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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북한 사설

'북한이 변하면 우린 도울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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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당선한 뒤 어제까지 남북관계는 최악이었다. 북한은 미사일 시험발사와 3차 핵실험으로 국제사회 전체에 정면 도전했고, 매년 벌어지는 한·미 군사연습을 겨냥해 지난봄에는 대남·대미 핵 공격 위협도 서슴지 않았다. 급기야 개성공단마저 중단시키는 ‘만행’에 이르렀다.

 북한의 행동은 결국 자해적(自害的)이었다. 3차 핵실험은 유엔의 광범위한 대북 제재를 불러왔고, 중국은 북한을 냉대했다. 한·미 군사연습은 어느 때보다 밀도 있게 진행됐고 북한의 핵 공격 위협에 미국은 F-22 전폭기와 B-2, B-52 폭격기 등 첨단 무기를 동원해 압박했다.

 박 대통령은 냉철하기 그지없었다. 북한이 개성에서 근로자 전원을 철수시키는 강수를 두자 바로 남측 인원도 철수하고 잘못을 인정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지 않으면 공단 폐쇄가 불가피하다는 태도를 보였다. 결국 북한은 사실상 책임을 인정하고 ‘어떤 경우에도’ 공단 가동을 중단시키지 않겠다고 약속해야 했다.

 북한이 과연 약속을 지킬지는 두고 봐야 한다. 이달 하순에 벌어지는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한·미 합동군사연습에 북한이 어떻게 대처하는지를 보면 어느 정도 가늠해 볼 수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박 대통령은 다시 한번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강조했다.

 “남북한 간에 불신과 대결의 시대를 넘어 평화와 통일의 새로운 한반도 시대를 열어나가야 합니다.” “새 정부는 정치적인 상황과 무관하게 인도적인 지원을 계속해 나갈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북한의 변화된 모습과 행동입니다. 우리는 진심으로 북한의 변화를 기다리며 열린 마음으로 북한을 적극 도울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북한을 향한 박 대통령의 메시지는 진지했다. 개성공단 사태를 마무리하는 합의를 계기로 새로운 남북관계를 바라 마지않는다고 강조하면서 ‘상생의 새로운 남북관계’에 대한 기대를 표명했다. 이를 위해 이산가족 상봉과 비무장지대(DMZ) 내 세계평화공원 조성 등을 제안했다. “평화를 만드는 것은 상호 신뢰가 쌓여야 가능합니다.” 새로운 제안은 아니었지만 제안을 내놓는 맥락은 새로웠다.

 남북관계는 앞으로도 낙관하기가 쉽지 않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 한 남북관계 개선은 한계에 봉착할 것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말처럼 “상식과 국제적 규범이 통하는 남북관계를 정립”하는 일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개성공단 사태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박 대통령은 상식과 국제규범을 주문했고 북한은 일단 받아들인 셈이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첫 단추가 꿰어졌다고 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의 제안은 북한에 새로운 기회다. 북한이 기회를 차버리지 않기를 기대한다. 갈등과 대립을 고조시키는 악순환에서 벗어나 남북 상생과 평화공존의 길을 선택해야 한다. 그 길만이 살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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