고 온 것일까요?
FTA(Free Trade Agreement)란 처지가 비슷하거나 지역적으로 가까운 나라들끼리 관세 부담 없이 자유롭게 물건을 사고팔 수 있도록 무역장벽을 없애기로 한 국가 간의 약속입니다. 원래 정부는 나라 살림에 쓸 돈을 마련하고 국내 상품을 보호하기 위해 수입품에 관세를 붙입니다. 그러나 FTA를 맺은 국가끼리는 관세를 낮추거나 아예 없애기로 한 것이지요. 관세를 매기지 않으므로 그만큼 수입품 가격은 더 낮아진답니다. 비교적 싼값에 질 좋은 제품을 살 수 있으니 소비자 입장에선 나쁠 게 없지요.
우리나라가 남미에 있는 칠레와 FTA를 맺은 것도 바로 이 때문이에요. 우리는 세계적으로 우수성을 인정받은 휴대전화.자동차.컬러TV 등을 칠레에서 다른 나라보다 낮은 가격에 팔 수 있고, 농수산물 강국인 칠레는 포도.키위.홍어.삼겹살 등을 한국에 싸게 팔 수 있죠. 실제로 칠레와의 FTA가 실시된 지 1년 만에 칠레에서 한국 휴대전화가 두 배나 더 많이 팔렸습니다. 예전에는 비싸서 차마 사지 못했던 한국산 고급 휴대전화 가격이 10%나 낮아졌으니 당연히 소비자들이 몰려들었겠죠?
하지만 한국 농부의 입장에선 어떨까요? 여러분이 키위농장의 주인이라고 생각해봅시다. 정성들여 키위를 재배했으니 시장에서 좋은 값을 받아야 이익을 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칠레의 대형 키위농장에서 생산한 값싼 키위가 한국 시장에 들어온다면 여러분이 생산한 키위는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겠지요. 이런 이유로 생계의 위협을 느낀 농민들은 지난해 초 칠레와의 FTA를 반대하기 위해 국회 앞에서 시위를 벌였어요.
이처럼 휴대전화같이 경쟁력 있는 산업은 FTA를 맺자고 주장하지만 농업처럼 상대국가가 우리보다 경쟁력이 더 뛰어난 산업은 FTA를 반대하게 마련입니다. 최근 한국과 일본 사이에 FTA를 맺자는 움직임에 기계 부품을 만드는 국내 중소기업들이 반대하는 이유도 이와 비슷합니다.
그러나 수출.수입이 우리 국민총생산(GNP)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무역에 크게 의존하는 상황에서 FTA를 더 적극적으로 맺을 필요가 있습니다. 소비자들이 싼값에 좋은 상품을 구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국내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가 되기 때문입니다.
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FTA처럼 일정 지역이나 특정 국가끼리 자유롭게 거래하는 협정은 300개(2004년 10월 기준)에 달하며, FTA에 의한 교역은 세계 전체교역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부는 최근 더 다양한 국가와 FTA를 체결해 한국 상품이 유리한 조건에서 팔릴 수 있는 영역을 넓히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제까지 한국에서 발효된 FTA는 단 한 건(칠레)에 불과하고 지난해 11월에야 싱가포르와 FTA를 맺기로 합의한 바 있습니다. 정부는 앞으로 2007년까지 최대 50개국과 FTA를 추진하기로 계획을 세웠다고 합니다. 현재는 일본.아세안.유럽.캐나다 등과 협상하고 있고, 인도.멕시코.남미 7개국가와도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박수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