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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캄사태와 주월한국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여기서 주월한국군의 현황을 살펴보기로 하자.
5월20일 하오2시 무쇠라도 녹일듯한 뙤약볕이 내려쬐는 퀴논소재 주월한국군 맹호사단사령부 광장에는 환희의 빛이 넘쳐있었다. 4월22일부터 5월18일까지 주월한국군사 예하 맹호(사단장 김학원소장)·백마(사단장 정규한소장) 양사단과 그밖의 각종 지원부대가 참가하여 실시했던 독수리 70-1호 작전에서 특히 혁혁한 전공을 세운 맹호기갑연대 제3대대장 황의정중령이하 15명의 장병들에게 화랑·인헌무공훈장등을 수여하는 식전이 이날 이곳을 방문한 정내혁국방에의해 진행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작전은 이세호사령관 취임후로는 최초요, 또 국군파월이래로는 세번째로 실시된 대규모 군단급 작전으로, 불과 20여일의 작전기간중 적사살 1천9백69명, 포로 2백4명, 귀순 40명, 화기·무전기등 노획품만도 1천3백51종에 달하는 큰 전과를 거뒀다는 점에서도 전장병의 사기를 크게 높여줄 만한 것이었다 할 것이다. 그러나 필자의 소견으로는 이 작전의 의미는 그보다 다른데 더 큰 것이 있었다고 생각되었다. 즉 이 작전이 노린 것은 주월미군의 일부 철수가 개시되고, 캄보디아사태로 상당수의 월남군병력이 다른 지역으로 전진하여 일종의 힘의 공백상태가 조성되고 있을 그 무렵에, 한국군이 이와같은 상황변동으로 인한 한국군부대의 자체 안전저해요소들을 사전에 분쇄하기위해 선제공격을 시도했다는데 있는 것으로 보였다는 것이다.
주월미군 및 월남군부대의 상당병력이 종래의 위수지역을 떠나 본국으로 귀환하거나, 타지역으로 전진했기때문에 전술적으로 우리국군의 작전부담이 상당히 증대해가고 있음은 부인할 길이 없어 보였다.
따라서 전기한 독수리 70-1호 작전은 결과적으로 한국군이 이제 월남의 북부(DMZ접경지대)에서부터 중·남부 사이공지역 및 남부 델타지역의 월남군 제4군단 관할지구제외)에 이르기까지, 월남의 거의 전역에 걸친 작전임무를 수행할 능력이 있음을 시사한 것이라 하겠으며, 이번 작전성과로 보아서 주월한국군의 전투임무부담이 더욱 증가하는 것이 아닌가도 생각되었다.
그러나 여기서 주목해야할 것은 이 작전의 수행중 아군측 또한 전사 1백88명, 부상 4백명이라는 귀중한 인명피해를 냈다는 사실이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밖에도 월남전선에서 최근에 나타난 뚜렷한 경향은 종래의 우리 한국군 사상자중 많은 부분이 주로 안전사고로 인한 것이었음에 반하여, 최근에 이르러서는 우리측의 사상자가 대부분 직접 교전결과로 인한 것으로 밝혀지고있어 국민적 입장에서 비상한 관심을 쏟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뜻에서 필자의 이번 월남전선시찰중 정내혁국방이나 이세호사령관을 비롯한 주월군고급막료들이 예하부대장들에게 대하여 기회있을 때마다 귀중한 국민의 자녀를 맡고있는 지휘관으로서의 책임을 강조하고, 부대의 자체안전대책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하고 있던 것을 필자는 결코 무심히 듣고만 넘겨버릴 수 없었다.
뿐만아니라 현지에서 확인한 바에 의하면 북괴는 이틈을 타서 주월한국군과 월남국민의 사이를 이간시키고 한국군의 위신을 추락시킬 것을 주목적으로하는 수개조씩의 특수공작반을 한국군전술책임지역마다 침투시켜 교묘하고도 집요한 심리작전을 펴고있다는 정보도 있었다. 어느 의미에서는 일종의 파장판에 접어들고있다고 할 수 있는 월남전국의 작금의 추세로 보아 이것은 주월군에 또 하나의 무거운 짐을 부하시기는 것이라 할 것이다.
주월한국군은 그동안 널리 보도된 바와 같이 월남전선에서 혁혁한 전과를 올려 그 용명을 세계에 떨치고 있었음은 다 아는 바와 같다. 그러나 현지에서 주월한국군이 지금까지 수행해나온 임무의 성격을 직접 눈여겨보았을 때, 필자는 우리 정부 당국자의 단호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주월한국군 일부가 캄사태에 개입할 것이라는 끈덕진 외신보도들이 시사하는 바에 대하여 일말의 불안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으며, 종래 우리국군이 이역만리 월남땅에서 군사작전 못지않게 큰 비중을 두고 수행해나온 『민중의 가슴과 마음을 얻기위한 전쟁』(War to win the hearts and minds of the people)에서의 비길바 없이 소중한 전과가 일조에 무너지는 일이 없도록 각별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은 캄보디아에 대한 군사원조제공 거부라는 단순히 군사용병면에서 뿐이 아니라 민족주의의 열풍이 더욱 세차게 불기 시작한 이들 인지제국에 대한 우리의 해외진출정책 전반에 대해서 정책적 결정이 이루어져야 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계속> [김승한 본사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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