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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조 없는 낙동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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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서울의 가로수 잎새들 사이에서 새를 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적어도 요즘, 아침 햇살이 든 창 밖에서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를 들으며 아침잠을 깬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고궁의 숲 속을 거닐며 어쩌다 나뭇가지 사이를 스치는 새를 발견했을 때, 우리는 신비감마저 갖게 된다.
70년대에 들어, 세계의 생태학자들은 ED라는 말을 자주 쓴다. 환경파괴(Environmental Disruption)라는 뜻. 한잔의 냉수는 그 청결함을 잃고, 청산의 풍경은 먼지 속에 덮이고, 우리주변의 매연은 호흡을 막는다. 강물은 그 푸른빛을 잃고, 바닷물은 기름과 폐물와 플라스틱 쓰레기에 더럽혀 진다. ED현상은 지상의 구석구석에까지 번지고있다.
유럽을 지배해온 라인강은 벌써 「죽은 강」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뱀장어들까지 모두 사멸해 버렸다. 청결을 유달리 좋아하는 스위스 사람들은 그들의 더없이 아름다운 호수 제네바 호, 콘스탄스 호, 느샤텔 호가 악취와 탁류 속에서 죽어 가는 것을 슬퍼하고 있다. 스웨덴의 스몰란드 지방에선 지난겨울 『검은 눈』이 내렸다.
미국 루이지애나주의 보호조이며 주조인 브라운·펠리컨은 이제 6백수가 남아 있을 뿐이다. 그나마 지난해엔 겨우 5마리의 새끼를 부화했다. DDT에 오염된 조개를 먹고 그 해변을 덮었던 새들이 모두 죽어버린 것이다.
ED현상은 드디어 한반도의 산하에까지 밀려들었다. 최근 한국 자연보존연구회의 현지조사에 따르면 낙동강주변의 철새는 수년사이에 70%나 줄어들었다. 원인은 수질오염과 자연파괴.
그러나 생태학자들의 용어를 빌면 인조위기(Man-made Peril)도 겉들이고 있다. 후조의 남획이 그것이다. 구약의 창세기에 보면 신은 인간을 만들어놓고 바다의 고기와 하늘의 새와 짐승과 전 지구와 지구를 기어다니는 모든 생물을 다스릴 지배권을 주었다.
하필 인간에게 그 지배를 허락한 것은 조화와 진보의 능력을 믿기 때문이다. 인류의 면면한 역사는 바로 자연과의 균형을 유지하는 그것이었다.
자연 없는 인간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불교가 가르치는 윤회는 바로 우주의 섭리를 교훈 하려는 것이다.
현대의 생태학자들은 바로 그 자연과의 균형을 역설한다. 『인류의 희망은 기술보다도 절제 에었다』고 말한 학자도 있다. 하늘을 나는 새도, 눈부신 실록도, 푸른 강물도 없는 문명은, 실로 누구를 위한 것일까. 자연에 대한 향수를 인류는 끝내 버리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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